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심근경색, 48시간 전부터 흉통 증세

  • 임호
  • |
  • 입력 2014-05-20 07:42  |  수정 2014-05-20 08:40  |  발행일 2014-05-20 제20면
심장발작 나타나면 1시간 이내 응급실 가야
심장 마비 3분내 응급처치하면 소생률 80%
당뇨·고혈압·콜레스테롤 환자 등 조심해야
20140520

지난 10일 한 줄의 뉴스가 온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바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 증세를 보여 자택 인근 순천향대병원에 후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다는 것. 안정을 찾은 이 회장은 다음 날 0시15분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막힌 심장 혈관을 뚫어주는 ‘스텐트(Stent) 삽입 시술’을 받은 후 회복중이다.

12조9천억원의 재산을 가진 이 회장도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증을 피해가지 못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2009년 6만4천307명이던 환자가 지난해엔 7만6천2명으로 늘었다. 남자가 71.1%로 압도적으로 많다.

◆ 돌연사의 주요 원인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지거나 막혀 생기는 것이 심근경색증이다. 돌연사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국내에서는 암 다음으로 많은 사망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쉽게 말해 심장이 반응하지 않는 질환이다. 심장이 멈추면 피가 돌지 않고, 심장 근육조직과 세포,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다. 뇌세포는 20초만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도 기능을 상실하고 4분 후부터는 죽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심근경색 환자들이 신체 마비나 뇌경색으로 인해 기억상실 등을 겪게 된다.

심근경색이 두려운 것은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각증상의 하나인 흉통은 대부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급성 심근경색은 발병 48시간 전부터 이미 흉통을 느끼거나 평상시 느끼지 못한 흉통이 생긴다.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해 심장이 수축하지 못하고 부르르 떠는 ‘심실세동’ 상태가 되면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생긴다. 이때 즉시 심폐소생술이나 제세동기(심장이 멈췄을 때 강한 전류를 가하는 기기) 치료를 하지 않으면 돌연사할 확률이 높다. 심장마비가 온 뒤 3분 내에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하면 소생률이 80% 이상이지만, 10분이 지나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동구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의 가장 즉각적 반응은 심장발작, 즉 흉통이 온다. 이때는 무조건 대학병원 응급실로 와야 한다”며 “통상 1시간 이내 오면 후유증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6시간이 넘을 경우 심장조직이 괴사하는 등 치료를 해도 효과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심근경색을 조심해야 할까.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라면 항상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조심해야 한다.

박헌식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남자는 45세 이상, 여자는 55세 이상, 고령일수록 당뇨나 고혈압, 흡연, 콜레스테롤지수가 높은 사람, 가족력이 있는 경우 항상 조심해야 한다. 특히 이들 위험인자를 중복으로 갖고 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평소 가슴통증이 잦거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주변에 자신의 상태를 알려 유사시에 심폐소생술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가족·지인 등이 심폐소생술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일단 무조건 병원으로 빨리 가야 돌연사나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 치료 후에도 관리 중요

국내 심근경색 환자의 95% 이상은 스텐트 삽입술을 한다. 좁아진 혈관에 버팀목을 설치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스텐트 시술은 간단한 관상동맥 질환에 주로 활용되며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을 뚫고 넓히도록 설계된 금속 그물망으로, 심장뿐 아니라 뇌·다리·자궁 혈관이나 식도·담도·요도 등에도 쓰인다. 주로 그물망을 펼치지 않은 채 얇은 도관(카테터) 안에 넣어 막힌 부위까지 도달시킨 뒤, 그물을 펼쳐 혈관을 넓힌다.

심근경색증이라면 응급 조치 후 막힌 관상동맥을 최대한 빨리 뚫는 것이 관건이다. 관상동맥이 막힌 지 60분 이상 지나면 혈액 공급을 받지 못한 뇌세포가 파괴되고, 심장 근육의 파괴가 심해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심근경색 환자가 퇴원 뒤 1년내 사망할 확률은 2008년 8.2%에서 2011년 8.8%로 나타났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치료와 퇴원 후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위기는 넘겼지만 사망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항혈소판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대한심장학회 역시 환자들에게 기본적으로 12개월 이상 항혈소판제를 투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혈소판은 지혈 과정에서 신체의 방어 역할을 담당하지만 혈소판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혈관 안에 혈전을 만들어 문제가 된다. 이때 항혈소판제가 혈소판의 응집을 차단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

여기에 운동과 식이요법 등의 생활습관 개선을 더해야 추가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 앓고 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금연은 필수이다.

신 교수는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실세동이 발생하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며, 119를 불러, 제세동장비로 심장의 정상적 활동을 도와야 한다. 이렇게 하면서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와야 한다”며 “심근경색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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