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고집’ 꺾는다

  • 이창남
  • |
  • 입력 2014-07-04   |  발행일 2014-07-04 제21면   |  수정 2014-07-04
임창용, 빠른 직구로 승부하려다가 실점 이어져
24경기서 블론세이브 5차례… 제구력 강화훈련
‘뱀 고집’ 꺾는다

“창용이가 제구력만 살아나면 좋겠는데….”

독주체제에 들어간 프로야구 삼성의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은 오승환의 일본행으로 철벽 뒷문에 대체불가능한 공백이 생기면서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절실해졌다. 다행히 시즌 초반 임창용이 복귀하면서 류중일 감독의 말마따나 ‘천군만마’를 얻었다. 임창용은 류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듯 1점차의 살얼음 승부를 확실히 지키며 불패행진을 이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경기에서 안타를 많이 맞는가하면 블론세이브가 잦아지는 등 ‘수호신’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 빠른 직구 승부로는 이제 안돼

3일 현재 임창용은 24경기에 출전해 4승1패15세이브 평균자책점 3.38, 피안타율 2할4푼2리 5블론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삼성팬들의 임창용에 대한 기대치를 감안하면 24경기에서 5블론세이브는 다소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포항 한화전. 9-2로 리드하던 9회 임창용은 2안타를 얻어맞고 2사 2·3루의 실점 위기를 맞았다. 마지막 타자 김경언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지만 과정이 좋지 않았다. 선두 타자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한 이후 두 타자를 외야 플라이로 아웃시켜 놓고 정근우에게 다시 2루타를 맞은 것. 제구력이 말썽이었다. 포수는 몸쪽 낮은 볼을 던지라고 사인을 냈지만 임창용이 던진 공은 높은 직구였던 것.

사실 임창용의 직구는 다른 구단 전력분석관들에게 완전히 노출돼 있고, 당연히 상대 타자들은 임창용의 빠른 직구에 적응을 끝낸 상태라고 보는 게 옳다. 하지만 임창용은 기존 투구 패턴을 반복했다. 특히 힘을 앞세운 임창용의 윽박지르기식 투구 스타일은 실제 팀 패배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5월27일 잠실 LG전에서 삼성팬들은 임창용의 마무리 투구 모습에 실망을 넘어 경악했다. 4-3으로 1점차 리드를 이어가던 9회 무사 1루 상황에서 임창용이 등판했지만 2피안타와 폭투로 2점을 내주면서 결국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달 5일 대구 KIA전에서도 9-7 리드하던 9회에 등판해, 3피안타 1볼넷으로 3점을 내주면서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의 공통점은 임창용이 빠른 직구를 고집했다는 점이다. 타자 앞에서 절묘하게 떨어지거나 꺾이는 위력적인 변화구, 슬라이더가 있음에도 임창용은 전성기 때 투구 패턴을 답습하면서 뜻하지 않게 실점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 늘어났다.

◆ 다양한 구종 연마에 훈련 집중

이에 삼성은 김태한 투수코치와 김현욱 불펜코치를 중심으로 임창용의 투구 내용을 분석하고, 보다 다양하고 위력적인 구종을 선보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김현욱 코치는 “창용이의 어깨와 허리, 손목 동작을 재점검하고 지금보다 월등한 제구력을 갖추기 위한 훈련을 진행 중에 있다”며 “워낙 멘탈이 강하고 배테랑 투수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드러난 투구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실제 임창용의 활약 여부에 따라 삼성의 4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도 가늠할 수 있다. 삼성은 시즌 성적 44승21패2무(승률 0.677)를 기록하며 6월을 마감했다. 2위 NC와는 5경기 차로 앞서 있다. 3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1~2013년보다도 더 뚜렷한 독주 양상이다. 2011년 삼성은 6월까지 40승27패2무로, 2위 SK와 1경기 차밖에 나지 않았다. 2012년에는 롯데에 0.5경기 뒤진 2위(36승30패2무)였다. 지난해는 38승23패2무로 2위 넥센에 2.5경기 차로 앞섰다.

당시에는 2위권에 바짝 쫓기는 상황이긴 했지만 확실한 마무리 오승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임창용이 블론세이브를 자주 범한다면 선두 수성을 장담할 수 없다. 이달 중순 올스타전까지 남은 11경기에서 삼성은 7승4패의 성적을 거두고 시즌 후반부에는 5할 승률만 유지해도 무난하게 1위로 패넌트레이스를 마감할 수 있다. 임창용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

류 감독은 “전반기가 끝나는 시점에 삼성의 승과 패의 차이를 26게임(현재 23게임)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그러자면 창용이가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 충분히 잘해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포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