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征韓論의 그림자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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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20   |  발행일 2013-08-20 제31면   |  수정 2013-08-20
20130820

요시다 쇼인(吉田松陰·1830~59). 에도 막부시대 서른의 젊은 나이에 처형된 그는 엄청난 조선멸시관을 갖고 있던 자였다. 일본제국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 소위 ‘진구황후(神功皇后)의 삼한정복설’을 사실인 양 강조하며 임나일본부의 재건론을 주장했다. 또한 임진왜란의 합리적인 필연론을 펼쳤다.

감옥에서 쓴 ‘유수록(幽囚錄)’에서 요시다는 “삼한(三韓)을 정복하고 몽고를 섬멸하여…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벌(伐)함을 되풀이하여…북으로는 만주의 땅을 분할하고, 남으로는 대만과 여송(呂宋·필리핀)을 거두고…”라며 정한론(征韓論)의 필연성을 역설한다. 특히 그는 제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조선 정벌의 첫 단계로 삼림자원과 어족이 풍부한 울릉도와 독도를 먼저 침입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기도 했다.

서구 열강에 의해 개항되고 불평등한 조약으로 각종 이권을 탈취당했던 일본을 보며 요시다는 똑같은 방법으로 조선·만주·몽고·중국 등을 침략해 보상받아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아제국주의(亞帝國主義)적인 속성을 보여준 이러한 사상구조는 메이지유신의 핵심인물인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 기도 다카요시(木戶孝允) 등에게 그대로 전승됐다.

아베 일본총리가 지난 13일 야스쿠니가 아닌 요시다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는 평소 요시다를 존경해 왔다고 한다. 왜곡된 역사에 심취해 있고 침략적 사고로 무장된 바로 그 20대 청년을 말이다. 신사 앞에 쪼그려 앉아 두손을 모은 모습에서 ‘아베식 정한론’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베 총리가 연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한 사례로 ‘한반도 유사시’라는 문구를 명시할 것이라고 한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아닌 동맹국이 공격을 받아도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다. 누가 그런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는 건지 웃기는 얘기지만, 결국 유사시 북한을 공격하고 한반도 북쪽에 일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속셈이다. 아베가 존경하는 요시다, 그 요시다의 제자가 바로 한국 식민통치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다.
변종현 주말섹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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