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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생태계서비스의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시와 숲유치원협회가 공동 운영하는 숲유치원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남구 앞산 고산골에서 나무타기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
인류가 멸망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종말론자들이 말하는 외계 행성과의 충돌, 3차 세계대전, 거대 태양폭풍 등.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인한 인류 멸망이다.
생태계는 마치 자전거의 바퀴처럼 인류가 오염시킨 공기와 물, 흙을 깨끗하게 정화한다. 생태계가 제공하는 기본적 요소를 활용해 인간은 농사를 짓고, 공장을 가동하고, 전력을 생산해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생태계가 이 같은 서비스(물, 공기, 햇볕 등)를 더 이상 제공할 수 없게 된다면, 인류도 유지될 수 없다. 이런 최악의 경우가 바로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의 중단이다.
◆도시발전의 첫 번째 조건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유무형의 자연 혜택을 입고 있다. 우리의 주식인 쌀만 해도 그 자체가 자연의 혜택이다. 여기다 쌀을 생산하는 논은 폭우시 홍수를 예방하는 저장고 역할과 동시에 지표 온도를 낮추는 기능을 한다. 미꾸라지나 물장군 등 다양한 생물의 서식공간도 제공한다. 논이 있는 멋진 풍경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이러한 자연의 혜택을 유지해주는 생태계 서비스는 이제 도시경쟁력의 필수조건이 됐다. 생태계 기능에 대한 서비스 개념이 도입되면서 생태계의 가치가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 복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 새천년생태계평가(MA : Millenium Ecosystem Assessment, 2001~2005)에 따르면 인류에 의해 야기된 멸종 속도가 자연상태보다 100~1천 배 빠르며, 다음 세기까지 조류의 12%, 포유류의 25%, 양서류의 32%가 멸종할 것으로 전망했다. 깨끗한 환경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이 도시 잠재성장력의 기준이 된 셈이다.
MA에 따르면 인류가 생태계로부터 받는 서비스는 공급·조절·문화·유지·문화적 서비스로 구분된다.
공급 서비스는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량, 목재, 섬유, 연료 등으로 이러한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으면 생명이 살 수 없다. 원초적 서비스이다. 조절 서비스는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환경 중심으로 생태계가 조절하는 기후, 홍수, 질병, 물의 정화 등이 포함된다. 유지 서비스란 생태계가 자생하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 지속 기능을 의미한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물적, 무생물적 요소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구는 다른 도시에 비해
넓은 녹지와 많은 가로수 갖춰
폭염과 혹한이 사라진 것도
10년 넘은 녹화사업의 결실
달성습지·안심습지 등 활용
생태관광과 축제 만들어야
생태계 서비스 수준 조사 등
정책적 노력 뒷받침 돼야
마지막으로 문화적 서비스는 삶의 질과 매우 연관이 높다. 자연이 주는 심미적, 정신적, 교육적, 레크리에이션 기능이 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인간의 복리가 유지된다.
그렇다면 복리는 어떠한 요소가 있을까. 복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일반적으로 안전, 풍요로운 생활의 기본 재료, 건강, 훌륭한 사회적 유대 등이다.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안전, 자원 이용의 확실성, 재해로부터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또한 삶이 풍요롭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생활 조건과 충분한 영양이 공급돼야 하며, 건강과 사회적 연대와 상호 존중이 중요하다. 이러한 생활의 복리는 모두 생태계가 주는 서비스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2010년 이후 인류는 지구가 1년에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의 1.4배를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즉, 지금과 같은 소비패턴과 환경파괴가 계속될 경우 인류가 위기에 처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잠재력 충분한 대구
전문가들은 대구가 생태계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생태계 서비스를 본격화하기에는 정책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대구는 다른 도시에 비해 넓은 녹지를 갖고 있고, 도심 가로 곳곳에 분포된 가로수는 생태계 네트워크의 가교역할을 한다. 또 팔공산과 대덕산, 비슬산, 낙동강, 금호강, 달성습지, 안심습지 등은 우수한 생태자원을 갖고 있다.
특히 대구시 산림면적은 행정구역 전체 면적의 55%(4만8천974㏊)로 특별시·광역시 중 울산 다음으로 넓다. 도시공원도 760개소에 2만4천613㎡로 대구 전체 면적의 2.5%에 이른다.
실제 여름철의 폭염과 겨울의 혹한은 대구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이런 날씨를 접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대구시가 10여 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녹화사업이 거둔 결실과 무관치 않다. 대구가 생태계 서비스의 혜택을 보는 대목이다.
충분한 자연조건에 비해 정책적 뒷받침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의 생태계 서비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조사는 전무한 상태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데이터 확보를 통해 도시발전의 기본틀을 만들어가는 정책적 자세가 필요하다.
또 대구를 생태적 도시로 인식시킬 수 있는 생태관광, 생태축제가 없다. 생태계 서비스의 경제적 측면에서 효과가 있는 생태관광이나 축제는 달성습지, 안심습지, 맹꽁이 등을 활용할 경우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가로수만 해도 주변환경과 어우러지는 토착수종보다는 단순히 보기 좋고, 병충해에 강한 수종을 심는데 치중했다.
석호영 영남대(생명과학과) 교수는 “대구의 녹지면적이 다른 도시에 비해 넓다고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살기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과 생태계 서비스의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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