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주시청 소속 우슈 선수 유상훈이 새해엔 반드시 만리장성을 넘겠다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
국제대회 잇단 우승 문턱서 좌절
“中 선수와 결승전이나 8강서 만나
은메달 아니면 노메달… 늘 아쉬움”
180㎝ 넘는 키에도 민첩한 공격 탁월
“우슈는 곧 나… 땀 흘릴 때 가장 행복”
“말띠 해 세계 챔피언이 되겠습니다.”
연초부터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 입소한 유상훈(25·영주시청)이 밝힌 새해 포부는 짧지만 강렬했다.
동료와 함께 선수촌에서 매일 10시간 이상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그의 하루는 이른 아침 체조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시작한다. 이어 온몸을 흥건히 적신 구슬땀이 식기도 전 훈련장에서 파트너와 연습경기를 펼친다. 마치 실전같은 타격감이 전해진다.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란다. 평소에 쌓은 훈련이 실전에서 성패를 가르듯 유상훈은 ‘실전 같은 훈련만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믿고 있다.
유상훈은 그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톈진동아시아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유상훈은 연이어 말레이시아우슈세계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또 2012년 베트남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모두 금메달 문턱에서 우슈 종주국인 중국 선수에게 번번이 밀려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의 새해 포부가 짧고 강렬할 수밖에 없는, 절실함의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유상훈은 올해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각오다.
우슈는 경기 전 상대 기선제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 눈을 노려보며 공격할 포인트를 빠르게 포착해 손·발로 넘어뜨려야 이길 확률이 높다.
“그동안 중국 선수와는 결승전에서 만나거나 아니면 아예 8강 이전에 만났어요. 그렇다보니 은메달 아니면 노메달인 경우가 적지 않았어요. 중국의 문턱을 넘기 위해 이렇게 피땀 흘리고 있습니다.”
유상훈은 180㎝가 넘는 키가 인상적이다. 다리와 팔의 근육, 그리고 왕(王)자가 새겨진 복근까지 우슈로 단련돼 있었다.
유상훈을 지도해온 이일식 감독(영주시청)은 “상훈이는 키가 커 동작이 느릴 것이라는 선입견을 주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민첩하고 공격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중국 선수와의 실전에서 비록 패하긴 하지만 이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유상훈에게 이제 필요한 건 중국에 대한 징크스를 극복하는 것.
중국 고유 전통무술의 하나인 우슈는 최근 마니아 층을 확보한 K1이나 격투기와 유사하다. 하지만 선수 층이 다양하고 훈련 시설이 많은 중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경기다. 우슈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크게 연기 종목인 ‘투로’와 대련 종목인 ‘산타’로 나눠 기량을 겨루는데 유상훈은 산타 선수다.
신체 충돌과 접촉이 많은 산타는 적잖은 인내와 고통을 요구한다. 상대와 부딪히다보니 부상도 다반사다. 경기가 끝나면 온몸에 통증을 느낄 만큼 격렬한 스포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상훈은 우슈를 그만 둘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우슈는 저의 모든 것입니다. 우슈에 집중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은퇴하더라도 후배를 육성하고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올해 25살 말띠인 유상훈은 때묻지 않은 순수한 아마추어지만 큰 포부를 갖고 있었다. 남들이 잘 가지 않은 길에서, 우슈라는 조금은 낯선 종목에 인생 전부를 건 것이다.
어릴 적 강원도 동해에서 살았던 유상훈은 중3 때 처음 우슈를 접했다. 당시 또래 친구들과 태권도처럼 겨루기 형태로 우슈를 배웠는데 그것이 본격적으로 몰입하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엔 우슈로 국가대표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한다.
“뭐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오늘 이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현재 영주시청 소속 우슈선수단은 유상훈을 포함해 10명. 대부분 유상훈처럼 20대다. 자유를 누리며 즐기는 것을 우선시하는 젊은 세대이지만 모두 우슈를 통해 하나가 된다.
“올해 국내외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의 한(恨)을 풀고 싶습니다. 영주와 경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슈 선수로서 희망이 되겠습니다.”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