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펜디드 메탈 업체 ‘에스케이더블유’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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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07  |  수정 2014-05-07 07:51  |  발행일 2014-05-07 제15면
금속 늘여서 그물모양 제품, 해외에서도 기술력 인정받아
익스펜디드 메탈 업체 ‘에스케이더블유’
칠곡군에 위치한 에스케이더블유 공장 생산 모습. <경북PRIDE상품지원센터 제공>

익스펜디드 메탈(Expanded Metal)은 얇은 열연강판 또는 코일 소재의 금속을 자르고 늘여 그물모양으로 만든 제품을 뜻한다. 필요한 만큼의 금속을 찢어 당기기 때문에 프레스 기계로 찍어내는 일반 금속 제품과 달리 재료 손실이 거의 없어 환경 친화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재료의 두께나 모양에 따라 건축용 제품, 공기정화필터, 산업설비, 공작기계, 자동차, 선박 등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익스펜디드 메탈 기술을 활용한 제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몇 개 되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금속을 늘이는 것이 아니라 경도와 강도 등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칠곡군에 위치한 에스케이더블유<주>(대표 정원기·이하 SKW)는 익스펜디드 메탈 기술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출범 10년만에 중견기업 우뚝
LG전자 1차 협력업체로 납품
종이 이용 기술 특허도 진행


◆ 필터·TV 부품 생산

익스펜디드 메탈 업체 ‘에스케이더블유’
정원기 대표

2003년 문을 연 SKW는 갓 10년을 넘긴 비교적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익스펜디드 메탈 업계의 중견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 업체의 대표 제품은 필터에 쓰이는 철망이다. 경북 PRIDE상품으로 지정된 두께 0.4㎜ 이하의 공기정화 필터용 철망 제품은 익스펜디드 메탈 기술로 제작된 것으로, 미국의 Wallner사와 함께 미국 시장의 80%의 점유률을 차지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 제품은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주된 이유는 미국은 온돌 방식의 국내와 달리 공기를 데워 난방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방에는 공기필터가 달려있어 대부분의 대형마트에서 관련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을 정도다. 필터의 수명은 3개월 정도이며 장기간 산불 등이 발생하면 교체 시기가 빨라져 제품의 수요는 항상 높다. 국내에서도 공기정화 필터가 대중화된다면 관련 제품의 수요는 높아질 것으로 SKW는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 업체는 LG전자의 1차 협력업체이기도 하다. 현재 익스펜디드 메탈 기술을 이용해 TV 외부를 감싸는 압출 밴딩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LG전자와 협의를 통해 제품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익스펜디드 메탈을 활용한 부품들은 디자인과 제품 원가 등 타 업체와 차별화된 특징을 자랑한다.

SKW는 최근까지 ISO9001·2000,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증은 물론 대구·경북지방 모범중소기업상, 중소기업청장 표창, 대한상공회의소 표창, 수출 500만불탑, 벤처기업 유공자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최근 익스펜디드 메탈 관련 설비를 미국으로 보내 설비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이 업체의 올해 매출은 130억원 정도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젊은 대표의 열성으로 성장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며 미국에서도 소수의 업체만이 생산하는 익스펜디드 메탈 기술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었던 것은 정원기 대표의 열성 덕분이다. 아버지가 경영하는 SKW의 모회사 ‘삼광전자’의 창고 말단 직원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1년 뒤 해외 무역 부서의 업무를 맡으며 해외 산업계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 익스펜디드 메탈 기술에 관심이 있던 삼광전자는 관련 업계 1위 기업인 미국 Wallner와 접촉했고, 정 대표의 오랜 기간의 노력 끝에 기술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었다.

그는 “설립 당시 업체를 설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물론, 한 달 정도 제품 생산에서부터 관련 설비를 직접 제작하는 것까지 모두 배운 뒤에야 실무 협의가 시작됐다”며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당시 Wallner는 아시아로 가면 기술이 유출될 것이라는 인식에 설비 이전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제품을 조립하고 배우려는 모습을 확인한 뒤부터는 무조건 신뢰와 믿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립 초기 역시 쉽지 않았다. 당시 초기 불량은 60%까지 높아져 컨테이너 6대 수출품의 불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대표가 미국까지 바로 날아가야 하는 해프닝도 겪어야 했다. 이는 기계가 미국에서 생산되고 방식도 미국 기준을 따르다 보니 인치와 마일 등의 단위와 일부 생산 용어가 국내와 달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금 미국의 불량률이 5% 정도지만 SKW의 불량률은 1% 미만으로 오히려 국내에서 관련 기술을 배워가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SKW는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한 단계 도약을 준비 중이다. 먼저 금속이 아닌 종이로 만든 익스펜디드 페이퍼(extended paper) 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 특허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현재 미국에서 피자 배달 시 포장용기에 사용되는 피자 세이버(Pizza Saver)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중국 수출과 전자 및 필터 외 타 분야로도 진출을 앞두고 있어 2~3년 내 매출은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표는 “중소기업의 경우 연구·개발한 제품이 양산으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손해가 막심하다. 하지만 기업이 지속해서 생존할 수 있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책임감 있는 CEO로서 글로벌 기업과 일하며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SKW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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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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