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봉좌산(鳳座山) 경주·포항 경계·해발 62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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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13   |  발행일 2014-06-13 제39면   |  수정 2014-06-13
정상 ‘봉좌암’에 서니 멀리 동해의 기운까지 몸속으로 파고든다
[최원식의 산] 봉좌산(鳳座山) 경주·포항 경계·해발 626m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며 주변을 소개하는 김석종 총장과 시계방향으로 육군3사관학교 이월형 처장, 한덕수 교수, 정용환 교수.
[최원식의 산] 봉좌산(鳳座山) 경주·포항 경계·해발 626m
조선 숙종 때 문신 김계영의 덕업을 찬양하기 위해 후손인 김종한 선생이 지은 정자 분옥정.
[최원식의 산] 봉좌산(鳳座山) 경주·포항 경계·해발 626m
파평 윤씨 시조 태사공 윤신달 장군의 묘.

<> 길잡이

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 -(15분)- 나뭇재 -(50분)- 참샘이 우물 -(25분)- 주능선 전망대 갈림길 -(10분)- 정상 -(35분)- 지게재 -(10분)- 성산 네거리 -(40분)- 외말고개 삼거리 -(10분)- 마봉산 -(20분)-선돌메바위 -(5분)- 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


봉좌산은 백두대간 천의봉에서부터 줄기차게 뻗어오던 낙동정맥이 운주산(해발 806.2m)과 이리재를 지나 봉좌산 주능선에 올라서다가 서남쪽으로 틀어 도덕산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이 땅의 골격을 이루는 정맥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봉황이 내려앉은 형상과 정상의 봉좌암은 정맥의 기운을 그대로 간직한 채 주변 봉계리 일대를 품은 형상을 하고 있다.

주로 경주시 안강쪽 옥산서원에서 올라 도덕산, 봉좌산, 어래산으로 한 바퀴 돌아 나가는 코스가 보편적이었는데 포항시 기계면에서 오르는 코스가 새로이 개발되었다고 소식을 전해준 분이 계셨다. 연재를 보는 독자인데 고향인 포항에도 참한 산이 있다고 소개를 했다.

봉좌산이 놀이터였던 기계면 봉계리가 고향인 대구과학대학교 김석종 총장이 바로 그분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독자가 소개하는 산에서 독자와 동행한 산행을 가졌다. 현재 개발되어있는 6개 코스를 소개하면서 그중에서도 봉좌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코스인 나뭇재에서 정상을 올라 지게재를 거쳐 마봉산으로 한 바퀴 돌아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다.

폐교된 기남초등학교를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들여 ‘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로 꾸미고 있는 마당에다 차를 세운다. 들머리인 뒤편 주차장 터에 안내도와 ‘나뭇재 1.4㎞, 정상 4㎞’ 이정표가 나란히 서있다. 돌기둥 구조물을 통과해 농로로 이어지는 길에는 작은 수로가 지나는데 다리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수로를 내려서 작은 보를 건너야한다.

수로를 건너면 넓은 소나무숲길로 이어지고 곧 나뭇재로 향하는 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진다.

모퉁이를 돌아 넓은 숲길을 지나는데 치동마을 천석꾼의 전설이 어린 말(斗)바위가 있다.

말바위를 지나면 안부인데 정자를 지어 쉼터를 만들어두었고, 박목월 시인의 ‘기계 장날’ 시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 나뭇재는 도로가 나기 전 기계면과 영천을 잇는 고갯길이었다고 한다. 나뭇재에서 한동안은 평탄한 길인데 가지런히 정리된 소나무 정원 같은 길이 이어진다.

5분 거리의 하봉골 삼거리를 얼마 지나지 않아 짧은 구간이지만 깔딱고개처럼 가파른 길을 만난다. 동행한 대구과학대학교 정용환 교수는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일찌감치 항복하고 주저앉는다. 10분정도 올라서면 다시 평탄한 길인데 왼쪽으로 ‘참샘이 우물 0.2㎞’ 이정표가 있다. 산 사면을 따라 골짜기 안으로 들어서면 냉기가 서늘한 숲 아래에 사계절 마르지 않는 참샘이 있다. 이곳에서 나무를 베던 나무꾼이 여름인데도 얼음이 얼어있어 파보니 시원한 찬물이 솟아나 조그마한 간이 우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흐르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이 흘려내려 ‘참으로 좋은 샘물’이라 불렀다고 하며, 마땅히 먹을거리가 없던 시절에 나무꾼들이 물을 마시며 허기를 채웠다는 애환이 서린 곳이다.

참샘이 우물에서 정면으로 아치형 구조물을 지나면 곧 능선을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발아래에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지나고 왼쪽으로는 운주산, 오른쪽 멀리는 비학산이 조망되는 바위 쉼터가 있다. 소나무숲길을 따라 10분을 오르면 주능선에 닿는데 넓은 공터와 갈림길 이정표가 있다. 정상은 왼쪽, 팔각정이 있는 전망대는 오른쪽이다. 100m 거리라 전망대에 올라보기로 한다. 전망대에 오르니 연무가 끼어 멀리까지는 조망이 안돼 아쉽게 돌아선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 도덕산, 운주산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있다. 여기서 200여m만 내려서면 낙동정맥 길을 만난다. 다시 주능선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와 정상으로 향한다.

안부를 한번 지나고 나무데크를 깔아놓은 전망대를 지나 1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예전에 세워둔 정상 표석에는 600m로 적고 있고, 최근 포항시에서 설치한 표석에는 626m로 바로잡아 설치해 두었다. 정상 한편에 나무데크를 깔고 그 위에 봉황 형상의 철제 조형물이 세 방향에서 떠받치고 있는 가운데에 종이 달려있다.

맑은 날이면 포항제철을 비롯해 포항시내와 동해가 조망되는 곳인데 어깨를 나란히 한 가까운 산들만 조망된다. 정상 바위를 돌아내려서면 기우제를 올리던 장소에 제단이 차려져 있다. 옛날,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던 장소로 기우제를 올리고 난 뒤 술병에 맑은 물을 담아 주둥이에 솔잎을 꽂은 채 병을 거꾸로 들고 마을까지 물을 흘리며 내려왔다고 한다. 제단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은 봉좌산 기도원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제단에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와 주능선을 이어간다. 내리막길인데 가파르긴 하지만 위험하지 않은 길이다.

이 길도 계단 공사가 한창이라 머지않아 말끔히 정비된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15분정도 내려서면 봉황의 오른쪽 어깨쯤 되는 위치에 팔각정자가 세워져있다. 정상을 오르면서 팔각정은 왼쪽 어깨쯤 되는 위치이니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 세운 듯하다.

팔각정에서 5분정도 가파른 길이다가 다시 완만한 숲길인데 안부에 이르자 헬기에서 낙하한 듯 계단을 만들 자재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오른쪽으로 사면을 돌아 내려서면 지게재다. 사각으로 만들어진 정자가 놓였는데 지붕은 널빤지를 쪼개 얹은 너와지붕을 하고 있다.

포항시 기계면과 경주시 안강면을 잇는 고갯마루다. 마을주민들이 나무를 베러 와서 지게를 받쳐두고 쉬었던 곳이고, 안강면 주민들이 기계장날에 장을 보러 넘으며 쉬었던 장소다.

지게재 한편에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작사·작곡한 새마을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여기서부터는 경운기가 다닐 만큼 넓은 길인데 승마체험을 위해 정비를 했단다. 성산네거리에서 넓은 길을 버리고 왼쪽 야트막한 언덕을 넘는 구간에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능선을 따라 직선으로 난 내리막이라 쉬지 않고 단숨에 외말고개 삼거리까지 내달린다. 외말고개에서 왼쪽은 분옥정을 지나 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로 이어지는 하산 길이다. 정면은 마봉산을 넘어 선돌메바위에 닿아 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로 가는 길이다.

해발 200여m의 야트막한 마봉산을 오르면 말안장고개에 쉼터가 있고, 10분 거리에 아랫마을에서 보면 말 엉덩이에 해당하는 작은 봉우리에 팔각정을 세워 지나온 봉좌산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신라 때 말을 사육하던 곳으로 산의 형상이 말을 닮아 말 머리를 말두봉, 말 엉덩이를 말미봉으로 부르던 곳이다. 이곳에서 보는 봉좌산 정상의 바윗덩이는 흡사 선비들이 쓰던 탕건을 닮았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탕건바위라고도 불렀단다.

무덤 오른쪽으로 돌아난 길을 따라 15분이면 날머리에 아들을 기다리다 돌로 굳어버린 할머니의 전설이 깃들어있는 선돌메바위를 지나 마을 앞길로 나가면 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 앞 주차장이다.

마을 입구에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건립, 오른쪽으로 승마체험장 개장, 봉좌산 숲길 조성, 등산로 정비, 마을 주민이 힘을 모아 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를 건립하는 등 봉좌마을이 활기찬 비상을 꿈꾸고 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봉좌산☞

◇…봉좌산은 2011년부터 꾸준히 등산로 정비와 나무꾼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숲길 조성을 해오고 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깨끗한 산이다. 들머리인 봉계리 일대에는 승마체험장, 파평윤씨 묘와 재실이 있는 봉강재, 조선 숙종 때 문신인 김계영의 덕업을 찬양하기 위해 후손인 김종한 선생이 지은 정자 ‘분옥정’ 등 유적이 산재해 있다. 옛 기남초등학교인 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에서 출발해 돌아내려오는 코스를 택해 정상을 오르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참샘이 우물이 있어 식수를 보충할 수 있고, 약 10.5㎞로 4시간 남짓 소요된다.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에서 오르는 코스, 분옥정에서 오르는 코스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


가는길☞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서포항IC를 나와 31번 국도를 따라 기계면 소재지까지 간 다음 기계고등학교에서 좌회전으로 봉계리 이정표를 따르면 옛 기남초등학교인 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포항시 기계면 봉계리 262-1번지(봉좌마을 도·농교류센터)


볼거리☞

◇분옥정=분옥정은 조선 숙종(재위 1674∼1720) 때 문신인 김계영의 덕업을 찬양하기 위해 순조 20년(1820)에 후손인 김종한 선생이 지은 정자다. ‘용계정사(龍溪精舍)’라고도 불리며, 1962년과 1972년 두 차례에 걸쳐 보수하였다. 앞면 3칸·옆면 3칸 규모이며 서쪽을 향해 있다. 배치를 보면 출입은 건물 뒤편으로 하고, 앞면은 계곡 물을 향하게 하였다. 분옥정은 주변의 풍경을 고려한 T자형 평면을 갖춘 집이며, 이 지역에서 보기 드문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연구 자료로 그 가치가 크다.

◇파평윤씨 시조 묘와 봉강재=봉강재는 파평윤씨 시조인 윤신달(893∼973)의 묘를 관리하기 위해 세운 재실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학문과 무예에 뛰어났고 장성한 뒤에는 왕건을 도와 고려를 건국하고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 건물은 영조 28년(1752) 그의 28대손인 윤광소가 안동부사로 재임할 때 세운 것으로, 10년 뒤인 영조 38년(1762) 26대손인 윤동도가 경상감사로 있으면서 보수하고, 안동부사였던 유성대가 땅을 넓히고 고쳐 지었다. 태사공 윤신달의 묘는 봉강재 뒤편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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