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 남았다. 내년 7월1일은 대구·경북이 새롭게 출발하는 날이다. 6·4지방선거를 통해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공식 데뷔한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물론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들이 모두 포함된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지역의 발전을 이끌 새 TK(대구·경북)의 리더들인 셈이다.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구·경북의 현실을 감안하면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대구·경북에 활력을 불어넣을 막중한 책임이 있다.
이병석 국회 부의장은 최근 아시아포럼21 주최의 토론회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도 격차지만, 비수도권의 경제권도 서열화되고 있는데 TK(대구·경북)는 하위권”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대한민국의 ‘변방’으로 전락하고 있는 TK의 현주소에 대한 냉정한 지적이다. 가뜩이나 대구는 20년째 GRDP(1인당 지역내 총생산)가 전국 꼴찌다. 또 지역별 내부 교통량 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은 1986년에 비해 2011년 현재 21배 늘어난 반면 전남은 101배, 충남은 75배, 경남은 47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구·경북의 어려운 현실을 돌파할 새로운 리더십의 출현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연 TK의 리더들이 갖춰야 할 리더십은 무엇일까.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의 리더십 유형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정치·경제적 자원은 빈약해도 혁신성이 엿보이는 ‘혁신가형’, 강력한 정치력과 풍부한 재원을 가지고 문제해결에 나서는 ‘사업가형’, 정치력과 재원을 가지고도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보스형’, 자원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지방정부 정책 수립에 소극적인 ‘중개인형’으로 구분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분석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단체장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대구·경북의 현실에 맞는 단체장의 리더십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대구·경북 단체장의 경우 중개인형에 속하는 단체장이 많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가 태반인 데다 관리형으로 불리는 관료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대구만 하더라도 8명의 기초단체장 가운데 4명이 관료 출신이다. 곽대훈 달서구청장, 이종화 북구청장, 이진훈 수성구청장, 임병헌 남구청장이 대구시 고위 공무원을 지냈다. 김범일 대구시장도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상당수가 소극적이거나 보스형으로 현실에 안주한다는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윤순영 중구청장은 혁신가형, 이재만 동구청장은 사업가형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될 정도다. 경북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방자치제가 처음 시행되던 시대와 지금은 전혀 다르다. 당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와 지방간 불균형이 심하지 않았다. 관리형 단체장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역동성이 필요하다. 단체장 리더십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변화가 필요”공감대…새 리더십 주목
윤순갑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행정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이 단체장을 맡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관료 출신의 단체장은 아무래도 창조적 리더십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대구·경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지방 리더들의 리더십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대구·경북에 새로운 리더십이 나타날 것인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호영 새누리당 대구시당 위원장(수성을)은 “현재 대구가 많이 침체돼 있다. 단체장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이지 못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의 선택을 받으려는 리더들은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주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소통하는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역동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철우 새누리당 경북도당 위원장(김천)도 “더는 경북이 우물 안 개구리가 돼선 안 된다. 경북이 퇴락했는데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단체장들이 많다. 경북을 되살리는 용기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역동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TK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경제계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경북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TK 지역의 정치적 편식이 오히려 지역을 고사시키고 있다. 정치적 독점으로 긴장과 견제의 균형추가 거세됨에 따라 지역 사회를 폐쇄적인 이해관계의 담합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정치적 지향점과 상관없이 중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공(公)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지역 유통업체 한 임원은 “지역 경제에 대해 지속해서 관심이 있으면서 정치적 고려 없이 지역 경제계를 도울 수 있는 능력과 의지, 실천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며 “대기업들이 꼼수 영업을 해도 법규가 없어 어쩔 수 없다고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도움을 주는 방안을 스스로 찾아내거나 지역 업체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대구지역 제조업체 한 대표는 “대기업 유치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지역의 작은 중소기업들이 힘을 합쳐 대기업 같은 큰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공단 내 협동화 단지 건설 등 인프라 지원에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며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리더십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의 한 고위 공무원은 “허풍보다는 내실을 기할 수 있고, 자기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또 하드웨어적 측면보다 소프트웨어 쪽을 충실히 채울 수 있는 역량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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