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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
학생과 면담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국어를 잘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국어의 경우, 타고난 ‘감’을 무시할 수 없는 대표적인 과목이다. 그렇지만 부모와 학생이 함께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시사문제 등 부모와 자주 대화
독서하며 비판적 시각 기르고
평소에 비문학 꾸준히 읽기
문제집 풀때 답안 의존말고
틀렸을 때 다시 스스로 생각
오답 이유 정확히 이해해야
◆TV를 끄자
하루 종일 공부를 했든 하지 않았든, 늦은 밤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심신이 지쳐있다. 그 와중에 TV 드라마를 보면서 “너는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하는 부모님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차라리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등장 인물이나 줄거리에 대해 얘기를 나누든지, 아이가 집에 있는 동안은 아예 TV를 끄고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하자.
대화를 통해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 것인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공부하라고 명령하거나 국어는 이렇게 저렇게 공부하라고 외쳐본들, 부모와 평소 정상적인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아이에게는 아무리 중요한 것도 쓰레기 정보에 불과한 것이 된다. 이때, 그날 있었던 일이라거나 시사 이슈, 가십 등을 가볍게 다루어야지 아이를 향한 비난이나 잔소리로 이어진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점을 꼭 명심하자.
◆글을 읽히자
물론 단순히 독서량이 많다고 해서 문제를 잘 푸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글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핵심을 파악하게 된다면 사고력이 길러지고 이것은 문제해결력으로 이어진다.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아주 간단한 어휘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결국 글 내용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고급 어휘가 사용되는 글을 자주 읽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어 공부를 위해 영어가 사용되는 환경에 많이 노출시키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한 예로 신문 읽기가 많이 활용되는데, 기사나 칼럼을 읽을 때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읽게 해야지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게 될 경우, 잘못된 가치관을 확립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비(是非)를 가리기 위해서는 부모도 함께 신문 기사를 읽고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하나의 사건에 대해 시각이 다른 여러 신문을 동시에 읽으면서 최종적인 판단을 학생이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그것을 통한 본인의 생각을 글로 쓰게 하는 것을 통해 읽기와 쓰기 능력을 동시에 기르고 사고력과 어휘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다만 부모역시 시사 교양이나 인문학적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어느 정도의 어휘력이 갖춰진 학생이라면 글 전체 내용에 비추어 모르는 단어를 유추하는 추론적 사고를 키우는 것도 좋겠다.
◆매삼비(매일 삼십분씩 비문학 독해하기)를 하게 하자
국어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학생에게 ‘국어 공부를 하긴 하느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의 대부분이 ‘안 한다’이다. 모국어이기 때문에 대충 풀어도 어느 정도 점수가 나온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 안에 제시문을 다 읽지 못하거나 제시문과 문제를 번갈아 읽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독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비교적 단기간에 정확한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비문학 지문을 자주 접하는 것이 좋다. 평가원 모의고사나 수능 기출 지문을 통해 하루에 세 지문씩 푸는 데는 30분 정도만 투자해도 충분하다. 공부를 하다가 탄력을 받아서 한 시간 이상 문학, 어휘어법까지 풀면 좋지만 그것이 욕심이라면 30분으로 만족하자.
매일 30분씩 비문학 독해하기를 할 경우, 학생이 1년간 푸는 문제 수는 1지문X3문제X3지문=9문제X365일=3천285개이다. 하루 단위로 쪼개보면 부담스럽지 않은 수이지만 1년을 하면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되는데, 이렇게 꾸준히 풀다 보면 자기 나름대로 문제를 해석하는 능력이 생길 것이고 내공이 쌓이게 된다.
그렇다면 이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가장 큰 단점은 답을 맞히면 맞혀서 좋고, 틀려도 정답만 체크하거나 해답지를 읽고 한 번만 이해하고 넘어가 버린다는 것이다. 본인의 사고 과정에 대한 확인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 풀이가 되고, 이는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기는 공부해도 안 된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답안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다시 생각해보는 단계가 필요하다. 학생이 푼 문제집을 부모님이 받아서 채점을 하고 답을 체크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되돌려 주는 게 방법이다. 틀린 문제를 학생이 받아서 다시 한 번 풀어보고, 두 번째도 또 답이 틀리면 해설지를 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잘못 생각했는지 알아보고 세 번째로 풀어본다. 맞힌 문제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맞혔는지를 확인해 봐야만 독해력과 문제해결력이 향상된다.
고 영 실 <대구 운암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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