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천하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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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29 07:39  |  수정 2013-08-29 07:39  |  발행일 2013-08-29 제16면
스마트폰 10대 중 8대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애플은 이미 ‘종이 호랑이’ 신세
안드로이드 천하

최근 미국의 IT 전문 조사기관인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 대수를 기준으로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단말의 비중은 79.3%를 기록했다. 이는 10대의 스마트폰 중 8대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1년 전 69.1%에 비해 10%포인트가 넘게 증가한 것이다.

또 최종 소비자에 대한 판매량을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한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56.9%였지만 1년 뒤인 올해 1분기의 경우에는 74.4%로 대폭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양 사의 조사 결과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 즉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대세이며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팬텍과 일부 자급제 휴대폰 대부분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하고 있다.

태블릿PC에서도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상승하고 있다. 본격적인 태블릿PC 시장을 열며 지배자라 불리었던 애플의 iOS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최근엔 30%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애플 점유율은 60%를 넘었으나, 안드로이드는 올해 넥서스 시리즈의 선전과 중국 및 대만 업체의 저가 태블릿 공급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가 단독으로 약 20%를 차지하며 역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점유율이라면 안드로이드는 이미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을 거의 독점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모바일 산업을 좌우할 통제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구글이 이런 안드로이드의 높은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모바일 관련 산업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서기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안드로이드의 모바일 정복은 구글 세상의 예고편’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미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체제가 관련 산업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력을 가늠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지배적 사업자의 선의에 영원히 기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서 연구위원은 “모바일 산업에서 금액 기준으로 볼 때 가장 비중 있는 부분은 통신 서비스와 단말 제조업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실질적으로 모바일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이들 거대 산업이 아니라 거의 공짜로 주어지는 OS”라며 “현재 모바일 OS는 단순히 OS로서 단말 작동을 위한 플랫폼으로 작동할 뿐만 아니라 단말의 규격을 결정하고 해당 단말에서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기준이 된다. 나아가 검색과 콘텐츠의 공급에 영향을 주는 등 사실상 모바일 산업 전체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미운털이 박힌 기업이나 그 기업이 속한 시장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당시 인터넷 시대의 선도 기업인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거의 퇴출시킬 수 있었다.

그는 또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산업 전체로 지배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이미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으며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히려 애플 iOS가 현재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제2의 안드로이드를 노리는 OS들이 아직 부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폰 OS는 노키아라는 과거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업체를 파트너로 맞아 윈도의 명성이 모바일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도 시장점유율은 3%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은 바다, 타이젠, 리눅스, 우분투, 파이어폭스 OS 등 다른 모든 신생 모바일 OS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너무 늦게 시장에 들어왔고, 그래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풍부한 앱과 서비스 그리고 소비자들의 이용 습관을 뒤집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안드로이드는 OS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산업 전체의 지배를 시도하려 할 것이다. 때문에 성장단계에 있는 지금이 국내 업체들로서는 가장 최적의 대비 시기로 지적되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독점적 플랫폼과 싸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또 다른 플랫폼을 구축해 지배 구조를 깨트리는 것이며, 타이젠이나 웹 OS와 같은 새로운 진영을 지원해서 안드로이드의 독점을 견제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기존의 단말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제조 그 자체를 플랫폼화하는 방법 또한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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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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