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똘아빠의 식도락] 일본분식점 ‘신주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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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2   |  발행일 2014-08-22 제41면   |  수정 2014-08-22
[짱똘아빠의 식도락] 일본분식점 ‘신주쿠’
‘신주쿠’의 장육

몇 해 전만 해도 밤시간이면 을씨년스러운 기운마저 감돌던 종로통.

‘근대로의 여행’으로 명명된 대구 골목길 투어 덕분에 진골목 일대가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고 덩달아 이 골목에 있던 오랜 전통의 음식점들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 시작했다. 간판을 앞세운 프랜차이즈도 있고, 범상치 않은 내공으로 자신만의 옥호를 내건 집들도 있어서 찾아가는 재미,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한게 종로통의 현주소이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20년간 한결같은 맛과 멋으로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 있다. 옛 중앙시네마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일본분식점인 신주쿠가 바로 그곳이다.

신주쿠의 시작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에서 현재 사장님의 시아버지가 우동집을 열게 되었고, 58년에 귀국해서 일본분식점을 시작한게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처음에는 당시의 국세청(지금은 노보텔이 들어선 곳) 뒤쪽에 문을 열었다가 한일극장 맞은편, 대구백화점 인근 등 몇 차례 이전을 거듭하다가 10여년 휴업도 했다고 한다.

지금 자리에 새 터전을 꾸린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몇 해 전 사장님의 건강이 안 좋아 몇 달간 잠시 문을 닫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창업주인 시아버지도 돌아가시고 10년 전쯤에는 남편분도 돌아가시는 바람에 혼자서 가게를 꾸려나가는 게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몇 해 전만 해도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가족단위의 손님과 젊은층의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입소문 탓도 있겠지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메뉴가 꾸준한 인기의 비결이다. 일본식 생라면인 시오라멘과 한겨울에도 맛볼 수 있는 메밀국수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직접 만드는 돈가스도 인기있는 메뉴 중 하나이다. 저녁시간 소주 한 잔 생각이 날 때는 아삭한 오이와 곁들여 먹는 구수한 돼지고기 수육인 ‘장육’이나 톡 쏘는 겨자맛이 일품인 스모노 한 접시가 멋진 안줏감이다.

주방 여건과 일손의 한계로 바쁜 시간에 가면 다양하게 주문을 못하는 점이 아쉽지만 어떤 음식이나 다 맛있는 집이니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와서 반갑다며 과일 한 조각 깎아서 식탁 위에 놓아주는 사장님의 따스한 미소 덕에 더욱 소중한 집. 푸근한 휴식이 그리울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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