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내용의 合一” 사공홍주 ‘고금상조’ 문인화 展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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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6-04   |  발행일 2013-06-04 제22면   |  수정 2013-06-04
9일까지 봉산문화회관
“형식·내용의 合一” 사공홍주 ‘고금상조’ 문인화 展
사공홍주 작 ‘대나무’

작가의 작품은 내용과 형식으로 나뉜다. 내용이란 작가의 내면에 감춰진 정신적 지향점이고, 형식은 이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특히 문인화에서 내용이란 우주자연의 이(理)가 작가의 정신과 인격에 투사되는 것이다. 형식은 이러한 정신을 밖으로 드러내기 위해 사용되는 재료나 표현기법을 의미한다.

문인화가 사공홍주(대구경북서예가협회 이사장)는 오랫동안 이 둘을 별개로 바라보고, 문인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예술 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했다. 전통표현기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법을 가미해 시대정신에 맞는 작품을 제작하려는 것이다. 특히 전통문인화에서 사용한 재료나 표현기법을 극복하고 현대의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창의적인 재료나 표현기법을 사용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캔버스나 광목, 비단 혹은 천을 화선지 대신 사용하기도 하고, 먹 대신 아크릴물감이나 유화물감, 기름이나 흙을 쓰기도 했다. 이것도 잠시. 철학공부를 하면서 재료나 표현기법에 대한 실험적인 시도보다는 작품 속에 담긴 정신과 내용이 중요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다시 화선지와 먹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작품에서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2000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뒀던 무게중심이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용과 형식이라는 것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형식과 내용이 각자의 온전한 모습을 다할 때 비로소 참된 예술성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사공홍주 작가는 “아무리 작가의 고상한 정신세계가 있어도 그 생각을 담아낼 그릇이 없다면 작품으로서 예술성을 얻지 못하고, 비록 훌륭한 그릇이 있다 해도 그것을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작가의 정신세계가 없다면 이 또한 예술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그래서 형식적으로는 둘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하나”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처럼 작업을 하면서 가졌던 깨달음의 시간들을 정리한 전시를 ‘고금상조(古今相照)’란 주제로 준비했다.

4~9일 봉산문화회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13번째 개인전은 옛날과 지금의 미술기법과 정신이 서로 조화를 이룸으로써 진정한 문인화의 발전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감상자들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작가의 치열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053)755-2308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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