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등 자동차 선진국도 울고 갈 최첨단 주행시험로

  • 정재훈,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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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09 08:04  |  수정 2013-12-09 08:07  |  발행일 2013-12-09 제2면
■ 이달 완공 대구 ‘지능형車부품시험장’ 미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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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표준인증 규격 중 30여개 항목을 인증 받을 수 있는 세계 최대 ITS 기반 지능형자동차부품시험장이 이달 중 완공을 앞두고 있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지능형자동차부품주행시험장에 설치된 특수로(위)와 등판로.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국내 자동차 연구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지능형 교통시스템)기반 지능형자동차부품시험장(이하 시험장)이 이달 중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완성차와 부품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은 민간업체의 시험장과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각종 기관에도 있었다. 하지만 ITS에 관한 국제 표준인증 규격 30여가지를 인증받을 수 있는 시험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대구에 건설될 시험장이 유일하다. 또한 이 시험장은 미국이나 독일 등 자동차 주요 선진국에도 없는 첨단 주행시험로도 갖춰 국내외 완성차 및 부품 업계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일대 39만4천545㎡ 부지에 건설되고 있는 시험장은 이미 인프라 전반이 완공됐으며 현재는 조경공사와 진입로 등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2014년 3월 정식 운영을 앞두고 있는 ITS 기반 지능형자동차부품 시험장을 미리 찾아가 봤다.

◆어떤 시설이 있나

4일 오후 대구국가산업단지 조성공사가 한창인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달성2차 산업단지를 지나 낙동강 부근에 진입한 뒤 덤프트럭의 왕래가 잦은 농로를 달리자 검은색 아스팔트 포장길이 펼쳐졌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을 제외하고는 포장 후 굳히기를 끝낸 아스팔트 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10여종의 코스가 설치된 시험장은 총 연장 3.7㎞다. ‘ITS 고속주회로’와 노면의 충격으로 내구성을 측정할 수 있는 ‘특수로’, 제동장치 관련 부품 수행과 타이어 연구가 가능한 ‘범용로’, 원형으로 각종 선회 주행 시 안정성 및 제동능력 등을 평가하는 시험로인 ‘원선회로’ 등이 있다.

시험장은 국제 표준인증 규격의 다양한 시험항목 수행을 위해 세계 최초로 전 구간에 근거리 전용 통신(DSRC), 무선랜 메시(mesh)와 차세대 무선 교통 통신인 웨이브(WAVE)기술도 갖췄다. 이 기술을 통해 차량과 차량 간, 차량과 센터 간 통신이 가능하며 무인 주행도 가능해졌다. 통합관제실에서는 전 과정을 CCTV를 통해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며 제어도 가능했다.

울퉁불퉁·급경사…온갖 조건 갖춘 세계최고 시험장

김칠환 현장소장의 안내로 시험장 전체를 둘러봤다. 일부에선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각 시험로에 진입할 때마다 출입 장치를 지나야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는 실제 운영 시에는 차량이 잘못 진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차장 게이트를 지나듯 허가된 차량에만 문이 열리게 해놓은 것이다.

처음 진입한 곳은 ‘특수로’ 구간의 벨지언로였다. 여기에는 울퉁불퉁한 타일이 약간의 경사를 이루며 깔려 있었다. 이는 벨기에에서 마차가 지나는 길이라는 뜻으로 타일에 경사가 있다보니 일반도로보다 차량에 몇 배나 더 큰 충격이 전달되는 구간이다. 벨지언로 옆에는 염수분무 시험로, 침수시험로, 빨래판로 등 노면의 상태를 다르게 해 시험할 수 있는 구간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구간을 지나 ‘범용로’인 직선 구간에 진입했다. 1.5㎞의 직선 거리를 고속으로 주행하다보니 상당히 짧게 느껴졌다. 이 도로는 시속 200㎞ 이상 주행이 가능했으며 폭이 40m로 상당히 넓어 슬라럼(지그재그로 주행하는 것) 시험과 급정거 등 다양한 시험이 가능한 곳이다. 직선 주행로 가운데에는 기존 아스팔트와 재질이 다른 소음 측정 구간도 있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시험장 끝 부분에 위치한 원선회로였다. 안쪽은 낮고 바깥쪽은 높은 경사진 원형 도로로, 차량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뱅크’라고도 불리는 이 구간에서는 전복시험, 선회 시험 등이 진행된다. 뱅크구간에서는 일반 차량의 한계치인 80㎞ 속도로 달려야 했지만 차가 기울어져 몸이 쏠리는 것을 대번에 느낄 수 있었다.

현병철 지능형자동차사업단 인프라구축 팀장은 “고속주행때는 핸들에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 일반 주행처럼 핸들을 잡고 있으면 오히려 전복되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2㎜ 정도의 물이 있는 도로를 달리는 하이드로플래닝 구간과 등판 주행 시험이 가능한 등판로도 완성돼 있었다.

울퉁불퉁하고 경사진 노면
시속 200㎞ 주행 가능한 도로
2㎜ 정도 물에 잠긴 도로 등서
국제 인증규격 32개 항목 시험
악천후 환경 테스트도 준비중

매번 해외 시험장서 검사하던
부품·타이어업계 문의 빗발
자동차 부품 산업 관련
대구서 ‘원스톱 서비스’ 기대

◆ 기대를 모으고 있는 다양한 기능

시험장에서는 지능형자동차부품 및 ITS 특화시험에 관한 국제 표준인증 규격(ISO/TC 204)의 시험항목 총 36개 중 29개 항목을 직접 시험할 수 있다. 또한 3개 항목은 시험장 크기 문제 등으로 불가능해 시뮬레이션 장비로 대체됐다. 이 장비들이 인증을 받으면 총 32개 항목 시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보통 2~3개 항목에서 최대 10개 항목을 보유한 다른 국가의 시험장비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준으로, 세계 최초이자 최대 시험장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대구시와 재단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눈과 비, 혹서기와 혹한기 등 악천후 환경 재현 테스트 환경 구축도 목표로 하고 있다.

시험장은 완성차 업계는 물론이고 대규모 시험로를 갖추지 못한 부품 및 타이어 업체의 이용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계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넥센타이어<주>는 최근 시설 이용 장기계약을 했으며 국내외 완성차와 부품 업체들도 이달 중 입주할 계획이다.

시험장에는 국·시비는 물론 민간 기업의 출자까지 약 97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건설 및 운영을 위해 2008년 설립된 <재>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이 건설 전반을 책임졌다.

또 재단에 속한 에스엘<주>, 한국델파이<주>, <주>평화발레오, 경창산업<주>, <주>삼보모터스 등 43개 부품기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시험장 건립에 참가했으며 현대자동차그룹, 르노삼성자동차 등 완성차와 현대모비스, 넥센타이어 등도 특별회원사 자격으로 함께 한다. 재단은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되는 내년부터 시험장 운영을 전담하는 기관인 ‘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원’으로 조직을 바꿀 예정이다.

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은 지역에서 자동차 부품 관련 산업의 모든 분야가 이뤄질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체들의 개발 연구는 테크노폴리스에서, 시험·인증은 시험장에서, 생산은 국가산업단지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선봉 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 지능형자동차사업단장(계명대 기계자동차공학과 교수)은 “이번 첨단주행시험로 준공으로 자동차 제작사나 부품사가 해외 시험장에 투입했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한 “이번에 스페인 IDIADA상호인증의 길이 열리면서 시험장은 지역 자동차 부품 수출 업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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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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