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비봉산(飛鳳山) 의성군 다인면·해발 579.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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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16   |  발행일 2014-05-16 제39면   |  수정 2014-05-16
정상길 가마바위 맑고 쾌청한 날엔 상주·문경쪽 산천 한눈에 들어와
[최원식의 산] 비봉산(飛鳳山) 의성군 다인면·해발 579.3m
정상을 오르면서 만나는 가마바위. 3~4평 남짓한 평평한 바위인데 오르면서 최고의 전망바위다.
[최원식의 산] 비봉산(飛鳳山) 의성군 다인면·해발 579.3m
대곡사 일주문. 일주문 기둥의 둘레가 무려 4m에 달한다.
[최원식의 산] 비봉산(飛鳳山) 의성군 다인면·해발 579.3m
지방문화재자료 제405호인 대곡사 다층석탑.


<> 길잡이

대곡사(30분)~전망바위~(30분)~2봉~(5분)~가마바위~(20분)~갈림길~(20분)~정상~(5분)~갈림길~(5분)~임도~(25분)~적조암~(15분)~대곡사

비봉산은 낙동정맥 가사봉 분기점에서 나뉜 보현지맥을 따라 보현산(1천124m)을 지나고 석심산(750.6m)에 이르러 한 줄기는 남서쪽으로 팔공지맥, 또 한줄기는 북서쪽으로 보현지맥으로 나뉘어 구무산(676m), 문암산(460m)을 지나 비봉산에 닿았다가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위천을 만나면서 허리를 숙인다. 비봉산은 글자 그대로 봉황이 날아가는 형상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시대 이전에는 태행산(太行山)이라 불리다가 조선말에는 자미산(紫薇山)이라 했다. 지금은 비봉산으로 부른다.

의성군 다인면, 안계면 일대는 분지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져 있으나 모두 나지막한 산들로 이어져 있다. 그중에서 우뚝한 비봉산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데 동쪽에서는 봉황이 날개를 넓게 펼치고 앉아있는 모습이고, 남쪽에서 올려다보면 봉황이 위엄 있는 자세로 날갯짓을 하는 듯하고, 서쪽 다인면 소재지에서 바라보면 장군이 투구를 쓰고 서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의성군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지만 아직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다인면소재지를 지나 923번 지방도로를 따라 가로수를 심어놓은 듯 굽이굽이마다 아카시아가 만발해 있다. 효천지를 지나고 의성학생야영장을 지나 대곡사 이정표를 따르면 5분 거리에 대곡사 일주문 앞 주차장을 만난다. 일주문 편액에는 ‘비봉산대곡사’라 적혀있고 일주문을 받친 기둥의 둘레가 무려 4m나 되는 굵은 기둥이 지탱하고 있어 입구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사찰임을 알 수 있다. 흔히 일주문은 무시무시한 사천왕상이 지키고 있지만 석장승이 사문을 지키는 모습이 특이하다.

등산로는 일주문에서 적조암 방향으로 30m쯤 왼쪽으로 안내도를 따르면 되지만 먼저 대곡사를 둘러보기로 한다. 범종루를 지나 대웅전 앞에 서면 정면으로 ‘다층석탑’이 세워져 있다. 석탑은 팔공산 동화사의 부속 암자인 염불암에 있는 ‘청석탑’과 생긴 모양이나 규모가 흡사하다. 대웅전과 전각들은 단청 없이 나무속살을 그대로 살려 드러내고 있고, 벽은 흙과 회를 바른 것 외에는 아무 장식을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단아한 모습이다.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한편에 화환이며 꽃장식이 세워져 있고 내걸린 연등만이 바람에 흔들릴 뿐 고요한 절집이다. 대곡사를 뒤로하고 적조암 방향의 들머리에 선다. 계단 입구에 ‘2봉 1.9㎞’라고 적힌 안내도와 이정표를 따라 오른다. 민둥산을 오르듯 완만한 길에는 아카시아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코끝을 들이밀지 않아도 살랑대는 바람결에 쌉싸름한 꽃향기가 퍼져 정신마저도 혼미해진다. 아까시나무 그늘 아래 찔레도 꽃을 피웠고, 망개떡 해먹기에 딱 좋을 만큼 청미래덩굴도 연두에서 초록으로 익어간다. 초목은 저마다 충만하고, 그 길을 걷는 사람만이 견디기 힘든 오월의 숲이다.

왼쪽으로 무덤 한 기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참나무숲 가운데에 팔각정이 세워져 있다. 조망도 없는 이곳에 팔각정을 세운 것은 꽃향기 맡으며 쉬어가라는 뜻이겠지. 그게 예의겠지. 일행의 뜻에 따라 애써 예의를 갖춘다. 정신을 가다듬고 평지를 걷는 느낌으로 30분을 오르면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 전망바위를 만난다. 다인면소재지 일부와 동남쪽으로 문암산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2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길이다.

30분을 오르면 2봉인데 ‘대곡사 1.9㎞, 의성학생야영장 2.5㎞, 정상 0.9㎞’로 적어두었고, 두어 곳에 벤치를 만들어두었다. 정상은 오른쪽으로 안부로 내려서서 다시 올라야 한다. 정상 쪽으로 50m쯤 내려서면 왼쪽으로 10명 정도 쉬어가기 좋은 바위 전망대가 있다. 이곳이 가마바위로 불리는 곳이다. 서쪽으로 너른 평야지대와 낙동강 줄기가 굽이쳐 흐르고 있다. 맑은 날이면 상주, 문경방향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올 텐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던 터라 가시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 안타깝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안부로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적조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나고 다시 오르막길이다. 정상부는 시루떡을 쌓은 듯 퇴적암층이 가로로 길게 늘어져 있는 벼랑이다. 켜켜이 쌓인 퇴적층이 인상적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마치 성벽과도 같은 지형을 두어 곳 만나게 된다. 삼국시대에 문경에서 출생한 견훤(甄萱)이 성을 쌓아 웅거했다는 전설이 있는 산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성벽은 아니고 자연적인 지형인 듯하다. 가마바위에서 20분 만에 정상 직전의 갈림길에 적조암 1.9㎞, 정상 0.1㎞로 적은 이정표가 서있다.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이곳을 지나 적조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갈림길에서 5분 만에 올라선 정상은 300평 규모의 평지를 이루고 있으며, 팔각정과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중심에는 ‘안계 11’이라 적힌 삼각점과 헬기장이 있어 많은 인원이 쉬어도 충분한 공간이다. 서쪽 방향의 바위가 형성된 곳은 비봉산에서 최고의 조망처가 된다. 정상 표석에는 비봉산(자미산)을 같이 새겨두었고, 그 뒤로 절벽 쪽은 펜스로 막아두었다. 마침 산불조심 강조기간이 연장되어 근무 중인 다인면 직원에게 “오르면서 2봉을 지났는데 왜 2봉인가” 하고 물었다. 직원은 “학생야영장에서 오르면 첫 봉우리가 1봉, 2봉, 정상인 이곳은 3봉에 속한다”고 했다.

정상에서 되돌아 내려와 갈림길에서 적조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7분 정도 내려서니 공터와 임도를 만난다. 정상 8~9부 능선까지 임도라니. 능선을 따라 걸어도 되지만 임도가 길을 끊고 있어 차라리 임도를 걷는 편이 번거로움을 던다. 임도를 따라 적조암까지는 25분 거리다. 적조암은 봉황의 허리춤에 자리 잡고 다인면 일대와 안사면 일대의 평야지대를 내려다보며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대곡사까지는 1.1㎞ 거리다. 산허리를 갈지자로 15분을 내려서면 소나무 숲이 울창한 사이에 자리 잡은 대곡사에 닿는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비봉산☞

◇…비봉산은 의성군에서 2008년부터 꾸준히 등산로를 정비하고 있고, 최근에는 둘레길 정비에 나서는 등 개발을 하고 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깨끗한 산이다. 들머리는 대곡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봉~가마바위~정상~적조암~대곡사로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해 편리하다.

주능선에서 2봉에 오를 때와 가마바위에서 정상으로 오를 때 등 두어 곳이 된비알이고 이후는 편한 길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 조망이 시원하고 헬기장과 넓은 공터가 있어 단체 산행인원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간이다. 산행 중 능선에서는 식수를 만날 수 없으므로 대곡사에서 식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대곡사 앞 주차장은 승용차와 대형 버스도 주차 가능한 공간이다. 총 산행 거리 5.8㎞로 비교적 짧아 부담 없으며 원점회귀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는길☞

◇…중앙고속도로 의성IC를 빠져나오면 의성방향으로 첫 삼거리가 봉양삼거리다. 봉양삼거리에서 예천방향으로 향하는 28호 국도를 따라 16㎞ 정도 떨어진 안계면소재지를 지나 10㎞를 더 가면 다인면 소재지다. 다인면 소재지에서 오른쪽으로 923번 지방도로 입구에 대곡사 7㎞ 표석을 따라 효천지를 지나 봉정리에서 왼쪽으로 대곡사 이정표를 따르면 대곡사 일주문 앞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경북 의성군 다인면 봉정리 894(대곡사)

볼거리☞

◇…대곡사(大谷寺)는 고려 공민왕 17년(1368) 왕사인 지공선사와 나웅선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산내에는 본원을 비롯해 구암을 지어 불교를 숭상하게 하여 호국불교 정신으로 많은 불제자를 배출한 고려시대의 대찰이다. 경내에는 대웅전(지방 유형문화재 160호), 다층석탑(지방문화재자료 제405호), 명부전(지방문화재자료 제439호), 범종각(지방 유형문화재 161호) 등 지정 문화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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