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학 정신과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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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29   |  발행일 2014-05-29 제26면   |  수정 201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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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연창<‘대구경북 역사문화유산 답사여행 길잡이’ 저자>

지난해 4월, 경북도는 ‘경북의 혼, 지금 여기 되살아나다’를 발간했다. 이 책은 화랑에서 선비로, 다시 호국으로, 그리고 새마을로 면면히 이어져 온 향토 선인(先人)들의 정신세계를 ‘경북인의 혼’이자 ‘경북의 정체성’으로 규정했다. 단순한 여행 안내서를 뛰어넘는 역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경북의 혼 중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화랑은 경북의 고대 정체성을 상징한다. 단석산, 불굴사, 재매정, 운문사 등 관련 유적이 지역 내에 많이 남아 있다고 해서가 아니다. 우리 민족이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처음으로 완성할 때의 주축이었던 화랑은 경북 청년들의 결사체였기 때문이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면 출사하여 봉사하고, 그렇지 않으면 때를 기다리며 자연에서 수양했던 선비는 또 어떠한가. 성리학을 도입한 선비도, 그것을 발전시킨 선비도 모두 경북인이었다.

화랑과 선비의 혼은 호국 정신으로 이어졌다. 왜란 때 가장 먼저, 또한 가장 많이 창의한 이들이 경북인이었듯, 나라를 붙들어 세우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조선 말기와 국권상실 시기에도 의병과 독립군으로 가장 먼저, 가장 맹렬히 온몸을 던진 이들 역시 경북인이었다.

화랑정신, 선비정신, 호국정신으로 이어져온 경북인의 혼이 새마을 정신이라는 현대적 정체성을 낳았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올 들어 경북의 정체성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정신세계가 있으니 바로 동학이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많은 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집대성되는 계기를 마련했고, 그 과정에서 경북은 ‘동학의 성지’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동학은 개혁적 선비사상이기도 했고, 외세에 대항해 자주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호국정신이기도 했다. 또한 자강소를 운영하고 모든 백성의 사람다운 삶을 도모하였기에 당대의 새마을운동이기도 했다. 동학은 곧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경북인의 혼이자 정체성이다.

그 동학이 경북에서 태동했고, 2대교주 최시형 또한 경북 사람이었다. 창시자가 순도한 곳도 당시 경북의 일원이었던 대구였다. 그래서 경북도는 경주에 최제우 생가를 복원하고, 상주에 국립 동학박물관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학 정신은 올곧고 당당한 경북인의 혼을 표상한다. 동학정신은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 정신과 더불어 부단히 한국사를 이어온 경북의 정체성이다. 당연히 세계가 주목하는 동학 정신을 이 지역에 되살려야 한다. 동학은 대구경북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려면 대구에는 ‘최제우 순도비’라도 하나 반듯하게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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