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이 개관 3주년 기념전으로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대구지역 미술의 흐름을 7명의 중진, 원로작가의 작품으로 살펴보는 ‘대구미술- 기억의 풍경’전을 27일부터 열고 있다.
이 전시는 한국미술의 흐름 속에서 대구현대미술이 차지하는 미술사적 가치는 물론 세계미술의 커다란 흐름 속에 대구라는 지역이 가지는 지역성, 정체성을 조명해 보기 위해 마련됐다. 60년대부터 현재까지 대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영륭 정은기 정치환 차계남 최학노 홍현기 허용 작가의 작품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출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전시를 기획한 김태곤씨(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60년대부터 시대별로 제작된 작품들을 통해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그들이 진정으로 지향했던 독창적인 조형적 메시지와 작가의 무한한 창의성을 심도있게 재조명해 본다. 급격한 시대적 변화가 있었던 시대를 관통했던 그들의 일관된 예술정신이 무엇이었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지역 원로작가들의 단순한 회고전 성격을 넘어 격동기의 한가운데에서 실존적 자의식으로 일관된 예술가적 삶을 살아온 작가들의 진정한 예술정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으로 미술관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현대미술의 변천과정 속에서 늘 함께해 왔던 서양화가 이영륭은 질곡 같은 한국의 현대사를 그의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 특히 80년 이후 인생의 의미를 관조하는 유희적 추상성이 차가운 청색조의 형상에서 따스한 황색조로 변화되어가며, 기하학적 형체의 해체와 함께 새로운 철학적 의미를 담아냈다. 90년대 이후에 들어서는 불교적 윤회사상과 도교의 허무사상을 작품 속에 담아냄으로써 부질없는 욕망을 버리고 자연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의식을 드러냈다.
조각가 정은기는 1970년대 목재를 소재로한 작품을 시작으로 돌 등 다양한 재료로 자신의 삶과 시대성을 표출한 작품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키네틱아트를 연상케 하는 수천개의 나무오리(솟대)를 통해 변형과 역동성이 주는 시·지각적 효과의 극대화를 맛보게 하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한국화가 정치환은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대상을 보고 느껴지는 인상과 분위기를 자유롭게 수묵화로 표현하고 있다. 발묵, 파묵 등 다양한 표현기법을 사용해 감각적 조형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일관되게 해오고 있다.
서양화가 최학노는 서양화의 매재를 사용해 동양적 조형미를 담아내고 있는 작가이다. 전형적인 동양화의 표현양식인 산수화에 한국적 미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차계남은 검은색에 담겨있는 색상의 울림을 강하게 전해주는 작품을 보여왔다. 검은색 작품이 주는 신비감과 커다란 입체의 무게감은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여기에 그의 작품의 매력과 가치가 있다.
자연주의 구상미술로 일관된 창작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허용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70년대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속에 내재된 미의식은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감각을 서구적 모더니즘에 절충해 시도한 미학의 표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팡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주로 선보여온 홍현기는 20세기 현대조각에서 나타나는 큰 특징인 소재의 다양화를 잘 드러낸다. 소재도 조각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소재는 단순히 형식을 지탱하는 물리적 매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각 그 자체를 성립시키는 중요한 결정적 요소가 된다는 것을 그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8월31일까지. (053)790-3000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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