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어바웃 타임·컴퍼니 유 킵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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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06   |  발행일 2013-12-06 제42면   |  수정 2013-12-06

어바웃 타임 (장르:로맨틱 코미디 등급:15세 관람가)

과거-현재 오가는 시간여행 통해 완벽한 사랑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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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마다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부족함과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영화 ‘어바웃 타임’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고 흥분되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 팀(돔놀 글리슨)의 완벽한 사랑만들기다.

팀의 아버지(빌 나이)는 그가 스물한 살이 되자 비밀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대대로 자신의 가문 남자들은 성년이 되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 다만 미래는 갈 수 없고, 갔던 곳과 기억한 곳만 갈 수 있다. 과거로 가는 방법도 단순해서 벽장과 화장실 등 빛이 차단된 곳에 들어가 두 주먹을 쥐고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면 된다.

말주변이 없고 자신감조차 없는 팀은 이제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멋진 시간여행자가 된다. 조금은 설레고 두렵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말대로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이 능력을 사용할 계획이다. 목표는 일찌감치 정해졌다. 여자친구를 만들어 모태솔로를 탈출하는 일이다. 지금껏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 본 그는 이 능력을 활용해 사랑 지상주의자가 되기로 한다.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로맨틱 코미디에 접목시킨 또 한편의 기발하고 매혹적인 워킹 타이틀표 영화다. 주목할 건 ‘노팅힐’(1999)과 ‘러브 액츄얼리’(2003) 등으로 워킹 타이틀과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했던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오랜만의 랑데뷰라는 점이다. 감독 스스로도 커다란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을 만큼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이 영화는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달콤한 러브 스토리를 넘어 남녀의 사랑과 성장 그리고 가족애에 방점이 찍혀있다.

팀이 처음으로 택한 시간여행지는 새해맞이 키스도 제대로 못했던 지난해 송년파티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 만큼 당시의 아쉬움을 멋지게 마무리한 팀은 성공적인 첫 시도로 시간여행의 묘미를 알게 된다. 자신감을 얻은 김에 여름 방학차 집에 놀러온 여동생의 친구이자 첫사랑인 샬롯(마고 로비)에게도 이 능력을 사용한다. 하지만 두 번의 고백에도 보기 좋게 거절 당한 그는 ‘시간을 여행해도 억지로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사실 운명적인 만남은 뜻하지 않게 이뤄지는 법이다. 고향을 떠나 런던의 로펌에 취직한 팀 역시 브라인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 운명적인 사랑을 일궈간다. 굳이 시간을 되돌릴 필요가 없을 만큼 완벽한 만남이다. 대신 팀의 눈에 비친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운 결과는 그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완벽한 사랑을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능력은 잠시 그들을 향한다. 문제는 그 시점이 메리와의 만남과 묘하게 겹쳐진다는 점. 팀은 어쩔 수 없이 메리와의 관계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지만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난다.

‘어바웃 타임’은 이 모든 과정을 팀의 시점으로 전개해 나간다. 달콤한 로맨스뿐 아니라 가슴 뭉클한 감동이 더해진 이 이야기는 삶의 다양한 감정의 층위까지 밀도 있게 담아간다. 로맨틱 코미디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남성관객이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팀은 메리와 결혼하고 사랑의 결실도 맺는다.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같은 날을 두 번 살아보기도 하지만, 결혼과 아이를 통해 모든 일상이 기쁨으로 충만된 그의 삶에서 더이상 시간여행이 필요없음을 깨닫는다. 이미 그의 목표는 200% 이상 달성됐다.

완벽한 로맨스를 극 중에서 이룬 돔놀 글리슨과 레이첼 맥아담스의 캐스팅은 탁월했다. 두 사람은 실제 연인으로 착각할 만큼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눈빛과 감정선으로 극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덕분에 삶을 관통하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삶에 대한 성찰까지 아우른 ‘어바웃 타임’은 매 순간, 혹은 현재의 삶을 즐길 수 있는 확실한 팁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컴퍼니 유 킵 (장르:스릴러 등급:15세 관람가)

美 운동권 세대가 벌인 30년전 살인사건과 현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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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컸던 1960년대 후반, 과격 반전단체인 ‘웨더 언더그라운드’는 수 년간의 비폭력 시위에도 전쟁이 끝나지 않자 베트남전을 종결시키기 위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기로 한다. 그 일환으로 경비병 1명을 살해한 미시간 은행 강도사건을 일으킨다. 치밀한 조직망을 갖춘 이들은 실마리조차 남기지 않은 채 FBI의 추적을 완벽히 차단해 왔다.

그리고 30년 후, 미시간 은행 강도사건의 세 명의 용의자 중 한명인 샤론 솔라즈(수잔 서랜든)가 자수를 한다. 그동안 신분을 숨기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던 그녀는 “30년간 지옥같았다”고 자수동기를 밝힌다. 하지만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경비병의 죽음에 대한 양심의 가책일 뿐 당시의 신념은 변함없다”고 잘라 말한다. 샤론이 체포되자 FBI는 당시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됐던 이들의 행적을 다시 쫓기 시작한다.

뉴욕주 한적한 지역에서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인권변호사 짐 그랜트(로버트 레드포드)는 그 소식이 전해지자 불안해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사무실을 방문한 지역지 기자 벤 셰퍼드(샤이아 라보프)는 그의 본명이 닉 슬론으로 샤론과 공범임을 알게 되고, 이 사실을 기사화한다. 덕분에 전국적인 수배자가 된 짐은 자신의 어린 딸을 남겨 둔 채 의문의 도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짐의 과거를 파헤쳐 가는 과정에서 벤은 그의 도주에 의문점을 발견한다.

‘컴퍼니 유 킵’은 할리우드의 명배우이자 제작자 겸 감독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로스트 라이언즈’ 이후 5년 만에 직접 제작과 연출, 그리고 주연까지 맡은 작품이다. 이미 1980년 감독 데뷔작인 ‘보통 사람들’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그는 이후에도 ‘퀴즈 쇼’ ‘흐르는 강물처럼’ ‘음모자’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성공적인 평가를 일궈냈다. 특히 선댄스 영화제를 개최해 독립영화계를 위한 서포트를 아끼지 않는 그의 영화를 향한 열정은 압도적이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 영화의 모티프가 된 닐 고든의 동명원작 소설에서 21세기 판 레미제라블이 연상됐다고 말한다. 빵 하나를 훔치고 19년 동안 복역한 장발장이 탈옥을 한 뒤 가짜 신분을 만들고 가족과 함께 안정적인 삶을 살지만 과거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처럼, 주인공들 역시 30년 동안 가짜 신분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는 얘기다. 영화가 반전운동 자체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확고한 신념과 사상을 보여주기보다 이후 삶에 천착해 과거의 결정에 대해 도덕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준 건 그런 이유다. 그들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반전운동을 과격화시켰지만 끝내 전쟁을 막지는 못했다.

감독은 이를 미국사의 한 단면으로 묻어두는 대신, 진실을 쫓는 스릴러물로 영화의 방향을 정했다. 시대의 통증을 안고 위장신분으로 살아온 한 남자와 그의 진짜 정체를 밝혀낸 기자가 벌이는 치밀한 심리게임으로 말이다. 짐은 힘들게 오두막을 찾아온 벤에게 “비밀은 위험한 존재야. 하지만 비밀을 간직해 봤다면 비밀을 통해 누군가에 대해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추격 스릴러를 견지하고 있지만 이 영화의 진행은 빠르지 않다. 요즘 관객에게 익숙한 세련되거나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도 부재하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다. 긴박감과 스릴감으로 러닝타임을 채우는 대신, 철저하게 감춰진 사람들의 과거사를 통해 보이는 현재의 삶과 가족이야기는 그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많은 것을 덜어냄으로써 주제를 보다 명확히 하려는 선택과 집중에 대한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깊은 성찰로 읽혀진다.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들의 등장도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미미 루리 역으로 출연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줄리 크리스티를 위시해 수잔 서랜든, 리차드 젠킨스, 닉 놀테, 크리스 쿠퍼, 스탠리 투치 등의 조합과 벤을 연기한 샤이아 라보프와 로버트 레드포드의 연기호흡도 인상적이다. ‘컴퍼니 유 킵’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건재함을 다시금 증명한 영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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