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사는 국민은 1시간50분 비행위해 인천공항까지 7시간 버스를 타야합니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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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7-20  |  수정 2013-07-20 08:19  |  발행일 2013-07-20 제1면
■ 변변한 국제공항 없는 경북 농민들의 ‘산넘고 물건너’ 일본연수 가는 길 동행취재
지방에 사는 국민은 1시간50분 비행위해 인천공항까지 7시간 버스를 타야합니다
4박5일간의 일본 연수를 위해 지난 8일 새벽 전세버스에 오른 경북지역 농민과 관계자들이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억지로 잠을 청하고 있다. 연수 일행들은 지방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날 꼬박 18시간의 일정을 소화해 내야만 했다.

대한민국 20세 이하 청소년축구 대표팀이 ‘터키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라크에 석패했던 지난 8일 오전 3시를 좀 넘긴 시각, 기자는 경북도청 광장에 있었다.

경북지역 농민과 농협, 경북도, 시·군 관계자들의 일본 이와테현 집락영농 연수를 취재하기 위해 안동에서 오는 전세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연수 참가자와 포항에서 2시간 전에 출발해 도청에 도착한 농민 등과 함께 기자는 3시30분쯤 45인승 전세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에는 1시간30분 전 안동에서 출발할 때 탑승한 5명의 연수 참가자들이 이미 타고 있었다. 대구 탑승자가 많아 버스가 안동에서 대구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기자는 몇 컷의 사진촬영 후 잠을 청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전세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연수생들도 잠을 못 이루다 4시30분을 전후해 겨우 잠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버스가 상주지역 연수생을 태우기 위해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휴게소에 잠시 멈추면서 모두 다시 잠을 깨고 말았다.

4시50분쯤 문경휴게소를 출발한 버스는 7시20분쯤 영종도 신도시에 도착했고, 연수생들은 한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7시50분쯤에야 인천국제공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경북도청을 출발한 지 정확히 4시간20분 만이다. 집에서 나온 시간을 감안하면 5시간 이상 걸린 셈이다.

일본연수 일행은 오전 10시발 일본 센다이행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에서 쇼핑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9시30분을 전후해 항공기에 탑승했다.

인천공항에 갑자기 내린 소나기 때문에 기상악화로 활주로에서 20여분간 대기하던 아시아나 항공기는 오전 10시25분 이륙했고, 심한 요동과 함께 일본으로 향했다.

잠을 거의 못잔 데다 버스와 항공기에 시달려서 일까, 기자뿐만 아니라 연수생 대부분은 기내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일부 연수생은 약간의 탈진증세까지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1시 이전에 집을 나섰다는 포항 봉자마을(마을기업)의 김춘화씨(59)는 기내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동료로부터 수지침까지 맞는 등 큰 고생을 감내해야만 했다.

1시간50여분간 하늘을 난 항공기는 낮 12시15분쯤 센다이공항에 도착했다.

김씨는 “얼마전 병원신세를 진 데다, 새벽도 아닌 밤 늦게 집에서 나와 거의 12시간을 버스와 비행기에서 지내다 보니 몸에 탈이 난 것 같다”며 “지방에 사는 죄인지는 모르겠지만, 1시간50분 거리의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만 7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날 일정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적지않은 시간이 걸린 입국수속을 마치고 일본 남규슈대학 강경규 교수와 합류한 일행은 오후 1시30분쯤 센다이공항을 출발, 첫 연수지인 이와테현의 농사조합법인 ‘애그리 히라이즈미’에 오후 3시20분쯤 도착했다.

일본 집락영농에 대해 2시간여 동안 관계자로부터의 설명과 함께 현장을 둘러본 일행은 다시 1시간여를 버스로 달린 뒤 6시30분쯤에야 겨우 이와테현 오슈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포항과 안동에서 출발한 연수생들은 18시간 만에 달콤한 휴식을 맛볼 수 있었다.

연수생인 의성 맑은농장 토실이버섯 박민서 대표(31)는 “국토교통부에서 남부권 신공항에 대해 수요조사를 실시한 뒤 건설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자 수도권 언론이 벌떼처럼 나서서 신공항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등의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한 번이라도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본다면 그런 소리는 못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수도권 사람만 사는 게 아니다. 지방에 사는 국민의 이런 마음을 수도권 사람들은 알란가 모르겠다”고 꼬집어 말했다.

귀국할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2일 오전 8시50분 이와테현 모리오카시 숙소를 출발한 일행은 꼬박 12시간40분이 지난 이날 밤 9시30분이 돼서야 경북도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긴 노정에 모두들 파김치가 된 상태였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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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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