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특집] 성형·최면·웹툰…기발하고 독특한 공포가 온다

  • 윤용섭
  • |
  • 입력 2013-06-21   |  발행일 2013-06-21 제40면   |  수정 2013-06-21
[공포특집] 성형·최면·웹툰…기발하고 독특한 공포가 온다
기발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인 옴니버스 형식의 ‘무서운 이야기 2’.

공포영화 시즌이 돌아왔다. 때 이른 여름 무더위로 공포영화의 개봉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가운데, 여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상공세도 시작됐다. 시장을 선점하려는 이들 영화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포진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화의 진입을 힘겹게 만든다. 하지만 나름의 생존전략을 구사한 공포영화는 보다 흥미롭고 다채로운 이야기와 소재로 그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전통호러에서부터 스릴러, 리얼공포, 잔혹한 하드고어까지 장르도 무척 다양하다. 올 여름 새로운 공포물을 기다리는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갈증을 해소시킬 만한 차림표다. 그 대표작들을 뽑았다.


◆ 심령술판 식스센스 ‘이머고’

‘이머고’는 초자연 심리 스릴러물이다.

텅 빈 아파트에 사는 한 가족에게 닥쳐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련의 미스터리한 사건과 그 속에 숨겨진 원혼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가는 과정을 담는다. 연출을 맡은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은 ‘이머고’를 공포영화의 장르적 순수성을 담은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했다. 그는 한 가족에게 닥친 위협과 공포, 그 안에 숨겨진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구조를 철저히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문법으로 풀어갔다. 그 과정에서 다큐멘터리 장르를 결합시킨 건 주효했다.

과학자 집단이 사흘 동안 조사를 벌이며 초자연적 현상을 기록한다는 설정 아래, 아파트 안에서 공포를 겪는 가족과 과학자집단의 세밀한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파운드 푸티지’기법으로 사용된 16종류의 최첨단 카메라는 미스터리를 추적해가는 극중 과정을 더욱 사실적인 공포감으로 만들었다.


◆ 웰메이드 공포 시리즈 ‘무서운 이야기2’

매년 축소되고 있는 한국 공포영화 시장에 ‘무서운 이야기2’는 새로운 모멘텀이 되고 있다.

기존의 틀을 과감히 벗어난 다양한 공간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세운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서운 이야기2’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죽음 그 이후의 세계를 기발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김성호, 김휘, 정범식, 민규동 감독 각자의 개성 있는 시각과 스타일이 반영됐다. ‘절벽’에서는 절벽이 죽은 자들의 공간으로 그려지고, ‘사고’에서는 귀천신당이라는 동양적인 사후세계의 공간이 등장한다.

‘탈출’에서의 사후세계는 현실과 비슷해 보이지만 훨씬 기이하고 끔찍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444’에서는 현실의 모든 것을 어둠 속으로 빨아들이는 미스터리한 세계로 표출된다. 독창적 스토리와 섬세한 미장센으로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감독들의 의기투합인 만큼 더욱 강력해진 공포를 체험할 수 있을 듯.


◆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과 공포 ‘닥터’

[공포특집] 성형·최면·웹툰…기발하고 독특한 공포가 온다
‘닥터’.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아름다워지기 위한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현 시대에 ‘닥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영화는 부인의 외도를 목격하게 된 성형외과 의사가 숨겨왔던 본능을 발산하며 관계된 사람들에게 복수를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만큼 범행과정은 충격적이다. 성형외과에서 사용되는 수술용 기구 등이 살인도구로 변해 극도의 공포감을 선사하고, 곳곳에 깔려있는 복선은 지능적인 장치와 함께 차별화된 스릴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엘리트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의 내면에 감춰져있는 양면성과 폭력성이 일거에 표출됐을 때, 얼마나 더 참혹한 야수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평소 부드러운 이미지의 김창완이 싸이코패스 의사로 분해, 섬뜩한 눈빛과 광기 어린 연기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 범죄 생중계 ‘더 콜’ 리얼타임 스릴러

‘더 콜’은 911요원 조던(할리 베리)과 납치된 소녀 케이시와의 통화를 통해 범죄가 생중계되는 과정을 리얼타임으로 보여준다.

구조를 받는 입장과 구조를 하는 입장이 서로 다른 여성을 이야기의 중심축에 놓고 그 과정을 서스펜스와 스릴러적 긴장감으로 채워간다. ‘더 콜’은 이처럼 서로의 얼굴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직 목소리에만 의지한 채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제한된 설정이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히 영화 ‘몬스터 볼’을 통해 흑인 여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할리 베리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된 소녀가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에 휩싸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조던의 심리적 불안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내며 극의 긴장감을 한층 높였다.


◆ 웹툰, 현실이 되다 ‘더 웹툰:예고살인’

[공포특집] 성형·최면·웹툰…기발하고 독특한 공포가 온다
‘더 웹툰 : 예고살인’.

‘더 웹툰: 예고살인’은 웹툰 속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색다른 공포적 체험을 안겨준다.

자신의 잘못이 웹툰을 통해 공개되는 순간 의문의 죽음을 맞는 피해자들, 그리고 그에 얽힌 충격적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영화는 예측을 뛰어넘는 반전과 함께 짜릿한 공포와 스릴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웹툰을 활용한 다양한 방식의 시각 효과는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감각적인 공포감과 긴장감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웹툰의 이미지와 이야기가 영화 속 실제 인물들과 절묘하게 오버랩되는 비주얼 효과는 독창적이다.

섬세한 공포 연출이 돋보였던 ‘분홍신’의 김용균 감독은 공포영화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더 웹툰: 예고살인’을 통해 여실히 입증하며 충격적 비밀을 담은 공포 스릴러를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엉뚱하고 털털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온 이시영의 새로운 모습도 주목할 만 하다.


◆ 공포의 상징 ‘라스트 엑소시즘 : 잠들지 않는 영혼’

[공포특집] 성형·최면·웹툰…기발하고 독특한 공포가 온다
‘라스트 엑소시즘 : 잠들지 않는 영혼’.

‘라스트 엑소시즘 : 잠들지 않는 영혼’은 악령의 제물이 된 소녀가 겪게 되는 초현실적 공포 스릴러다.

엑소시즘 시리즈 중 최고의 공포를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은 1편 ‘라스트 엑소시즘’에서 주인공 넬의 몸 속에 존재하는 실체가 악령이라는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다면, ‘라스트 엑소시즘 : 잠들지 않는 영혼’에서는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넬이 보호소에 들어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끔찍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는 악령과, 그럴수록 점점 더 거세지는 엑소시즘은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된 스토리와 잔혹해진 공포를 펼쳐간다.

기존에 선보였던 페이크 다큐 형식에서 탈피한 과감하고 화려한 연출력도 돋보인다. 지난해 ‘매달녀’가 큰 이슈가 되었다면, 올해는 엑소시즘의 트레이드마크인 ‘꺾녀’의 부활이다.


◆ 지상 최악의 사이코 패스 등장 ‘체인드’

‘체인드’는 희대의 연쇄 살인범이 피해자의 자식을 살인자로 사육하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다.

어릴 적 연쇄 살인범 택시기사에게 납치된 팀은 그가 엄마를 폭행하고 살해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후 팀의 발목에는 사슬이 묶이게 되고, 그때부터 연쇄 살인범의 살인을 도우면서 성장해간다.

이 영화는 세계3대 판타스틱 영화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시체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살인소설’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인간 카멜레온’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사이코 패스의 소름 끼치는 일상을 완벽히 재연해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신예 이몬 파렌은 감금의 피해자인 동시에 계속되는 노예 생활과 살인 교육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게 되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연출은 컬트 무비의 1인자로 잘 알려진 데이빗 린치 감독의 딸이자 감독인 제니퍼 챔버스 린치가 맡았다.


◆ 최면이라는 이색 소재의 ‘꼭두각시’

[공포특집] 성형·최면·웹툰…기발하고 독특한 공포가 온다
‘꼭두각시’.

‘꼭두각시’는 환영을 보는 매혹적인 여인 현진(구지성)과 그녀에게 위험한 최면을 거는 의사 지훈(이종수)의 치명적 파국을 그린 스릴러다.

막연하게 미신이나 비과학적인 것으로 오해됐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들어 최면은 의사, 심리학자들이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치료의 목적으로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이에 착안한 ‘꼭두각시’는 의학적으로 금기된 ‘후최면’이라는 소재와 빙의 컨셉을 도입해 한층 더 과감하고 독특한 공포를 선사한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