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력 뛰어난 전문성우 ‘러브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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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07   |  발행일 2014-04-07 제22면   |  수정 2014-04-07
■ 애니메이션 더빙의 판도가 바뀌나
‘겨울왕국’흥행 힘입어…정확한 발음 등 다시 주목
대중의 관심받는 연예인과 스크린 뒤 목소리 경쟁
전달력 뛰어난 전문성우 ‘러브콜’
장광·박지윤·김미숙·이순재·류승룡.(사진 왼쪽부터)

애니메이션 더빙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연예인들의 더빙이 애니메이션의 흥행을 좌우할 만큼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해왔다면, 최근에는 ‘겨울왕국’의 흥행을 계기로 전문 성우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 역시 ‘겨울왕국’의 성공요인을 “친숙하게 들어왔던 목소리와 작품에 어울리는 연기가 적절히 혼합된 결과”라고 말한다. 따라서 몇몇 작품성이 중시되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캐릭터의 특성과 감정을 보다 완벽하게 표현해내기 위해 전문 성우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아직 대세는 연예인의 더빙이다.

#전문 성우, 영화의 급을 높이다

성우는 사전적 의미처럼 ‘목소리로 연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목소리 연기도 또 다른 창작 활동인 만큼 정확한 발음과 전달력, 호흡 등을 구사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훈련을 요한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연예인들의 더빙은 대사 전달의 어려움과 함께 원작이 주는 의미와 감동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도 ‘겨울왕국’ 이후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위해 전문 성우를 써야 한다는 의견이 팬들 사이에서 급격히 힘을 얻고 있다.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선판매되며 화제를 모았던 ‘넛잡: 땅콩 도둑들’ 역시 전문 성우들이 더빙을 담당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성우는 장광이다. ‘도가니’ ‘광해’ ‘26년’ 등 연달아 흥행작에 출연하며 명실공히 충무로 대표 신스틸러로도 활약하고 있는 장광은 이를 포함, 35년간 성우로 활동하고 있는 녹록지 않은 내공의 소유자다. ‘슈렉’ ‘눈의 여왕’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더빙은 물론, 지난해 개봉한 ‘피노키오: 당나귀 섬의 비밀’에선 영화 속 노래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목소리의 연금술사’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나이를 더 먹으면 제페토처럼 늙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노래 더빙이 특히 신선하고 새로웠다”고 말했다. 노래 더빙으로 친다면 ‘겨울왕국’의 안나 역의 박지윤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라푼젤’의 라푼젤과 ‘넛잡: 땅콩도둑들’의 여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진 그녀는 KBS 공채 31기로 성악과 출신. 엘사 역의 소연 역시 성우 데뷔 전 3년간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을 만큼 예사롭지 않은 경력을 자랑한다. 소연은 “아직까지 더빙이 아동용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더빙은 더빙만의 매력이 있다. 자막이 없으니 화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성우가 부여한 색다른 캐릭터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쿵푸팬더’의 포,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플린트 락우드 역의 엄상현, ‘new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변영희 등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연예인 더빙, 여전한 대세

물론 애니메이션 더빙은 여전히 연예인이 그 중심에 있다. 특히 개그맨, 아이돌 가수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캐스팅은 친밀감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게 사실이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자막영화보다 더빙영화에서 30% 정도 관객수가 많은 편”이라며 “이는 성인 관객들이 더빙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타 캐스팅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경우를 보더라도 인기 애니메이션인 ‘슈렉’(마이크 마이어스, 카메론 디아즈), ‘쿵푸팬더’(더스틴 호프만, 안젤리나 졸리, 잭 블랙), ‘해피 피트2’(일라이저 우드, 로빈 윌리엄스, 브래드 피트) 등의 작품에서 스타들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타 캐스팅은 홍보와 마케팅 면에서도 유리하다. 실사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예고편이나 오프라인 광고 외에는 뚜렷한 홍보창구가 없었지만 더빙에 참여했던 연예인들이 최근에는 홍보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연예인 더빙은 원작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이를 의식한 할리우드는 극 중 캐릭터에 부합되는 스타를 먼저 캐스팅한 후 그들의 입모양과 표정, 몸짓의 특징을 살려 그림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반면, 후시 녹음을 해야 하는 국내 제작시스템은 원작의 제맛을 살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비싼 개런티를 감수하며 연예인을 캐스팅하는 이유는 바로 ‘투자한 이상으로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 때문이다. 롯데 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의 목소리는 익숙하고, 친근하고, 호감을 갖기 쉽다. 그들을 부각시켜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연예인 더빙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류승룡, 노홍철, 유재석 등에 이어 최근에는 그 인기를 입증하듯 ‘꽃할배 4인방’으로 통하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도 가세했다. 그들은 과거 후시 녹음 시절부터 연기를 해온 베테랑 연기자들로, 그들이 참여했던 애니메이션 ‘저스틴’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역시 “더빙판 중 역대 최고”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부모들도 아주 재밌게 봤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방송 다큐멘터리와 영화 예고편도 우리 몫

TV에선 스타의 목소리가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TV 다큐멘터리와 몇몇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담당하며 ‘재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 스타들의 각기 다른 목소리의 ‘결’은 실제로 다양한 느낌을 표현하는 연출 도구로 적극 활용돼왔다. 특히 작품과 스타의 목소리 간 호흡이 잘 맞으면, 작품의 재미나 감동은 배가 된다. 과거 KBS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와 최불암의 목소리는 환상호흡을 자랑해 호평을 받았고, MBC 휴먼다큐 ‘사랑’에 참여한 채시라, 하희라의 목소리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 MBC ‘북극의 눈물’의 안성기, ‘남극의 눈물’의 송중기, ‘아마존의 눈물’의 김남길은 다양한 목소리 연기로 원작의 감동을 120%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중견 PD는 “연기자에게 내레이션을 맡기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며 “제작진으로서는 프로그램 자체를 종합적인 측면에서 더 효과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뿐, 성우냐 연기자냐는 판단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외화의 예고편 내레이션에도 국내 연기자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17일 개봉할 ‘페이스 오브 러브’에는 연기는 물론, 라디오 프로그램 MC를 통해 기품 있고 안정적인 목소리를 인정받은 김미숙이 참여했다. 김성령은 ‘다이애나’에서 우아하면서도 힘찬 목소리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종혁 또한 ‘벨과 세바스찬’을 통해 친근하고 다정한 매력을 발산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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