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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치어리더 조정영·이소영·이연주·장혜원(왼쪽 아래부터)이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앞두고 원정석 응원 단상 위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 제공> |
흔히 그들을 일컬어 ‘그라운드의 꽃’이라고 표현한다. 화려한 의상과 율동, 훤칠한 키에 빛나는 외모까지. 경기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자태로 남성 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 바로 치어리더다.
치어리더는 관중의 함성과 응원을 하나로 모아 선수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게 주된 일이다. 거칠고 냉정한 스포츠의 세계에 부드러움과 흥미를 더해 주며 선수 못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애환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무대 위에서는 마냥 화려해 보여도 무대 밖에선 치열하기 그지 없다. 물 위에선 우아한 자태를 뽐내지만, 물 밑에선 끊임없이 발을 구르는 백조를 연상케 한다.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활약하는 치어리더는 대략 100여명. 이들은 프로 구단과 직접 계약하지 않고 소속 이벤트 회사에 몸 담고 있다. 구단과 이벤트 회사의 계약에 의해 소속팀이 결정되는 구조다. 계약 형태는 다양하지만 월 평균 급여는 200만원이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량과 노동 강도에 비하면 많지 않은 수입이다.
특히 야구 치어리더는 고충이 더욱 심하다. 타 종목에 비해 경기수가 많고 경기 시간도 길어 쉴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또 농구나 배구의 경우 앉아서 경기를 관전하다 팀이 득점에 성공했을 때나 처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때때로 치어리딩을 하지만, 야구는 홈팀이 공격을 하는 중에는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특히 원정 경기 때는 별도의 대기실마저 없어 휴식을 취하거나 옷을 갈아 입는 일도 쉽지가 않다.
더욱이 야구는 야외 경기여서 치어리더는 날씨와도 싸워야 한다.
프로야구는 4월초에 개막해 10월말에 마무리되기에 4개월 정도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 경기가 치러진다. 대부분 저녁 경기여서 관객들은 두툼한 외투나 담요를 걸치고 관전한다. 하지만 치어리더는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노출’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이로 인해 감기몸살과 근육통을 앓기 일쑤다. 팀의 공격때 대부분 시간을 덕아웃에서 보내다 자기 차례에만 등장하는 야구 선수들보다 더 힘들 수도 있는 만큼, 무엇보다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취객이나 별난 관객이 짓궂게 굴거나 일부 네티즌이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달아도 웃으면서 화를 삭여야 한다.
이처럼 치어리더는 박봉에다 몸과 마음이 힘든 직업이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만큼은 최고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진정한 ‘프로’인 셈이다.
삼성 라이온즈 치어리더 조정영씨(27)는 “시즌 중 계속되는 경기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도 있지만 응원단상에만 올라서면 힘이 난다”며 “선수와 관중을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예쁘게 봐 달라”고 말했다.
오늘도 응원단상 위에서 건강한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율동으로 야구장을 활기차게 만드는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힘찬 응원일 것이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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