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남산(南山) 경북 청도·해발 87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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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2   |  발행일 2014-08-22 제39면   |  수정 2014-08-22
비가 오는 날 올라도 좋아라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구름바다 한폭 수묵화 속에 내가 있네
[최원식의 산] 남산(南山) 경북 청도·해발 870m
삼면봉 오르는 길에 만난 전망대. 평소 같으면 화악산, 철마산까지 조망이 좋은 곳이다.
[최원식의 산] 남산(南山) 경북 청도·해발 870m
남산 봉수대. 1990년대에 방호벽 석축을 올리는 등의 복원이 이뤄졌다.
[최원식의 산] 남산(南山) 경북 청도·해발 870m
폭포 갈림길을 지나 만나는 일본잎갈나무 군락지.


철갑을 두른 듯이 소나무 숲이 울창하리라는 막연한 상상은 애국가에 등장하는 ‘남산’ 때문일까. 비록 그 남산은 아니지만 왠지 늘 가까이에서 보아오던 산처럼 친근감이 드는 산을 찾았다. 청도의 남산(870m)이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경부선 열차가 지나고 사통팔달 교통이 편리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이 남산이다. 남산은 청도군 청도읍과 화양읍, 각남면의 경계를 이루며 청도의 진산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코스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은 산으로 지역 산악회인 청도산악회에서 꾸준히 정비하고 있어 이정표며 등산로가 비교적 잘 나있다.

남산으로 향하는 동안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몇 주 연속으로 주말이면 비가 내리더니 이번에도 어김없다. 마른장마 끝에 내리던 단비가 곡식이 여물어야 할 시기까지 이어지지는 않을까 농민들의 근심거리가 되어버렸다.

옛 어른들 말씀으로는 그해에 내릴 비는 그해에 다 내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뭄에 큰비를 대비해 저수지를 준설하고 수로를 정비해두고 때를 기다리면 저수지가 가득하도록 비가 내린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이 내린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낙대폭포로 향하는데 멀리서도 폭포소리가 요란하다.

바닥에 깔린 지압보도를 따라 폭포 앞에 이르자 높이 20m가량의 2단 폭포를 이룬 낙대폭포가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진다. 여름 한철 폭포수를 맞으려고 찾는 이들이 많은 폭포인데 비의 영향인지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다.

폭포를 뒤로하고 아름드리 당단풍나무가 있는 왼쪽 등산로로 접어든다. 무덤 한 기를 지나 20분쯤 오르니 성곽과도 같은 축대를 쌓은 집터를 만난다. 이곳은 ‘남산 봉수대’를 관리하던 봉군이 살던 집터로 알려진 곳이다.

여기서 조금 더 오르면 폭포삼거리인데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면 D코스 네거리인 능선을 만나고, 직진해서 능선으로 오르면 거북바위로 이어지는 능선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 일본잎갈나무가 주를 이루는 완만한 오름길을 20분 오르면 ‘D사거리’ 이정표를 만난다.

D코스에서 올라와 정상으로 향하는 합류지점인데 봉수대에서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지점이다. 무덤 한 기를 지나 능선은 왼쪽으로 크게 휘어져 신둔사에서 올라온 C코스 네거리 갈림길을 만난다. 10분을 더 오르니 청도읍 일대와 화양읍 너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는 거북바위 암릉구간인데 발아래는 사방이 구름에 가득 차서 조망이라고는 전혀 없다. 바람이 거세져 내리는 비와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져 비옷을 꺼내 입어보지만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벗어버린다. 아무리 좋은 기능성 비옷이라고는 하지만 흘러내리는 땀이나 비의 양이 비슷해 제 기능을 못한다. 5분을 더 가 봉수대 갈림길을 지난 뒤 군데군데 바위전망대가 나타나지만 구름 저 건너편에 화악산이겠거니 짐작만 할 뿐이다.

너덜길이다가 바위구간이 나타나면서 절벽 경계에 소나무가 적절히 자리 잡은 곳. 여기가 바로 남산과 소나무를 연결 지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경을 빚어낸 장소를 만난다. 구름이 가득한 가운데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는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안부로 한번 내려갔다가 20분쯤 가파른 길을 오르니 쇠사슬을 묶어놓은 바위구간이다. 한 번은 짧게, 한 번은 길게 늘어진 쇠사슬을 두 번 지나 삼면봉에 올라선다. 읍으로 승격되기 전에 청도면, 화양면, 각남면이 경계를 이루는 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 밤티재를 지나 화악산으로 갈 수 있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 약 600m를 더 가서 바위를 만나 오른쪽으로 돌아 쇠사슬이 길게 매진 구간을 오르니 남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표석과 안내도가 나란히 서있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70m 내려선 헬기장에서 능선을 따라 죽림사, 북동쪽 계곡 방향을 잡으면 고찰인 신둔사가 나온다. 신둔사길을 택해 계곡으로 내려섰다가 낙대폭포로 가려면 계곡을 한 번 건너 된비알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일행은 왔던 길을 되돌아나가 봉수대를 거쳐 낙대폭포로 하산하기로 했다. 계획했던 길보다 산행거리는 길어지지만 계곡을 건너야 하는 불편을 덜기위한 선택이다. 봉수대 갈림길까지 되돌아 나와 오른쪽 가파른 내리막을 70여m 내려서자 석축을 두른 봉수대가 나온다.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었는데 몇 해 전에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이 봉수대는 조선조에 축조한 것으로 낙동강 하구 쪽에서 왜구의 침입이 있을 때 신호용으로 쓰였다고 한다. 남쪽으로는 밀양의 분항산 봉수대에서 신호를 받아 북으로 대구와 청도를 잇는 팔조령 봉수대에 신호를 전하는 게 목적이었다.

봉수대에서 50m를 더 가자 직진하는 길인 대포산 방향은 비교적 잘 나있고, 낙대폭포로 내려서는 왼쪽 길은 숲 사이에 표지기 몇 개만 붙어있어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산 사면을 따라 600m쯤 가면 D코스 네거리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닿는다. 여기서 오전에 올랐던 길을 따라 40분을 더 가면 낙대폭포 주차장에 닿는다.

뽀송뽀송한 옷으로 갈아입으려다 더욱 거세진 비바람에 마땅히 공간도 없고 해서 그냥 차에 올랐다. 이제 좀 그쳐줬으면 좋으련만.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남산☞

◇…청도 남산은 청도읍에서 화양읍 소재지로 접어들어 나오는 신둔사를 중심으로 A, B, C, D 4개 코스가 인기 있다. 신둔사에서 정상을 오르는 길이 가장 단거리 코스이고, 삼면봉을 지나 화악산으로 연결해 한재미나리 산지인 평양리로 하산하는 종주산행도 좋다. 또 청도8경의 하나인 낙대폭포를 거쳐 거북바위, 남산 봉수대를 둘러보는 산행도 괜찮다. 낙대폭포 상류에 저수지가 있어 여름철에는 수량을 조절해 시원한 폭포를 만들고, 겨울에는 20m 높이의 빙폭이 형성되어 장관을 이룬다. 낙대폭포를 기점으로 정상까지 왕복해 봉수대를 돌아 나오면 약 12㎞로 4~5시간이 소요된다.

가는길☞

◇…팔조령을 넘어 화양읍을 지난 다음 청도군청에 가거나,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IC를 빠져나와 청도군청에 간 다음 군청 옆 계곡을 따라 낙대폭포, 한옥학교 이정표를 따라 3㎞를 가면 낙대폭포 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청도군 화양읍 범곡리(낙대폭포)

볼거리☞

◇청도 화양읍 석빙고=청도군 화양읍에 있는 보물 제323호로 지정된 청도석빙고가 있다. 전국에 남아 있는 6기의 석빙고는 모두 18세기에 만들어진 것들이며, 그중 경주석빙고(보물 제66호)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조선 숙종 39년(1713)에 축조되었으며 지금은 원형을 잃고 봉토는 유실되었으며 지붕도 뼈대만 남았다. 인근에 경북도 기념물 제103호인 청도읍성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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