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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보습력으로 인해 피부 트러블계의 만능 제품으로 흔히 사용되는 바세린은 석유 굴착 부산물이 세계 최고의 피부보호제로 변모한 놀라운 발명품이다. 1880년대 바세린은 미국 모든 가정의 상비 연고가 될 정도로 널리 보급됐고, 15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애용되고 있다.
바세린의 탄생은 1859년 뉴욕 브루클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인 화학자 ‘로버트 취즈브로’는 석유 추출물에 관한 연구 차 새로 발견된 펜실베이니아의 유전으로 갔다. 당시 초기 단계였던 유류산업에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취즈브로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러던 중 취즈브로는 석유 굴착 작업 시 발생되는 ‘로드 왁스’라는 끈적거리는 물질을 발견하게 됐고, 이 물질이 손상된 피부를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전의 노동자는 이 로드 왁스를 피부에 문지르곤 했는데 상처 부위에 닿으면 신기하게도 지혈 작용과 치료 효능이 나타났다.
취즈브로는 이 로드 왁스를 자신의 연구실로 가져가 본격적인 실험에 돌입한다. 몇 년간의 테스트를 통해 깨끗하게 정제하는 작업을 거쳐 마침내 ‘페트롤륨 젤리’라는 물질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 페트롤륨 젤리를 물을 뜻하는 색슨어 ‘바소르(Wassor)’와 기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레온(Oleon)’을 합해 ‘바세린(Vaseline)’이라고 이름 붙여 판매하기 시작한다.
1880년대에 바세린은 미국 내 거의 모든 가정이 비치하는 제품이 됐고 베인 상처, 화상, 멍, 기저귀 발진, 건조한 피부 치료제 등에 사용되며 인기의 절정기를 맞게 된다. 당시 바세린은 전 세계적으로 1분당 1개꼴로 판매됐으며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인식됐다.
바세린은 보습효과가 우수해 건조해진 입술이나 발뒤꿈치, 무릎, 발바닥 등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함으로써 촉촉하고 부드럽게 해주었다. 특히 항균작용으로 화상이나 상처 등에 효과적이며 외부요인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매끄러움을 오랫동안 유지시켜 주는 효과가 탁월했다. 최초로 북극을 탐험한 로버트 피어리는 추운 곳에서도 얼지 않는 바세린을 탐험 시 지참했으며 제1·2차 세계대전 중에 부상병의 상처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19세기 말 취즈브로는 캐나다·영국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으며 1911년에 유럽·캐나다·아프리카에 공장을 설립했다. 55년에는 폰즈(Pond’s Extract Company)사와 합병해 취즈브로-폰즈사를 설립하고 아르헨티나·호주·브라질·인도 등으로 진출하며 성공궤도에 오른다.
70년대에는 의약품으로 굳어져 있던 바세린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자 화장품으로 광고하기 시작한다. 과거 바세린을 생각하면 파란 뚜껑의 사각통이 연상됐지만 현재는 여러 제품으로 응용, 리뉴얼돼 보디로션·풋크림·핸드크림·키즈샴푸·선크림 등 다양한 구성으로 선보이고 있다.
현재 바세린의 제품은 전 세계 60개 이상의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그 전통과 보습력은 15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지고 있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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