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배우다’ 통해 영화배우로 거듭난 가수 이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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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0-28   |  발행일 2013-10-28 제22면   |  수정 2013-10-28
“‘영화배우 이준’으로 남고파, 아이돌도 포기하고 싶지 않고…”
‘배우는 배우다’ 통해 영화배우로 거듭난 가수 이준


열정과 에너지는 이준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인기리에 활동 중인 아이돌그룹 ‘엠블랙’의 멤버로, 또 ‘닌자 어쌔신’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했을 때도 그의 열정과 에너지는 남달랐다. 하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이준의 궁극적인 목표는 배우다. 어려서부터 연기에 대한 욕망이 각별했던 그는 장래희망을 맹목적으로 떠올렸던 또래와 달리 이미 배우가 되기 위한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연기하는 게 좋았다. 중학생 때부터 영화를 열심히 보러 다니고, 무용과 연기 연습을 했다. 하면서 아주 즐거웠기 때문에 그 꿈이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배우 이준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닌자 어쌔신’ 이후 ‘정글피쉬2’(2010) ‘아이리스2’(2013)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그의 주 무대는 어디까지나 음악과 예능이었다. 그런 그에게 ‘배우는 배우다’는 김기덕 감독의 말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이야기, 사연 모두를 스크린에 표출할 수 있는 배우’임을 여실히 입증한 영화다. 아이돌 출신의 배우로선 파격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그는 한 배우의 인생을 통해 성공과 좌절이라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 “시나리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오영이 지닌 연기를 향한 집념과 열정이 나와 많이 닮았다”는 이준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보다는 자신감이 앞섰다”고 했다. 분명한 건 대중은 이 영화를 통해 그를 진정한 배우로 인정할 것이라는 점이다. 배우로 화려한 도약을 예고한 이준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 배우의 흥망성쇠를 다뤘다는 점에서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이 영화는 연예계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한편으론 배우를 직업으로 선택한 한 남자의 인생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타락하고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초심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 어떤 일을 하든 초심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연예계에서 많이 힘든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딱히 살면서 잘못한 것도, 힘든 것도 없지만 ‘배우는 배우다’의 대본을 읽는 순간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만 반대로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톱에 가까운 극 중 오영은 신인이 소화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캐릭터다. 그만큼 감독이 당신을 신뢰한다는 얘기인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에 임했나.

“지금까지도 모르겠다. 감독님이 왜 나를 캐스팅하셨는지. 내가 감독의 입장이라면 나를 캐스팅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연기 검증도 안 됐고, 특히 이 영화의 경우는 기존 배우들도 부담감을 느낄 만큼의 연기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더더욱 신인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기했고,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나는 많은 부담을 가졌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한 것 같다.”

-결과물에 만족하나.

“지금까지 세 번을 봤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커다란 스크린에 내 모습이 많이 비치니까 기분은 묘하더라. 내용도 안 들어오고 그냥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평이 좋아서 마음이 놓였다. 영화도 그렇지만 나를 귀엽게 봐줘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내가 걱정한 건 영화보다 내 연기력이었는데 그 부분을 좋게 평가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힘을 얻었다. 지금은 자신감이 10%에서 90%까지 올라간 상태다.”(웃음)

-솔직히 당신의 연기력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틈틈이 연기공부를 했나.

“사실 경력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연기공부를 한 지는 10년째다. 16살 때부터 부모님을 상대로 연습을 해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되게 웃긴 게, 어머니도 연기에 대해 전혀 모르시지만 당신이 느낀 대로 얘기해주면 그것을 나는 마음에 새겼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연기는 오버를 해야 그게 연기’라는 말씀이다. 그래서 거의 5년 이상을 오버 연기만 했다.(웃음)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게 ‘닌자 어쌔신’이다. 제대로 배운 것도 그때 연기 선생님을 만나면서다. 현직 배우인데, 지금까지 멘토처럼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시는 분이다. 요즘은 선생님의 인생강의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연기에 대한 한(恨)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연기에 대한 욕망이 더 생겼을 듯도 한데.

“맞다. ‘닌자 어쌔신’을 찍고 4년 정도의 공백이 있었다. 그동안 시나리오가 좀 들어오긴 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다 못하게 됐다. 그래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더 심해지긴 했다. 이 영화가 고마운 게, 그동안의 공백에 대한 갈증을 풀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연기를 경험할 수 있어서다. 이제 겨우 한 계단 올라섰다. 어떤 작품을 하든 더 발전되고, 정말 기대가 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연기력이 뛰어난데…
연기공부한 지 10년째
주로 어머니 상대 연습
‘닌자 어쌔신’ 촬영때
좋은 멘토 만나 본격 공부

실제로도 반듯한가…
진지한 얘기 자주 해
주위서 그렇게 얘기
예능 속 모습도 거짓 아냐

아이돌 후배에게…
연기활동 하고 싶다면
진심을 다해 했으면…

이준에게 연기란…
인생의 전부라 여겨져
힘들지만 그만큼 재밌어

-연기할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

“모두 어려웠다. 모든 신이 정말 다 부담됐다. ‘이건 좀 편하게 할 수 있겠다’ 또는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난 항상 찍기 전에 ‘망했다’, 또 다음 신에도 ‘망했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특히나 오영의 감정 기복이 심했고, 좋을 때는 좋지만 타락이라는 것은 아직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라 공감이 잘 가지 않았다. 게다가 혼자서 극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했다. 베드신도 주변에서 부럽다고 했는데, 사실 부럽기보다 정말 고되고 힘든 연기였다. 다행인 건 선배님들께서 나에게 모든 대사를 맞춰주시고 나를 중심으로 따라와 주셨다. 영화가 더욱 완성도 있게 나온 건 그런 선배님들 덕분이다.”

-매우 재밌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끌렸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그랬지만 이건 진짜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첫 신이었다. 보자마자 확신이 서더라. 물론 녹록지 않은 역할이라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긴 했다. 독백연기고 처음부터 연극적인 콘셉트라 자칫 잘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더라. 큰일이 날 땐 나더라도 이건 내가 꼭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오디션을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99세까지 연기를 하겠다고 말했는데.

“웃기려고 한 말은 아니다. (연기를) 오래 하면 좋겠다는 게 내 진심이다. 나는 인생의 성공이 톱스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에게 인정을 받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또 오래도록 하고 싶다. 살아남는 사람이 승자라고 하지 않나. 그래서 90세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 거다. 배우의 장점은 정말 죽기 직전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선생님 소리도 듣고 싶고, 그러면서 내 경험을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99세까지 활동을 한 후 나머지 1년은 요양을 하고 싶다. 나 스스로에게 99년 동안 잘 살아줬다는 상을 주는 거다.(웃음)”

-이후 러브콜이 많이 올 것 같은데 가수와 병행할 생각인가. 만약 하나를 선택한다면.

“솔직히 예전부터 최종목표는 배우다. 하지만 가수도 배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일이다. 가수 또한 노래와 춤으로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연기 때문에 가수일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 무엇보다 우리 팀원들이 다 좋고 착하다. 지금으로서는 나의 꿈보다는 팀의 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꿈을 다 이루고 나면 그땐 나의 꿈을 생각해볼 생각이다.”

-인생을 걸 만큼 연기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내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 확신이 생기는 것 같다. 힘들지만 그만큼 재밌다.”

-연기를 꿈꾸고 있는 아이돌 출신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도 많이 느끼는 부분인데 실력을 떠나서 진심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 진심을 다한 연기는 언젠가는 평가를 받게 돼 있다고 생각한다.”

-‘반듯하다’는 느낌이다. 그런 얘기를 듣는가.

“술자리에서 그런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진지한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재미없다고들 한다. 대부분은 예능에서 보는 모습과 너무 다르다며 이상하게 생각하더라. 물론 예능에서의 모습이 거짓은 아니다. 그 역시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물론 이성적인 만남이다. 솔직히 이제껏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다. 그게 문제다. 여자친구가 있으면 감정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텐데. 이제 누구라도 부담 없이 접근해 줬으면 좋겠다.”(웃음)

글·사진=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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