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자연 저수지서 즐기는 야생 떡붕어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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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04   |  발행일 2014-07-04 제39면   |  수정 2014-07-04
꾼들은 즐겨라, 여름보다 더 화끈한 손맛을
[김동욱의 낚시시대] 자연 저수지서 즐기는 야생 떡붕어 낚시
자연지 떡붕어낚시는 초기집어만 확실하다면 한자리에서 마릿수 재미를 한껏 볼 수 있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자연 저수지서 즐기는 야생 떡붕어 낚시
일본 헤라붕어연구회 회원들이 일본의 대표적인 수로낚시터인 요코토네가와에 월척급 양식 떡붕어를 대량 방류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여러 지방에서 헤라붕어를 양식하고 있으며, 낚시터마다 월척급 이상 대형 떡붕어를 수시로 방류한다.


◆일본의 헤라붕어=식물성 플랑크톤만 먹는 ‘겡고로’ 붕어가 원형

한국의 떡붕어는 일본에서 들어온 헤라붕어가 토착화한 어종이다. 헤라붕어는 원래 일본 시가현에 있는 일본 최대의 자연호인 비와호에만 서식하는 ‘겡고로’ 붕어를 인공적으로 계통을 이어 사육하듯 기른 어종이다. 따라서 애초 헤라붕어는 잉어목 잉엇과 붕어속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겡고로 붕어는 식물성 플랑크톤만 먹고 살도록 진화된 것으로, 낚시미끼는 절대 먹지 않았다. 그러다가 1905년경 일본 오사카 근교의 담수어 시험장에서 어렵게 겡고로 붕어를 구해 연구 끝에 먹이습성을 교정했다. 이후 겡고로 붕어는 사람이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부위가 많고, 성장속도가 빠른 헤라붕어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헤라붕어를 양식한 곳의 이름을 따서 ‘가와치 붕어’라 불렸으나 이후 그 모양이 편평해서 ‘히라(平) 붕어’라 불리다가 나중에는 주둥이가 밥주걱처럼 생겼다고 해서 ‘헤라붕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송소석의 중층낚시’ 2000년 강마을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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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떡붕어의 원조는 1971년 고 김진근씨가 일본에서 들여온 400만립의 헤라부나 종란이다.


◆한국의 떡붕어=43년 전 일본에서 들어온 종란 400만립이 조상

한국의 떡붕어는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 최초다. 원로 낚시인 송소석씨가 쓴 ‘송소석의 중층낚시’(2000년 강마을 刊)를 보면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사는 고(故) 김진근씨가 1970년 일본에서 30㎝급 헤라붕어 300마리를 도입한 것이 최초라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김씨가 들여온 최초의 떡붕어 300마리는 그해 월동관리에 실패해 모두 폐사했다. 김씨는 이듬해 5월 다시 헤라붕어 종란 400만립을 들여와 부화에 성공, 그 치어를 인근 낚시터 두 곳에 설치된 양식장에서 성어로 길러냈다. 이 떡붕어들은 이듬해인 72년 경기도 일대의 유료낚시터와 강원도 정선, 부산, 제주 등지에 1차 분양됐고, 이후 각 저수지와 호수 등에 방류됐다. 김씨는 처음 헤라붕어 치어를 생산 분양하는 과정에서 이 어종을 ‘일본 주걱붕어’라 불렀으나 이 말이 헤라붕어를 직역한 것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그러다가 양식 과정에서 이 어종이 마치 떡두꺼비처럼 쑥쑥 자라는 것을 보고 마침내 ‘떡붕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떡붕어라는 이름은 김씨가 작명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저수지와 대형호수 및 수로의 대부분에서 떡붕어가 자생하고 있으며, 이들의 조상은 김씨가 71년 들여온 400만립의 종란인 셈이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자연 저수지서 즐기는 야생 떡붕어 낚시
효촌지 같은 자연지 중층낚시에서 가장 골치 아픈 상황은 이렇게 피라미가 먼저 달려들 때다.


◆한국의 야생 떡붕어=소양호 등 대형호수, 경기도 일대의 저수지

일본에서는 관서와 관동 등 여러 곳에서 헤라붕어를 양식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헤라붕어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중층낚시터에 방류되고 있는 월척급 이상 대형 떡붕어는 대부분 양식한 것으로, 당찬 손맛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에는 떡붕어 양식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 유료낚시터에서 낚이는 떡붕어는 대부분 저수지나 호수 등 자연지에서 잡히는 것을 이식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야생 떡붕어라고 해서 특별히 자연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유료낚시터의 떡붕어가 낚시꾼의 미끼에 잘 적응돼 있다면, 대형 저수지나 호수의 떡붕어는 비교적 낚시미끼에 빠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래도 굳이 한국의 야생 떡붕어라고 한다면 소양호나 춘천호 의암호 아산호(평택호) 등 대형 호수에 서식하는 것과 경기도 파주나 양주의 큰 저수지에 서식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춘천호와 의암호는 수상좌대에서 잘 낚이고, 소양호는 첫 장마 오름수위 때 상류 추곡리 웅진리 신남리 등에서 대형급이 마릿수로 낚인다.

나는 지난 6월 말 경기도 양주의 효촌지를 찾아 제방 앞 잔교에서 낚싯대를 폈다. 양주의 효촌지는 인근 원당지 봉암지, 파주의 발랑지 등과 함께 1세대 떡붕어가 이식된 곳. 지금은 매년 봄~가을이면 많은 중층꾼들이 찾아 낚시를 즐기므로 초기 야생성은 많이 희석됐지만 그래도 야생 떡붕어의 원형에 가까운 놈들이 낚이는 곳이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자연 저수지서 즐기는 야생 떡붕어 낚시
지난 8월10일 손정락씨가 양주 효촌지에서 사용한 원줄, 목줄, 찌.


◆채비=두 바늘 콩알(양 당고) 들어넣기(초친)낚시

이번 취재는 특별히 한국다이와 중층낚시 필드테스터인 손정락씨가 함께했다. 아침 일찍 제방 앞 잔교좌대에 자리를 잡았고, 초기 집어에 공을 들였다. 손씨가 꺼내 든 낚싯대는 다이와 쿠르무크 9척. 지난해 초 개발된 쿠르무크는 대나무 낚싯대의 단절(1ps) 느낌을 가장 잘 살린 낚싯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출시된 다이와 프로라보 0.6호 원줄에 다이와 스팩트론 0.4호 목줄을 세팅하고, 목줄의 길이는 40/30㎝로 맞췄다. 찌는 통공작 깃 소재의 몸통에 솔리드 톱이 장착된 것. 바늘은 5호. 두 바늘 콩알(양 당고)낚시 들어넣기(초친) 채비.


[김동욱의 낚시시대] 자연 저수지서 즐기는 야생 떡붕어 낚시
매시드 포테이토(맛슈 포테이토) 계열의 두 바늘 콩알(양 당고) 떡밥으로 씨알 굵은 효촌지 떡붕어를 낚아낸 손정락씨.


◆떡밥=매시드 포테이토(mashed potato) 계열로 승부

호수나 대형 저수지의 떡붕어낚시는 항상 피라미 등 잡어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날도 자연지낚시터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포테이토 계열의 떡밥이 주가 됐다. 포테이토(감자) 성분의 떡밥은 피라미나 살치 등이 꺼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 이 시기 떡붕어낚시의 대표적인 미끼가 된다.

후맛슈 240㏄에 물 240㏄를 넣고 여기에 아사다나 당고 120㏄와 베스트터치 120㏄를 첨가해 30회 이상 강하게 휘저어 주었다. 이렇게 만든 떡밥은 10분 이상 충분히 숙성을 시킨다. 삶아 으깬 감자를 뜻하는 ‘매시드 포테이토(mashed potato) 떡밥’은 의외로 숙성 시간이 긴 게 특징이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중층낚시에서 쓰는 ‘맛슈 포테이토’라는 떡밥 용어는 매시드 포테이토의 일본식 발음이다. 실제로 10분 이상 숙성시킨 매시드 포테이토 떡밥은 그것만으로는 찌의 목내림을 연출하지 못한다. 그만큼 입자가 곱고 가볍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히 숙성을 시킨 후에도 떡밥그릇에서 여러 번 치대어 점성을 높여줘야 비로소 바늘에 달 수 있다.


[김동욱의 낚시시대] 자연 저수지서 즐기는 야생 떡붕어 낚시
초기 집어를 위한 떡밥의 크기. 집어가 된 후에는 떡밥의 크기를 줄인다. 처음에는 피라미 등쌀을 고려해서 목줄 길이를 30/40㎝로 시작했으나 이후 집어가 된 후에는 40/50㎝로 목줄 길이를 늘렸다.


◆실전=찌 움직임은 그때그때 바뀐다

찌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한 30분 집어를 하자 채비 주변에 떡붕어가 모인 듯 보였다. 수면에 들끓는 피라미 떼가 찌의 목내림을 방해하긴 했지만 찌가 제자리를 잡은 다음 입질이 들어오면 찌톱 한두 마디가 톡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정확한 입질은 초기 몇 차례에 불과했다. 빈 바늘 메모리선(떡밥을 달지 않았을 때의 찌톱 눈금선) 위로 올리는 입질이 있는가 하면 반 마디 정도 깔짝거리는 입질도 있었다. 그런데 이 모두가 정확히 떡붕어의 윗입술에 바늘이 걸리는 ‘정흡’으로 연결돼 나타났다. 즉, 효촌지 떡붕어는 떡밥의 아래쪽에서 강하게 흡입하기도 했지만 떡밥의 옆이나 위쪽에서 삼키는 모습도 보였다.

‘이것이 야생 떡붕어 입질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눈에 띄게 톡 떨어지는 전형적인 떡붕어 입질이 있고, 반 마디 정도 간지럽게 반응하는 입질도 있다. 심지어 찌를 밀어 올리는, 이른바 ‘바닥낚시 입질’도 나타났다.

어떤 상황에서도 마찬가지겠으나 특히 자연지(호수) 떡붕어낚시는 당일에도 수시로 입질의 형태가 바뀐다. 키포인트는 조변석개하는 입질형태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정확히 캐치해 내느냐에 달렸다.

7월 초 현재 전국의 각 저수지와 호수에는 떡붕어 산란이 완전히 끝난 후 떡붕어들이 다시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시기다. 지금부터 겨울 초입 직전, 즉 11월 초까지는 떡붕어의 먹이활동이 가장 왕성할 때이다. 양어장식 유료낚시터에서 마릿수 재미를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가끔은 드넓은 호수로 나가 피아노 줄 소리를 들어보자.

월간낚시21 기자 <블로그 penandpower.blog.me>

[김동욱의 낚시시대] 자연 저수지서 즐기는 야생 떡붕어 낚시
초기 집어를 위한 떡밥의 크기. 집어가 된 후에는 떡밥의 크기를 줄인다. 처음에는 피라미 등쌀을 고려해서 목줄 길이를 30/40㎝로 시작했으나 이후 집어가 된 후에는 40/50㎝로 목줄 길이를 늘렸다.

● 효촌지 두 바늘 콩알낚시
떡밥 만들기

① 후맛슈 240㏄

② 물 240㏄

③ 아사다나 당고 120㏄

④ 베스트터치 120㏄

⑤ 30회 이상 강하게 휘젓는다.

⑥ 손바닥으로 힘을 주어 여러 번 치대어 점성을 높인다.

⑦ 한껏 점성을 높인 매시드 포테이토 계열의 떡밥 완성.

[김동욱의 낚시시대] 자연 저수지서 즐기는 야생 떡붕어 낚시
자연지 떡붕어는 이렇게 마지막까지 힘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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