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일당체제가 뿌리…담쟁이처럼 뻗어나가

  • 최우석
  • |
  • 입력 2014-08-23   |  발행일 2014-08-23 제2면   |  수정 2014-08-23
[y 스페셜] 대구 ‘공무원 天下’
정당간 경쟁 치열 안해…입맛대로 공천한 결과 시장·국회의원으로 배출
인사권 쥐면 공무원 밀기…주요자리 돌아가며 독점
얽히고설키며 ‘철옹성’
새누리 일당체제가 뿌리…담쟁이처럼 뻗어나가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안전사고 후 고착화된 관료주의 사회의 적폐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탁상행정에 함몰된 공무원들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이미지가 위축되고 있다. 대구시청 공무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새누리 일당체제가 뿌리…담쟁이처럼 뻗어나가
‘공직사회 입문=출세’라는 공식은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들에게 공무원 시험은 ‘인생역전의 사다리’로 인식되고 있어 휴일에도 대구시내 공무원학원은 북새통을 이룬다. <영남일보 DB>

대구시가 타 광역시에 비해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 등에서 공무원출신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나온다.

야당 인사들은 대구의 새누리당 독주가 공무원 출신 국회의원의 공천으로 이어지고,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높은 공무원 비율로 나타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홍의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및 충청권의 경우, 정당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는 인물에게는 공천권을 줄 수 없다”며 “반면 대구의 경우 새누리당 공천만 되면 당선이 확실하기 때문에 청와대와 중앙당은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공무원 출신에게 시장과 국회의원 공천권을 준다. 또 공무원 출신인 시장과 국회의원은 같은 이유로 공무원 출신 기관장을 반복 임명하고, 기초단체장에게 공천권을 주는 구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산하 공기업의 공무원 낙하산 인사 역시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역대 대구시장 전원이 공무원 출신이라는 배경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한 전직 기초단체장은 “대구사회에서 공무원 조직은 이미 가장 강력한 이권조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형님 먼저, 아우 먼저’하며 기초단체장은 물론 시장과 공기업 주요자리까지 독점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선순환 구조,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악순환 구조”라고 진단했다.

국회의원들이 정치인 출신 기초단체장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분석도 있다. 구의원과 시의원을 거쳐 지역주민들과의 밀착도가 높은 정치인 출신보다는 지역기반이 부족한 공무원 출신을 선호한다는 것.

대구시의회의 한 의원은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라이벌로 부상할 수 있는 정치인 출신 기초단체장은 부담스럽다. 자연스레 지역기반이 부족한 공무원 출신에게 공천권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시·구의원 출신인 한 구청장의 공천이 취소되고 그 자리를 관료출신이 차지해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구에서 지방의원을 거쳐 구청장이 된 자치단체장은 강대식 동구청장이 유일하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편에서는 지방선거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유병철 북구의회 의원은 “기초단체장을 선거를 통해 뽑은 이유는 경직되고 틀에 갇힌 공무원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타 직종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전문가가 단체장으로 올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의 경우 반수 이상이 공무원 출신으로 채워진 데다 그들이 재선, 3선을 역임하며 내부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 의원은 “각종 공무원비리도 공무원들의 독점구조에서 이뤄진다고 본다. 지난해 일어난 ‘국립대구과학관 채용비리 사태’에서 자신의 자녀들을 채용시킨 것으로 드러난 고위공무원들이 지금까지도 주요 직책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역동성이 부족해진다는 평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의 한 서기관은 “2008년 중구청이 실시한 동성로 노점상 철거작업을 바라보며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무원들의 사고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면서 “당시 중구청장이 비 공무원 출신인 윤순영 구청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이 대세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역별 기초단체장을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건축사 김영종(종로구), 회계사 문석진(서대문구), 교수 노현송(강서구)·차성수(금천구)를 비롯해 민주화추진협의회 출신의 유덕열(동대문구),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김영배(성북구)·이창우(동작구), 기초의원 및 광역의원 출신인 이채석(강동구)·조길형(영등포구)·김성환(노원구)·이동진(도봉구)·박경수(강북구)·성장현(용산구), 언론인 출신 조은희(서초구)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초단체장이 포진하고 있다.

부산도 시의원, 구의원 등 지방의원 출신이 50%인 8명이며, 나머지는 약사, 한의사, 정당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인천 역시 기업가, 빈민운동가, 지방의원 등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으며, 강화군수와 옹진군수 2명만 공무원출신이다. 이마저도 조윤길 옹진군수는 고시가 아닌 9급 공채로 시작해 군수까지 된 케이스다. 반면 대구의 경우 8명 중 5명이 고시를 거친 공무원 출신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무원출신이 관료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은 “나 같은 경우 대구시 경제국장 3년과 북구 부구청장 2년 등의 경험을 통해 이미 북구가 나아가야 할 로드맵을 작성해뒀다. 수십년 동안 공직생활을 통해 자신만의 청사진을 그려 놓은 단체장이라면 비 공무원 출신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지자체를 이끌어 갈 수 있다”며 “더불어 행정고시 출신의 경우 중앙부처 곳곳에 포진한 동기 및 선·후배 등 인적네트워크가 풍부하다. 이는 중앙부처와의 원활한 연계를 통해 지자체 발전에 큰 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초지자체의 단체장은 관리형인 공무원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경 대구 서구 부구청장은 “복지가 점점 확대되며 기초단체장이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은 사실상 얼마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보다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공무원이 점점 더 기초단체장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대구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대구시민들이 인물이 아닌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도권이나 충청권과 같은 선거가 이뤄진다면 최소한 자질이 떨어지는 공무원은 공천을 받을 수도 없을 것”이라며 “대구를 ‘공무원의,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을 위한’ 도시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