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동하는 대구 지능형자동차부품시험장 둘러보니…

  • 정재훈,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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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02 07:15  |  수정 2014-04-02 07:16  |  발행일 2014-04-02 제3면
직선주로 시속 160㎞ 달리다 U자 구간 진입 120㎞로 통과
20140402
1일 대구시 달성군 지능형 자동차 부품 시험장에서 승용차가 뱅크구간을 시험 주행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전 세계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구시험장(옛 ITS기반 지능형자동차부품시험장)’이 본격 가동된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에 부지 면적 39만4천545㎡ 규모로 조성된 대구시험장은 총 사업비 975억원(국비 355억, 시비 583억, 민자 37억), 사업기간 8년이 소요된 대규모 공사였다. 지난 2월 완공 후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달부터 상업 운영을 시작했다. 2일 준공식을 마치면 공식 운영에 들어가게 된다. 시험장 운영을 맡고 있는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은 1일 기자들을 초청한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고 완성된 시험장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준공식에 앞서 시험장 내 주요 시설을 둘러봤다.


◆ 다양한 주행환경 완벽하게 시험

1일 오전 10시30분, 관계자들을 태우고 대구시청을 출발한 버스는 신천대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을 거쳐 40분 만에 현풍IC에 진입했다. 출발 전 시험장과 대구 시내가 그다지 멀지 않다는 대구시 관계자의 설명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달성2차산업단지를 지나 대구국가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인 달성군 구지면 일대를 달리던 중 주행시험장이라는 조그만 표지판이 보이자 버스는 콘크리트 포장의 농로로 들어섰다. 이후 약 400m를 달리자 자동차 경주용 서킷과 같은 시원한 도로가 펼쳐졌다.


지능형교통시스템 기준 국제 표준인증 34가지
모두 인증받을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시험장

통합관제실에선 비디오게임 같이
드라이빙 휠 통해 무인주행도 가능

현풍IC∼시험장 교통 불편 개선해야


먼저 찾아간 곳은 관리동. 3층 통합관제실에 들어서자 창문을 통해 시험장 전 구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또한 통합관제실에서는 시험장 모든 구간에 설치된 CCTV와 실시간 운영 현황 등을 모두 살펴볼 수 있었으며, 비디오게임과 같이 드라이빙 휠을 통해 실제 차량 제어도 가능했다. 이는 다양한 시험항목 수행을 위해 세계 최초로 시험장 전 구간에 근거리 전용 통신(DSRC)과 무선랜 기술인 메시, 차세대 무선 교통 통신인 웨이브(WAVE)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무인 주행은 물론 차량과 차량, 차량과 센터 간 통신도 가능하다.

설명이 끝나고 진흥원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시험장 주요 구간을 돌아봤다. 먼저 각 시험로에 진입할 때마다 차단장치를 지나야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다양한 시험이 진행되다 보니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허가된 차량에만 문이 열리도록 한 것이다.

차단장치를 지나 ‘ITS고속주회로’에 진입했다. 총 길이는 3.68㎞로 직선과 곡선이 혼합된 이 구간은 고속 주행시 내구성 및 안정성을 시험하기 위한 곳이다. 직선로는 고속도로와 같이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편도 3차로·왕복 6차로로 조성됐다. 진흥원 관계자의 안전벨트를 확인하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량은 100㎞/h를 넘어섰고 최고 160㎞/h로 내달리자 직선구간 1.5㎞가 상당히 짧게 느껴졌다. 이 도로는 시속 2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직선 구간이 끝나자 차량 광고에 자주 쓰이는 ‘뱅크’ 구간이 나타났다. U자 형태의 180도 각도로 휘어진 이 구간은 코너 안쪽은 낮고 바깥쪽은 높은 경사진 곡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기는 전복시험, 선회 시험 등이 시행되는 곳이다. 원래 직선의 고속을 유지하며 통과해야 하지만 동승자들을 고려해 이날은 시속 120㎞로 코너를 순식간에 통과했다. 차가 기울어진 만큼 몸이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뱅크구간에서는 시속 80㎞로 달린다면 별다른 조향 없이 주행이 가능했다. 뱅크 구간 사이에는 2㎜가량의 물이 고여있는 도로를 달리는 하이드로플래닝 구간과 언덕길을 통해 등판능력 시험이 가능한 등판로가 눈에 띄었다. 등판로는 총 3개였으며 각각의 각도는 12도·20도·30도였다.

이후 노면의 충격으로 내구성을 측정할 수 있는 ‘특수로’에 진입했다. 먼저 진입한 곳은 벨지언로로, 400m 길이의 도로에 울퉁불퉁한 타일이 설치돼 불규칙한 경사를 통과하는 구간이었다. 벨기에에서 마차들이 지나는 길이라는 뜻으로, 타일에 경사가 있다 보니 일반도로보다 차량에 몇 배나 더 큰 충격이 전달되는 구간이다. 벨지언로 옆에는 빨래판로와 장파형로로 벨지언로와 같이 노면의 상태를 다르게 해 각종 부품의 내구성과 승차감을 시험할 수 있는 구간들이 있었다.

다음으로 진입한 곳은 침수로였는데, 이곳은 총 3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폭과 깊이를 서로 다르게 했는데, 이는 조그마한 웅덩이부터 실개천까지 다양한 환경을 시험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시승 차량이 60㎞/h로 침수로를 통과하자 사방으로 물이 퍼져나갔다.

제동장치 관련 부품 수행과 타이어 연구가 가능한 ‘범용로’에서는 실제 차량 시험이 한창이었다. 이 구간은 폭이 40m로 상당히 넓어 슬라럼(지그재그로 주행하는 것) 시험과 급정거 등 다양한 시험이 가능하다. 범용 주행로 가운데에는 타 아스팔트와 재질이 다른 소음측정 구간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차량-도로 연계 시험로는 실제 교차로를 보는 듯했다. 편도 2차로·왕복 4차로로, 신호등과 횡단보도 등 실제 도로와 같이 구성된 이 구간은 각종 지능형 기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LG전자에서 충돌회피 시스템을 시험하는 등 대기업에서부터 지역 부품업체들까지 찾아오는 가장 인기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세계 최고 시험장으로 우뚝

자동차 주행 시험 및 부품을 시험하는 곳은 국내에서도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여러 곳에 있다. 하지만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지능형 교통시스템) 기준 국제 표준인증 규격 30여 가지를 인증받을 수 있는 시험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대구시험장이 유일하다. 대구시험장은 지능형자동차부품 및 ITS 특화시험에 관한 국제 표준인증 규격(ISO/TC 204)의 총 37개 항목 중 34개를 시험할 수 있다. 3개 항목은 시험장을 2배로 키워야 해 시험동 시뮬레이션 장비로 대체됐다. 이는 2~3개 항목에서 최대 10개 항목을 보유한 다른 국가들의 시험장비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준으로, 세계 최초이자 최대 시험장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대구시와 재단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눈과 비, 혹서기와 혹한기 등 악천후 환경 재현 테스트 환경 구축도 목표로 하고 있다.

시험장은 완성차 업계는 물론이고 국내외 자동차 부품 업체의 이용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용료도 타 시험장들의 60~70% 수준으로 저렴해 중·소 업체들로부터 환영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험 운영기간에 벌써 6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성과를 냈다. 넥센타이어<주>는 10년 동안 장기 계약을 맺었으며, 3월말 현재까지 20여개 업체가 계약을 맺고 운영을 시작했다.

개선해야 할 점도 있었다. 현풍IC부터 대구시험장까지 가는 길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지난 10월 조성 전 시험장을 찾았을 때는 완공되기 전이라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날 역시 시험장 진입로는 찾기가 힘들었다. 대구시 관계자들과 함께 간 버스였지만 진입로를 찾지 못해 좁은 농로를 힘들게 되돌아 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대구시와 재단은 지역에서 자동차 부품 관련 산업의 모든 분야가 이뤄질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업체들의 개발·연구는 테크노폴리스에서, 시험·인증은 시험장에서, 생산은 국가산업단지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는 8월쯤 자동차부품연구원 대구경북연구센터도 시험장 내에 들어선다면 기업들의 시험장 이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선봉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장은 “그동안 시험장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스페인 IDIADA와 같이 지역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대구시험장(Daegu Proving Ground)’이라 이름지었다. 앞으로 시험장을 통해 전 세계에서 대구를 자동차 부품의 도시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시험장은 각종 부품의 시험 및 인증 기관으로 역외 기업 유치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시험장을 활용한 지능형 자동차부품의 기술력 제고로 지역 자동차 부품 산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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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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