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모산재 경남 합천·해발 76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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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18   |  발행일 2014-07-18 제39면   |  수정 2014-07-21
돛대바위 올라서니 순풍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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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대바위에서 건너다 본 능선이 마치 성벽처럼 주위 풍광을 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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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재 정상에서 본 돛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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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131호인 영암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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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기도했다는 국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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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대바위를 오르는 수직의 계단을 올라서면 돛대바위가 있다.



<>길잡이

모산재주차장-(10분)-황매산기적길 입구-(50분)-돛대바위-(20분)-무지개터-(10분)-정상-(30분)-순결바위-(30분)-영암사지-(20분)-모산재주차장

모산재(해발 767m)는 경남 합천군과 산청군의 경계에 자리 잡은 전국 최대 규모의 철쭉 군락지인 황매산 자락에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산이다. ‘○○산’ 또는 ‘○○봉’으로 이름 붙여진 산들과 다르게 ‘재’자가 붙은 특이한 산이다.

합천군 황매산군립공원이면서 합천팔경 가운데 제8경에 속하는 모산재는 최근 ‘황매산기적길’이란 이름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가야산에서 비롯된 산줄기가 거침없이 뻗어 그 기백이 모인 곳으로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지치지 않고, 오히려 기운이 차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모산재라는 이름은 정상 바로 밑에 있는 ‘무지개터’에서 비롯되는데 우리나라 최고 명당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가뭄이 들면 지역민이 디딜방아를 지고 와서 기우제를 지내던 자리인데, 이곳에 무덤을 쓰면 자손대대로 영화를 누리지만 반대로 마을은 가뭄이 든다고 해서 이곳에 묘를 쓰지 못하도록 웅덩이를 만들어 물이 고이게 했다. 웅덩이는 못으로, 못이 있는 못산, 모산 등으로 불렸다는 설이 있다.

모산재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모산재휴게소 앞에 서면 ‘황룡사, 영암사지’ 입간판이 나온다. 간판을 따라 시멘트 포장길도 들어서 주택 몇 채를 지나면 왼쪽으로 황룡사를 지나 계곡을 만나는 지점에 ‘여기서부터 황매산기적길 시작입니다’를 새긴 안내판과 ‘모산재 1.3㎞’라는 이정표가 있다. 포장길을 200m 더 오르면 영암사지로 가는 길인데 이곳은 하산지점이 된다.

왼쪽 숲길을 들어서면 마사토가 깔린 부드러운 길이 이어지다가 불쑥 바윗길이 나타나는가 하면 뜬금없이 왼쪽으로 철망이 쳐진 길을 만나게 된다. 철망은 바로 아래 황룡사에서 오르는 길을 막아둔 것인데 그 끝 지점에 본격적인 산길을 알리는 안내 리본이 빼곡히 걸려있다. 키 낮은 숲길을 잠시 지나는 동안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흘러내린다. 숲은 서서히 바윗길로 변하고 거대한 바윗덩이가 위태롭게 놓인 황포돛대를 닮았다. 그 ‘돛대바위’가 하늘에 걸린 듯하다. 로프를 잡고 오르다가 더듬듯이 바위를 잡고 오르는 길이 이어진다. 보통 산에서 숲길이 이어지다가 정상이 가까워지면 사방이 트이는 조망처가 나타나는데, 이곳 산길은 어디든 시선 닿는 곳에 기기묘묘한 바위가 널려있다.

‘모산재 0.6㎞’이정표를 지나면 2단으로 연결된 수직 계단이 놓여 있다. 마치 하늘로 통하는 계단인양 아래에서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계단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 헤아리다가 중간 지점쯤 올라서는 오금이 저려 정확히 헤아렸는지는 모르지만 모두 127계단이 놓여있다. 산에서 딱히 놀 거리가 없으니 계단 층계를 헤아려본다거나 먼 산 포개진 능선을 헤아린다거나 하는 것이 고작이다. 한 번은 쉬는 틈을 타 개망초 꽃잎을 헤아리다가 ‘미친놈’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이런 계단을 만나면 속으로만 헤아린다.

양팔로 난간을 잡고 오른 계단 끝에는 삼각뿔 모양을 한 거대한 바윗덩이인 돛대바위가 순풍을 타고 하늘로 항해하듯 돛을 펼치고 있다. 한차례 비가 내린 뒤라 멀리까지 조망은 어렵지만 합천호를 끼고 악견산, 금성산, 허굴산이 돛대바위 뒤로 오뚝하고, 하산길이 될 맞은편 능선은 거대한 성벽처럼 기암들이 도열해 있다.

돛대바위에서 200m 정도 바윗길이 이어지다가 평지와 같은 숲길이 이어진다. ‘모산재 0.3㎞’ 이정표를 지나면 길섶에 작은 웅덩이가 있다. 이곳이 바로 천하의 명당이라고 불리는 무지개터다. 무덤을 쓰지 못하도록 웅덩이를 만들었는데 가뭄에 말라있다. 황매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지나면 바로 모산재 정상이다. 넓은 암반 위 정상 가운데는 돌무더기 사이에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말라죽은 소나무에 누군가 익살스러운 장승을 조각해두었다. 지나온 돛대바위가 건너편 아래에 내려다보인다.

정상에서 하산은 ‘영암사지’ 이정표만 따르면 된다. 오른쪽은 단애를 이룬 천 길 낭떠러지이고 바위능선이기는 하지만 왼쪽은 평평한 넓은 길이다. 로프길을 한 번 내려서면 오른쪽 벼랑 끝에 갈라진 바위가 있다. 몸을 겨우 비집고 나가보면 간담이 서늘한 절벽 끝이다. 잠시 안부에 내려섰다가 비스듬한 바위 위에 올라서면 ‘순결바위’이정표가 있다. 바윗덩이가 묘하게 갈라진 바위인데 사생활이 문란한 사람이 바위틈에 들어가면 바위가 오므라들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바위다. 갈라진 틈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좁아지는 형태라 순결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누구든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순결바위를 지나면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곳곳에 로프를 매어 놓아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하지만 바닥에 흙과 마사토가 깔려있어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구간이다.

10여분 내려서면 왼쪽 소나무 숲 사이에 ‘국사당’이란 안내판과 함께 제단 같은 돌무더기가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이성계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기도했다는 곳으로 지방관찰사로 하여금 제사를 지내도록 했고, 이후 고을 현감 등이 지내다가 최근에는 인근 마을주민이 매년 음력 3월3일에 제를 올린다고 한다.

황토가 깔린 숲길을 잠시 내려서면 포장마차 같은 간이매점이 나온다. 이어 영암사지 옆에 새로 지어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영암사에 닿는다. 영암사를 돌아 나오면 넓은 터에 삼층석탑과 일직선에 놓인 쌍사자석등이 일품인 사적 131호인 영암사지를 지난다. 200m를 더 가면 오전에 들렀던 들머리를 지나 10분이면 주차장에 닿는다. 습도가 높은 날의 산행이었지만 황매산기적길에서 기를 듬뿍 받아서인지, 볼거리가 풍성해 피곤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가벼운 산행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 한가로이 매미가 울어댄다. 마침내 여름이 온 모양이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모산재☞

◇…모산재는 경남 황매산군립공원 자락의 산으로 봄에는 철쭉이 유명해 황매산에서 모산재까지 종주 산행을 주로 하는 산이지만 모산재만 원점회귀코스로 잡아 찾는 이가 많은 산이다. 산행 내내 기기묘묘한 절경에 피로감을 잊을 수 있는 산이다. 전체 거리가 5㎞ 남짓하며 순수 산행시간만 3시간 남짓 소요된다. 넉넉히 휴식을 즐기더라도 4시간이면 충분해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가는길☞

◇…88고속도로 고령IC를 빠져나와 좌회전으로 삼거리까지 간 다음 합천, 고령 방향의 33번 국도를 이용해 진주방향으로 합천읍까지 간다. 이어 남정교차로에서 합천호 이정표를 따라 조정지댐과 합천호 물문화관을 지나 회양삼거리에서 1089번 지방도로를 따른다. 황매산 만남의광장 휴게소까지 간 다음 60번 지방도로를 따라 황매산입구를 지나면 모산재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624번지(모산재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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