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비포 미드나잇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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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24   |  발행일 2013-05-24 제40면   |  수정 201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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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화끈한 카체이싱은 기본…파괴의 쾌감을 더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할리우드의 꽤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다. 제작비의 3배 이상(2억700만달러)을 거둬들인 2001년 ‘분노의 질주’를 시작으로 후속작들이 전작의 흥행 스코어를 차례로 경신하며 5편까지 누적 수익이 모두 16억달러에 달한다. 이 시리즈의 흥행 주역인 빈 디젤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쾌감과 다양한 인종의 캐릭터가 선보이는 특유의 카체이싱의 스릴은 현실의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말로 이 영화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6편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이하 더 맥시멈) 역시 ‘더 맥시멈’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한층 거대해진 스케일과 액션으로 기록 경신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억달러가 걸린 한탕에 성공한 뒤 정부의 추적을 피해 전 세계를 떠돌던 도미닉(빈 디젤)과 브라이언(폴 워커). 1급 수배자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그들 앞에 FBI 요원 홉스(드웨인 존슨)가 찾아온다. 군의 방어체제를 24시간 마비시킬 수 있는 위험한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영국 특수부대 소령 출신 오웬 쇼(루크 에반스) 일당을 처단하기 위해 도움을 청하기로 한 것. 그의 제안을 거부하던 도미닉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연인 레티(미셀 로드리게즈)가 그들 범죄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를 되찾기 위해 동참한다.

도심을 가르는 카체이싱의 스피드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주된 동력원이다. 하지만 범죄자 생활을 청산하려는 주인공들의 의지가 담긴 5편 ‘언리미티드’부터 이전 시리즈와 다른 엔진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한 수 위인 도미닉을 흠모하고 그의 여동생과 결혼까지 한 브라이언은 아예 FBI와 연을 끊고 그의 보호와 지시를 받는 팀원으로 자리했다. 브라이언의 임무를 대신한 건 홉스다. ‘더 맥시멈’에선 지난날 쫓고 쫓기던 관계에서 벗어나 이들이 필요에 의해 한 팀을 이룬다. 그만큼 공공의 적으로 등장한 오웬 쇼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장르적 특징 역시 차별된다. 극한의 분당 회전 수를 목표로 삼았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이번에는 파괴의 쾌감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긴 12년간 이어진 시리즈가 변화를 꾀하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 점에서 ‘더 맥시멈’은 이러한 변화에 정점을 찍는다. 영국 입스위치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촬영된 러시아 수송기를 쫓는 추격신부터 화끈하다.

달리는 자동차에서의 아슬아슬한 결투신과 비행기를 관통하는 공중 점프 장면 등은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극한의 쾌감을 선사한다. 또 스페인의 테네리페 섬에서 촬영된 고속도로를 달리는 탱크와 이를 막으려는 도미닉 팀원들의 자동차를 이용한 정면 대결도 압권이다. 10t에 달하는 치포테인 전차에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이 마치 팬케이크처럼 고속도로 양옆에 부서지는 장면은 이 영화가 전작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화끈한 카체이싱은 여전히 이 시리즈의 심장이다. 이를 위해 ‘더 맥시멈’에서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동차들을 대거 등장시킨다. 한 대에 6억원에 달하는 69년형 닷지 데이토나 애스톤마틴, 젠슨, 닛산 GT-R 등 화려한 슈퍼카의 향연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도 남는다. 특히 런던의 명물인 피카딜리 광장을 폐쇄하고 촬영한 도심 카체이싱 장면은 ‘분노의 질주’에서 기대하는 자동차에 대한 강박적인 애정과 속도의 짜릿한 쾌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더 맥시멈’을 포함해 연속해서 4편의 연출을 맡고 있는 저스틴 린 감독은 실제 스턴트에 기초한 액션 시퀀스 연출에 장기를 발휘, 시리즈의 흥행을 견인해 왔다. 이번에도 4대의 카메라와 360도 조명 시스템을 활용한 액션 장면들로 그만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덕분에 시나리오보다 액션 쾌감이 더 기대와 관심을 일으키는 영화임을 재확인시켰다.

빈 디젤은 시나리오의 구멍을 근사한 무게감으로 채워 왔다.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부터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 그는 이번 영화 역시 넘치는 자신의 재능과 에너지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미셀 로드리게즈의 재등장 역시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기다렸던 팬들에게 ‘더 맥시멈’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고도 남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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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포 미드나잇

긴 시간 함께한 커플에 대한 잔인한 진실을 들추다

이번에는 그리스다. ‘비포 선라이즈’(1995)의 비엔나, ‘비포 선셋’(2004)의 파리에 이어 9년 만에 다시 재회한 ‘비포 미드나잇’은 관객들을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그리스로 초대한다. 유럽 횡단 기차 안에서 우연히 시작된 제시와 셀린느의 풋풋했던 첫 만남 이후 파리에서의 아련한 재회와 애틋함이 전작들을 관통했던 정서라면, ‘비포 미드나잇’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족과 사랑 등과 현실적으로 마주한다. 이 또한 서로의 내면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사랑을 재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셀린느(줄리 델피)와 제시(에단 호크)는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이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실질적인 부부다. 이제 제법 성공한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제시는 한 출판 관계자의 초청으로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낸다. 카메라는 셀린느와 제시의 그리스에서의 휴가 마지막 하루를 담는다.

두 사람과의 오랜만의 재회는 늘 소식이 궁금했던 친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이다. 이젠 세월의 흔적이 적당히 느껴지는 40대 중년의 모습들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멋지고 사랑스럽고 친근하다. 연출을 맡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번엔 긴 시간 동안 함께한 커플에 대한 잔인한 진실을 이야기해 봐야겠다”며 “20대에 겪은 짧은 만남과 30대의 재회, 그리고 그때와는 달리 좀 더 가정적인 측면에서 다가가고 싶었다”고 3편의 방향을 제시했다.

스타카토와 레가토를 적당히 구사하는 듯한 두 사람의 대화와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예측 불가함은 이벤트 없는 잔잔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비포 시리즈의 강점이자 매력이다. 영화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러닝타임 대부분을 셀린느와 제시가 주고받는 무수한 대사로 채워 간다. ‘토키워키 무비’라는 별칭까지 붙었을 만큼 쉼 없이 사랑을 속삭이면서도, 때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는 이들의 모습은 실제 커플의 대화를 엿듣는 듯한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을 등에 업으면서도 고밀도로 농축된 짜릿함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깊은 내공의 힘이 느껴진다.

18년의 시간은 그들의 사랑을 현실로 끌어내린다. 지인들이 마련해준 호텔에서 제시와 셀린느는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로맨틱하게 보내려 했지만 오히려 두 사람은 서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아들 헨리의 과학숙제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촉발된 말다툼은 감정싸움으로 확대되고, 현실 참여적인 셀린느와 시니컬한 이상주의자인 제시의 다소 상반된 성격이 충돌하며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누구나 꿈꿔 보는 로맨스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보여주었던 전작들의 모습에 비하면 지극히 낯선 풍경이다.

결국 다큐로 말해도 개그로 받아들이는 남자(제시)에게 실망한 셀린느는 ‘여자는 희생이란 정원을 평생 탐색하는 존재’라는 말을 남기고 호텔을 나간다. 감정이입이 워낙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영화라 그런 그들의 모습은 남의 일 같지 않은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물론, 이 영화가 유지하고 있는 기조는 크고 작은 우여곡절에도 변함없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기차에서 처음 만난다면 나한테 말 걸고 같이 내리자고 할 거야?”라는 셀린느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당연하지”라고 답하는 제시의 마음처럼 말이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면 항상 반갑고 행복한 웃음을 짓게 되는 이유다.

영화의 대부분은 지중해를 끼고 있는 그리스의 작은 해변 마을 카르다밀리에서 촬영되었다. 실제로 감독과 배우들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호텔에서 7주 정도 묵으며 함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한다. “낭만적인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과거에도 있었지만 현재에도 늘 새로운 것이 사랑”이라는 에단 호크의 말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을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여행으로 초대한 ‘비포 미드나잇’은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영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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