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살인 사건 2주 지나도 바뀐 게 없는 대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 최우석,황인무
  • |
  • 입력 2013-06-10  |  수정 2013-06-10 09:00  |  발행일 2013-06-10 제3면
“술 취한 여성에 접근 남성 3∼4명이 어디론가 끌고가”
클럽 안 여자놓고 쟁탈전…외국인도 노골적 ‘작업’
“만취 여성(골뱅이) 노린 조명훈은 유명 인물”
경찰의 모습은 안보여 “조명훈 단골 소문에” 20대 여성이 찾아오기도
여대생 살인 사건 2주 지나도 바뀐 게 없는 대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지난 7일 밤 대구시 동성로 로데오거리 클럽 주변에는 ‘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려는 많은 젊은 남녀가 서성거리고 있다.

“저기요, 저랑 한잔 더 하실래요?”

대구 여대생 피살사건 피의자 조명훈(25)이 여대생 남모씨(22)를 무참히 살해한 지 2주가 흐른 지난 7일 밤 10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취재진은 조가 남씨를 살해하기 전 만난 이 일대 한 술집을 찾았다.

이곳은 클럽과 술집의 중간 형태 업소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즐겨 찾는 술집으로, 조명훈이 남씨를 처음 만나 수작을 건 곳이자 조가 검거된 장소이기도 하다.

살인사건의 발단이 된 곳이지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야외 테라스와 내부는 100여명이 넘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내부에는 외국인과 젊은 남녀들이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으며, 춤을 추거나 다트 등의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보였다.

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를 알고 있다는 정모씨(31)는 “(조명훈은) 로데오거리에서 노골적으로 골뱅이(술에 만취한 여성을 부르는 은어)를 노리는 인물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처음 이곳을 찾았다는 한 20대 여성은 “여대생 살인사건 범인이 단골 손님이라고 알려져 호기심에 와봤다. 외국인도 많고 재밌는 곳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정 무렵이 되자, 그동안 마신 술에 취한 듯 술집 내부는 점점 더 시끄러워져 갔다. 춤도 점점 더 격해지고, 수위 역시 높아졌다. 남성들은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쉬지 않고 여성들에게 접근해 짙은 스킨십을 유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여대생 살인 사건 2주 지나도 바뀐 게 없는 대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지난 8일 새벽 로데오거리 주변에서 술 취한 여성이 젊은 남성에게 의지해 어디론가 가고 있다.
여대생 살인 사건 2주 지나도 바뀐 게 없는 대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지난 8일 새벽 ‘불타는 금요일’을 보낸 젊은 여성 2명이 어깨동무를 한 채 동성로를 걷고 있다.

8일 오전 5시. 취재진은 또 다른 클럽을 찾았다. 클럽 안은 여전히 젊은 남녀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이 눈을 어지럽혔으며 강한 비트의 음악소리에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젊은이 사이로 ‘부비부비’에 열중하는 남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빠른 힙합과 일렉트로닉 리듬 속에서 이들은 서로 몸을 밀착한 채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마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아찔한 춤을 추는 커플도 눈에 띄었다.

클럽 밖 거리는 먹잇감(여성)과 이를 노리는 하이에나(남성)가 득실거렸다.

밤새도록 마신 술에 만취해 거리에 앉아 있는 젊은 여성 주위로 어김없이 젊은 남성들이 어슬렁거렸다. 한 남성은 “집이 어디냐? 데려다줄게, 나랑 한잔 더하자”며 여성에게 접근했다.

로데오거리 곳곳에선 제 몸조차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여성을 일으켜 세운 뒤 어디론가 사라지는 남성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곳의 한 클럽 웨이터 김모씨(25)는 “저렇게 취한 여성에게만 접근해 데려가는 남자가 수두룩하다. 어디로 데려갈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뻔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클럽에는 입장도 하지 않은 채 클럽 앞에서 술 취한 여성만 노리는 젊은 남성도 눈에 띄었다. 골목 한 켠에선 3~4명의 남성이 여성 한 명을 질질 끌다시피 해 데리고 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 여성의 상의는 반쯤 풀어진 상태였다.

또 다른 클럽 직원 류모씨(21)는 “얼마 전 서울에서 만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과 같은 일이 여기 동성로에서도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로데오거리에서 만취한 여성을 데리고 사라지는 남성을 보면서 조명훈도 이런 분위기 속에 여성을 범죄대상으로 삼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밤 새도록 지켜봤지만 순찰을 도는 경찰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인근 술집의 서모 사장(42)은 “경찰의 순찰은 여대생 피살사건이 나기 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불과 2주 전에 여대생이 살인마에게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로데오거리의 밤은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글=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사진=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