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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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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설·남일해·신세영·도미·방운아 등 수두룩…대구가수 1호는 고화성

경주에 배호‘마지막 잎새’ 노래비…‘굳세어라 금순아’ 교동시장서 탄생

1953년 남인수가 유니버샬레코드에서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녹음할 때 사용한 국내 최초의 8밀리미터 마그네틱 녹음 테이프가 달린 녹음기. 당시 녹음기사였던 이경순씨가 소장하고 있다가 공개한 것이다.
백년설노래비.
◆불멸의 향토 출신 옛가요 가수들

성주 출신의 백년설(白年雪·본명은 이갑룡, 나중에 이창민으로 개명)이 좌장급.

생가는 성주읍 예산3리 414번지. 1980년 12월6일 65세로 타계했다. 그를 위한 제1회 백년설 가요제가 2003년 성밖숲 특설무대에서 열렸지만 그의 친일문제 때문에 가요제가 중도하차한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그에게 영광을 준 ‘나그네 설움’은 ‘항일적’이었다. 38년 태평양 악극가무단의 혜산진 공연 때 보천주재소 습격사건 용의자로 찍혀 백년설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맞은편 경기도 경찰부 고등과로 끌려가서 곤욕을 치른다. 이를 지켜본 조경환(김천 출신. 필명은 고려성. 나화랑이란 예명을 가진 작곡가 조광환이 친형)과 함께 광화문 뒷골목에서 통음을 한다. 술 취한 백년설이 ‘한국 사람은 모두 나그네 같다’는 넋두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담뱃갑 포장지에 적어 내려간 노랫말이 나그네 설움이다. 그는 자존심이 너무 강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자기 생일기념 리셉션장에서 축가를 불러 달라는 부탁까지도 고사했다.

1940년대 초반부터 50년대 중반까지 그의 기반은 대구였다. 집은 봉산문화거리 근처에 있었다. 동양철학에도 관심이 많아 피란 온 역술가 김삼만 수하에서 성명학을 공부한다. 49년 대봉동에서 ‘청동원’이란 고아원도 설립한다. 운영자금을 벌기 위해 동아백화점 맞은편에서 목재상까지 꾸려갔다. 아내 때문에 여호와의 증인의 맹신자가 된 그는 숨지기 전 담농염 때문에 세 번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교리 때문에 수혈을 거부했다. 55년에는 대구 동원예식장에서 두 번째 부인 심연옥(‘아내의 노래’를 부른 가수)과 혼례를 올린다.

대구 가수 1호는 누굴까.

바로 성주군 수륜면 출신의 고화성(본명 배경희)이다. 수성구 파동의 한 한옥에서 말년을 보낸 그는 한국연예협회 대구경북지부 10·11대 지부장을 지냈으며, 한국연예협회 대구지부 가수분과 1호였다. 1946년 1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직된 ‘대구음악구락부’ 일원으로 도내 순회공연에 나선다. 부산에서 당대 최고 가수 남인수와 함께 레코드 취입 기회를 잡았지만 너무 연습한 탓에 NG를 연발해 꿈을 못 이룬다. 그는 대구에서 생겨난 오리엔터 레코드사를 통해 ‘삼팔선 야화’과 ‘꽃 피는 진주땅’을 SP판으로 낸다.

이 밖에 지역 출신 추억의 가수가 적잖다. ‘전선야곡’을 부른 신세영은 영남고 출신이다. ‘마음은 자유천지’ ‘경상도 사나이’ ‘인생은 나그네’ 등을 부른 방운아는 경산 출신이다. 계성고 출신인 도미는 ‘청포도 사랑’과 ‘하이킹의 노래’ 등을 히트시켰다. 미스코리아 손미희자의 오빠인 손시향은 경북고 출신으로 ‘이별의 종착역’(김현식이 재취입)과 ‘검은 장갑’을 불렀다.

샹송가수인 곽순옥도 대구 출신이다. 자신이 부른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드라마 ‘남과 북’의 주제가)는 80년대 중반 패티킴이 이산가족 상봉 때 리메이크해 빅히트한다.

60년대의 대박 가수는 단연 ‘빨간 구두 아가씨’를 부른 남일해(본명 정태호)다. 그는 58년 대건고 3학년 신분으로 대도극장(현 국민은행 남산동 지점)에서 열린 대구 오리엔트 레코드사 주최 전국음악콩쿠르에서 특등상을 받는다. 그의 집도 그 근처였다. 최초 히트곡은 61년 ‘이정표’였다. 한 동네 전축 1대 시절, 무려 7만여장이 팔린다. 하지만 훗날 영화사업에 빠져 재산을 탕진해 67년 백기를 들고 미국으로 갔다가 82년 귀국해 요즘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70년파로 대륜고를 나와 ‘과거는 흘러갔다’를 부른 여운도 대구가 고향이다. 한국의 레이 찰스로 불리며 ‘그 얼굴에 햇살’ ‘줄리아’ ‘어린시절’ 등을 히트시킨 이용복도 대구에서 태어났다. ‘기적소리만’으로 전국적 가수가 된 배성은 대륜고 출신.

‘향수’ ‘킬리만자로의 표범’ ‘꽃순이를 아시나요’ ‘진정 난 몰랐네’ 등을 작곡한 김희갑은 대구 대성고 출신. ‘울려고 내가 왔나’ ‘여고시절, 내 곁에 있어주’ ‘그대 변치 않는다면’ ‘마음 약해서’ ‘잊게 해주오’ ‘정든 배’ 등을 작곡한 김영광도 대구산(産)이다.

◆배호도 대구경북이 살렸다

경주시 현곡면 남사 저수지 앞에는 배호의 ‘마지막 잎새’ 노래비가 서 있다.

그 노래는 배호의 유작이다.이 노랫말은 경주시 현곡면 하구리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작사가 정귀문이 짓는다.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도 그가 작사했다.

‘마지막 잎새’의 노랫말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70년 늦가을 경주시 현곡면 현곡초등학교 후문 길을 거닐다가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에 달렸던 잎사귀가 힘없이 떨어지는 광경을 정씨가 지켜보게 된다. 그는 당시 그 학교 교장 딸을 좋아했다. 하지만 교장이 전근 가면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순간, 노랫말이 반짝 떠올라 낙엽에 가사를 적어 나간다. 배호는 그 음반이 나오기 7일 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세상을 떠난다. 그의 묘소는 경기도 송추 신세계공원에 있다.

임종까지 지켜봤던 작곡가 배상태는 성주가 고향이다.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춘단 공원’ ‘능금빛 사랑’ 등 배호 취입곡의 반은 그의 작품이다. 배상태는 배호와 한 집안으로 그의 삼종숙이다. 그는 대구로 와서 성광중(1회)을 졸업하고 KBS대구방송국 가수로 활동한다. 상경 전 남산파출소 옆 이병주·추월성 작곡사무실에서도 일했다.

배호는 원래 드러머 출신. 그런데 68·69년 영남일보 주최 제2·3회 서라벌가요대상에서 최우수 남자가수상을 수상하면서 가수의 길이 밝아진다. 둘은 70년 오픈한 동촌 카바레 무대(오후 8시30분, 10시30분 두 타임)를 축으로 지역 방송국에 돌아가는 삼각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당시 개런티는 이미자보다 배호가 더 많았다. 대구 숙소는 동인동 청수장 여관. 그는 거기서 옥이라 불리는 한 교장 딸과 밀애를 즐긴다. 2001년 11월 ‘배호를 기념하는 전국 모임 팬클럽’이 결성된다.

◆ ‘굳세어라 금순아’ 대구서 탄생

많은 이들은 현인의 빅히트곡인 ‘굳세어라 금순아’가 부산에서 태어난 줄로 잘못 알고 있다.

실은 대구시 중구 교동시장 강산백화점 골목길에서 우연찮게 탄생한다. 51년 여름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작곡가 박시춘, 여수 출신의 작사가 강사랑(훗날 대구연예협회 초대회장 역임), 가수 현인은 중구 화전동 자유극장 바로 옆 남선악기점 2층 오리엔트다방(박시춘 부인이 경영)을 사랑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날 강산면옥에서 냉면을 먹고 나오다가 악상과 가사가 동시에 터져나와 그 길로 2층 다방에서 녹음을 시작한다. 그 음반은 6·25전쟁기 유일한 레코드회사인 오리엔트 레코드(사장 이병주)에서 만든다.

◆현인·남인수 대구 당구장서 놀다

옛가수 중에 가장 당구를 잘 친 사람은 누굴까.

남인수다. 한창 때 1천 정도를 쳤다. 당시 현인은 200 정도. 둘은 대구 피란 시절 중구 향촌유료주차장(83년 대형화재가 난 디스코장 초원의 집 자리) 앞 당구장의 단골이었다. 훗날 남인수는 진주에서 당구장도 잠시 경영한다. 남인수는 대구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만경관에서 악극 공연 중에 광복 소식을 접하고 관객과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다.
이춘호 leekh@yeongnam.com 
▨도움말= 원로 작사가 정두수·이동순 영남대 국문학과 교수·이준희 성공회대 교수(KBS가요무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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