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6·4지방선거 책임감 있는 선장 선출해야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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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29   |  발행일 2014-04-29 제30면   |  수정 2014-04-29 08:10
[취재수첩] 6·4지방선거 책임감 있는 선장 선출해야

최근 전국적인 세월호 여객선 침몰 애도 분위기 속에 지방선거가 멈춰섰다. 특히 봉화지역의 경우 기초단체장 선거에 박노욱 봉화군수만이 출마의 뜻을 밝히고 있어 ‘이미 선거가 끝났다’는 분위기 속에 세월호 참사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한창 주민과 만나 인사하고, 자신의 정책을 알리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던 예비후보자의 모습은 종적을 감췄다.

급기야 세월호 참사의 전 국민적 애도 분위기로 인해 새누리당 경북도당은 지난 20일 각 지역의 경선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가 24일 경선일정 시한을 30일로 정하고, 경선일정과 선거운동을 대폭 축소해 진행할 예정이다. 경북도의원 봉화선거구 경선도 연기됐다. 현재 새누리당 공천은 지난달 단독 신청한 박노욱 군수만이 확정된 상황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공천이 늦어지면서 지방선거를 치르는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도 비상이 걸렸다. 세월호 침몰이 직접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공약을 알릴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유권자 역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되는 셈이다. 이는 곧 후보 간 정책이나 공약, 인물 비교 없이 단순히 지연, 혈연 등으로 형성된 ‘연고성 선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특히, 참신한 정치 신인보다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지역의 토호나 현역이 당선될 가능성이 커져,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첫 출사표를 던진 한 후보는 “설상가상이다. 하루 24시간도 모자란 상황인데, 선거운동을 못하니 답답한 심정”이라며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애도하는 마음가짐으로 차분하게 정책 홍보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정가는 세월호 여파가 “기존 현역이 인지도에서 신진 인사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로 세대교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선거라는 것이 세대교체, 인물교체만을 위해 치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이번 6·4 지방선거의 무관심이 곧 투표율 하락을 낳을 것이고, 이는 민의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몇몇 인사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민의가 실종된 선거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지금은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에 대한 깊은 애도의 마음과 유족에 대한 따뜻한 손길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애도의 마음이 자칫 선거에 대한 회의론으로는 번지지 않아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유권자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후보가 누구인지, 지역의 특성에 맞게 차별화된 발전 전략을 내세우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찾아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방선거는 우리 지역의 향후 4년을 이끌어 갈 ‘선장’을 선출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의 교훈은 ‘무책임한 선장 한 사람이 엄청난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봉화 황준오 2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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