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 등 서방세계를 대상으로 한 유화공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서방세계 일각에서도 해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무함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게재한 ‘서방은 외교에 등을 돌리지 않아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서방세계가 용기를 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재의 대결국면을 종식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협상 실패는 양측 극단주의자들의 입장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타미의 이 기고문은 로하니 대통령이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68차 유엔총회 연설을 하루 앞두고 게재됐다.
로하니 대통령도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테헤란에서 가진 연설에서 왜곡된 이란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아쉬하르 파르하디, 현재 투옥 중인 개혁가 모스타파 타즈자데 등 이란 내 지식인들과 시민단체 인사 500명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란의 유화 제스처에 화답할 차례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이란 주요 인사들의 촉구는 로하니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과 전격 회동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국제 사회의 추측대로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되면 이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34년 만에 양국 간 첫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에서 개막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며, 같은 날 로하니 대통령도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뉴욕에서 무함마드 자파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 핵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애쉬튼 대표는 자리프 장관이 오는 26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34년 만에 처음으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밤 자리프 장관과 만나 핵문제, 시리아 사태 등과 함께 양국간 외교관계 회복 문제 등을 놓고 회담했다.
헤이그 장관은 회담 직후 “이란과 대결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며 “양국관계 개선방안을 놓고 협의했으나 서두르지는 않는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영국 관리들은 이란과 추가회담 일정이 확정돼 있지는 않지만 양국 외교관들이 조만간 구체적인 관계 회복방안을 논의하는 회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화해조짐에 힘입어 이란 화폐 리알화의 가치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아바즈’의 조사결과, 미국인의 74%, 이란인의 80%가 미국과 이란 정상 간 만남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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