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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도서관’ 내달 대구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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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관기자
  •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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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미술전문도서관…30억원어치 국내외 도서·자료 비치

60년대 초등 미술교과서부터 세계적 사진가의 작품집까지

허두환 대구화랑협회 회장이 대구시 수성구 공경로 만촌보성타운아파트 상가에 들어설 아트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아트도서관 입구에 있는 팝아트 작품.
허두환 대구화랑협회 회장
30년간 수집 서적 한자리에
건축·사진·미술·패션 분야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열람
소더비 관련 도서만 800종
미술 관련 세미나도 계획

다음 달 국내 최초로 대구에 미술전문도서관(수성구 공경로 만촌보성타운아파트 상가)이 들어선다. 이 도서관은 총면적 495㎡(150평) 규모로, 순수미술뿐만 아니라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패션·사진·공예·서예·애니메이션·만화 등 토털아트개념을 도입해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이 밖에 인문학도서, 미술교과서, 고미술, 미술경매, 아트페어작업까지 아트에 관한 도서자료를 광범위하게 모았다. 그래서 도서관의 이름도 ‘아트도서관’이다.

“외국아카데미서적을 30여년간 취급하면서 갤러리를 운영했습니다. 미술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지속적으로 자료를 수집했는데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을 성사시켜 마음이 설렙니다.”

아트도서관을 개관하는 주인공은 주노아트갤러리대표이자 현 대구화랑협회 회장인 허두환씨다.

“전국적으로 일반도서관은 많은데 전문도서관은 드뭅니다. 특히 미술 관련 도서관으로선 아트도서관이 전국에서 유일합니다. 지난 4월 의정부시가 민락 2지구에 5천500㎡ 규모로 미술전문공공도서관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는데 2017년 완공 예정이에요. 그것보다 3년 앞서 대구에 미술전문도서관이 생기는 거지요.”

전문도서관은 모든 분야의 책을 보관하고 있는 일반도서관과 달리 인문,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특정분야의 전문서적과 자료를 집중해 소장하는 도서관이다. 미국의 경우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뉴베리 도서관은 필사본 원고만 500만 페이지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인문학전문도서관이다. 미국에는 이 같은 전문 도서관들로만 구성된 전문도서관 협회(SLA)도 결성돼 있다. 일본은 전문 도서관과 자료실이 1천800개에 달할 정도로 ‘전문도서관 천국’이라 할 만하다. 전문도서관 가이드북까지 있다. 예를 들어 닛신 식품의 음식도서관은 음식 관련 도서만 1만권이 넘는다. 또 도쿄 야마하음악진흥회 자료실에는 2만3천점의 악보와 CD를 가수별·작곡가별로 정리해 뒀다. 독일은 의학, 과학기술, 인문학 등 약 200개의 전문도서관이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현대카드에서 운영하는 디자인라이브러리를 비롯해 <주>농심의 식문화전문도서관, 부천시의 족보 전문도서관, 부산의 추리문학도서관, 강원대·제주대의 법학전문도서관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 지식재산전문도서관, 불교영어도서관, 생명윤리정책 전문도서관 등이 있을 뿐이다. 대구에는 지난해 개관한 대구시 중구 남산동 영어전문도서관(DJEL)과 국내 유일의 점자출판박물관을 갖춘 점자전문도서관이 대구대학에 있다. 1990년대 사진 전문자료실인 ‘포토하우스’가 있었지만 문을 닫았다.

“본격적으로 대구에서 미술전문도서관을 열겠다는 결심이 선 건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사실 5만권만 되면 열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 있는 국내미술전문서점인 ‘미술자료공사’의 책을 모두 인수해 7만권을 수집했습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책 운반비만 500만원이 들었어요. 자료도 고가입니다. 소더비 도서의 경우 1세트에 4천만원이나 들었습니다.”

허 관장은 아트도서관의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생각이다.

“아트 관련 도서를 분야별로 디스플레이할 예정입니다. 건축, 사진, 미술, 패션 등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와서 편하고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하지만 대출은 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화보집에 있는 이미지에 대한 사진촬영은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배려할 예정입니다. 오리지널 작품화집이나 유명사진가의 사진작품은 서점에서 사진촬영이 불가능하지요.”

아트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서점보다 출입하기 쉽다는 것이다. 자료의 배열은 미술가, 사진가, 건축가 등 작가의 이름 순으로 할 예정이다. 아트도서관에는 서점이나 일반도서관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외국작가의 작품이나 희귀자료가 많다. 현재 외국작가 1천여명과 국내작가 1천여명의 화보집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살가도, 워커 에반스, 윌리엄 클라인, 만레이 등 세계유명사진가의 사진작품집과 각종 누드잡지를 비롯해 1964년 초등학교 미술교과서까지 다양하다. 소더비 관련 도서만 해도 800종이 넘는다. 검색에서 빠진 작가의 자료는 구입해서 비치할 예정이다.

“이 사회, 이 땅에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각자가 살아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미술전문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을 벌인 겁니다.”

허 관장이 수집한 도서나 자료의 정가를 합하면 30억원이 넘는다.

“아파트를 사도 벌써 여러 채를 구입했을 겁니다. 한마디로 미술에 미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지요. 이전에 보유한 학술 관련 외국원서는 다 정리하고 미술 관련 원서는 점점 늘릴 겁니다.”

허 관장은 대구경북디자인센터 2층에서 ‘아트북스토어’를 운영했다. 그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자료를 수집했고, 지금도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는 가운데 빚도 많이 늘어났다. 돈이 부족해 수입 대기 중인 도서도 많다. 국내아트도서는 잘 나오기 때문에 구입해서 비치하면 되는데 외국도서는 한 번 놓치면 끝장이다. 도서관 운영은 차후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자체적으로 끌어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대구는 저 같은 사람이 있어 복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저도 그렇고요. 허허허. 개인이 서울에서 전문도서관을 운영하면 엄두도 못 냅니다. 공간비용, 자료비용, 운영비가 안 나옵니다. 이걸 혼자서 깨보고자 했습니다. 대구에 문화 인프라가 있다는데 자치단체가 미술전문도서관을 설립하려면 1년 예산 5억원이 돼도 부족할 겁니다. 확고한 마인드가 없으면 안 된다고 봐요.”

그는 평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한다.

“지난해 12월 말 병원 MRI 촬영 때 회전근계파열진단이 나왔어요. 의사가 바로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아트도서관 설립 때문에 여유가 없어 통증주사를 맞아가면서 일을 했어요. 하루에 도서 1t을 들고 다녀보세요. 골병이 들지요. 가장 힘든 건 고정수입이 없다는 겁니다. 전등 교체비만 200만원 들었어요. 앞으로는 책도 판매할 겁니다. 라이브러리, 아카이브, 북스토어로 수익창출모델을 만들어야지요. 아트 관련 도서 판매 및 수입 대행도 할 예정입니다.”

아트도서관은 당장 사서를 둘 형편이 못 된다. 국내외 작가는 물론 화보집 등을 소장한 개인의 기증과 후원도 받을 예정이다. 또 바코드를 찍는 등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작품집의 경우 ISBN(국제도서표준번호)이 따로 없어 일일이 수작업으로 표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는 도서를 분류하는 노하우를 통해 나름의 방식도 만들었다.

“아트도서관이 아카이브 기능을 하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자료도 모을 예정입니다. 남들이 버리는 것도 자료가 되기 때문에 오래되고 낡은 것은 물론, 수준이 떨어져도 자료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대구·경북지역 작가에 대한 배려를 해 특별코너를 만들 겁니다. 또 팸플릿 하나 못 내는 작가도 수용하겠습니다. 앞으로 지역에서 전시를 하든 무엇을 하든 기본적으로 한 권씩 아트도서관에 보내주면 고맙겠습니다.”

아트도서관에서는 미술 관련 세미나와 워크숍도 열 예정이다. 또 미술 관련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할 복안이다. 일요일은 휴관하고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할 예정이다.

“2년 전 신문기사를 보고 어떤 분이 평생 모은 미술서적을 기증해주었습니다. 그는 화가의 꿈을 접고 도서를 수집하다 도서관을 설립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500여권을 기증해주셨는데, 그런 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픈을 하면 전국의 아트 관련 학과 교수에게 e메일을 보내 도움을 청할 겁니다. 유명작가의 경우에는 직접 방문도 할 겁니다. 앤디 워홀의 경우 책만 150권 정도 나왔는데 다 구입하고 싶어요. 지금은 비주얼과 그래픽 위주이지만 앞으로 텍스트 자료도 모을 겁니다.”

허 관장은 7만여권의 장서를 정리하면서 책 내용을 주마간산 격으로 봤다. 책 속을 못 보고 껍데기만 봤다는 말이다. 그는 아트도서관 개관 후 천천히 작품집을 감상하는 게 꿈이다. 전화 010-3588-5252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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