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호미씻이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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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9 07:44  |  수정 2014-07-29 07:44  |  발행일 2014-07-29 제20면
[문화산책] 호미씻이의 계절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디지털국학센터 소장>

참으로 무더운 여름이다. 텃밭에 부쩍 자라난 잡초를 뽑기 위해 잠시만 호미를 들고 김을 매도 숨이 턱턱 차오를 정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농부라면 누구나 호미를 씻어 걸어두고 시원한 그늘에서 잠시 쉬고 싶은 계절이다. 지금도 안동에서 ‘풋굿’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 ‘호미씻이’는 이 같은 마음을 담아 진행된 민속놀이다.

407년 전인 1607년 음력 7월2일, 안동 예안의 오천에서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호미씻이를 즐겼다. 올해 음력 7월2일이 양력으로 7월28일이니, 바로 지금 이맘때였다. 이 시기는 곡식이나 잡초 모두 뜨거운 햇살을 자양분으로 최대한 빠른 성장을 한다. 뿌리가 안착되면서 성장이 강하게 일어나는 시기이다. 이 때문에 벼의 풍년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 영농 주기에서 농작물 재배를 위한 마지막 핵심활동인 김매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이 시기를 두고 “호미 끝에 일백 그루의 벼가 생긴다”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아무리 더워도 김매기를 하지 않으면 풍년을 기약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시기 김매기는 그만큼 힘들지만, 또한 풍년을 기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호미씻이는 이처럼 뜨거운 여름 햇살을 맞으며 김매기를 마친 농부들에게 주어지는 쉼과 재충전의 시간이다. 사람의 힘이 필요한 영농 활동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여름 논매기가 끝나면 농부들은 호미를 씻어둔 채 잠시 농사를 물렸다. 그리고 하루 날을 잡아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힘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다시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충전하는 시간이자, 일상의 힘듦을 견디게 만들었던 희망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요즘은 호미씻이의 계절이다. 이번 주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통해 옛 농부들이 했던 호미씻이를 할 것이다. 뜨거운 여름 햇살만큼이나 힘든 현실을 겪었던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호미를 내려놓고 자신을 재충전할 것이다. 호미씻이가 힘든 일에 대한 보상이었던 것처럼 현대인에게 휴가 또한 일상에서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자 재충전의 시간이다. 다시 돌아올 현실을 위해 호미를 씻어 두고, 짧은 시간이지만 힘든 현실을 잘 이겨낸 보상을 충분히 즐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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