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사업 내집 앞·우리 지역에…‘핌피 주의’ 눈살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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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6-10 07:45  |  수정 2013-06-10 08:13  |  발행일 2013-06-10 제6면

도시철도 3호선 역명
시민 의견수렴 게시판
특정 기관·학교 등 도배

달성공원 동물원 유치
수성구-달성군 날선 공방

대구시청 이전
해당지역 의원까지 가세
공약 내걸며 ‘유치 경쟁’

대구가 ‘핌피(PIMFY)’로 들썩이고 있다. ‘수익성 있는 사업을 내 고장에 유치하겠다’는 지역의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적당한 핌피현상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핌피현상은 최근 마감한 대구도시철도 3호선 역명 시민 의견접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대구시는 지난 3월20일부터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3호선 역명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달 20일 접수를 마친 게시판을 살펴보면 특정 기관, 학교 등이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시민 의견은 역명 제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다수 의견일수록 반영될 확률이 높다. 역명으로 지정되면 홍보효과는 물론 건물가격이나 지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쳐 파생되는 이익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3호선 역명 의견 수렴에선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의견 수렴에 참여했다는 한 시민은 “본역명은 연간 사용료를 내야 하는 부기역명과 달리 무료다. 이 때문에 해당 기관에서 직원과 가족까지 동원해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며 “결국 폭넓은 시민 의견을 반영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역명은 시민 의견에다 구청 추천, 설문지 조사 등을 골고루 반영해 공공용물 명칭 제·개정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객관적으로 제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기초단체간 ‘달성공원 동물원’ 유치전은 대표적인 핌피 사례다.

동물원 이전을 앞두고 수성구와 달성군은 서로 ‘우리 지역이 적임지’라며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초단체는 저마다 ‘이전 특별위원회’와 ‘유치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며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대구교육국제화특구 지정을 위한 지자체간 경쟁도 전형적인 핌피였다. 당시 북구와 달서구가 특구로 선정되자 탈락한 구·군은 선정방식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대구시청 이전 역시 핌피현상의 단골 소재다. 동·서·북·달서구에서 서로 자신의 지역이 적격지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이 공약사항으로 내걸어 유치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최봉기 계명대 교수(행정학과)는 “핌피현상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고, 많이 가진 측이 더 가지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기관·단체장이 나서 공식적인 논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핌피현상= ‘Please In My Front Yard’의 줄임말로, 수익성이 있는 사업 등을 내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의미다.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과는 정반대 개념이지만 지역이기주의란 점에서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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