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함께하는 심뇌혈관질환 제대로 알기 .2] 골든 타임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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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6 07:48  |  수정 2014-08-26 07:49  |  발행일 2014-08-26 제20면
8시간내 혈관 개통하면 허혈성 뇌졸중 환자 50%는 거의 회복
혈액 공급 부진하면 뇌세포 죽어…미세혈관 손상땐 뇌부종도 발생
출혈성 뇌졸중 골든타임 개념 없어…뇌동맥류 파열 출혈 순간 운명 결정
20140826

골든 타임. 의학계에선 일정 시간 내에 치료하면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으나, 그 시간을 넘기면 치료효과가 급감하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모든 질환은 빨리 진단하고 치료할수록 득이 된다. 빠른 치료가 좋기는 하지만 치료시기에 관계 없이 그럭저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굳이 ‘골든 타임’이란 단어를 사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실제 만성 질환의 경우 빨리 치료할수록 좋지만 굳이 골든 타임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급성질환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급성뇌졸중은 갑자기 뇌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파열되어 뇌출혈이 일어나는 ‘출혈성 뇌졸중’으로 구분된다. 이때 허혈성 뇌졸중에는 치료의 골든 타임이 존재한다. 흔히 의사들은 ‘타임 윈도(Time Window·적정 치료시기)’라고 한다. 발병 직후 몇 시간 내에 막혔던 뇌혈관을 개통시키면 기능은 잃었지만 아직 살아있는 뇌세포를 회생시킬 수 있다.

뇌에는 여러 개의 혈관이 혈액을 공급한다. 정상적인 뇌는 100g에 해당하는 부피에 1분 동안 약 50㎖의 혈액이 지나가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한다. 이러한 혈액관류량이 20㎖로 감소하면 뇌세포는 기능을 하지 못하며 반신 마비와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이때까지 뇌세포는 살아 있다. 여기서 뇌의 혈액관류량이 10㎖ 이하로 감소하면 뇌세포는 손상되어 죽게 된다. 이때는 막힌 혈관이 개통되어도 뇌세포가 살아나지 못한다. 그래서 의사들은 막힌 혈관을 조금이라도 빨리 개통하려 한다.

그러면 이 골든타임이 지나고 혈관을 개통하면 뭐가 문제일까.

이때는 이미 영구손상으로 회복되지 않는 뇌세포의 문제뿐이 아니다. 미세 뇌혈관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된다. 뇌 속에 거미줄처럼 종횡무진으로 뻗어 있는 뇌혈관의 잔가지들이 혈액 공급의 부진으로 손상되게 된다. 뒤늦게 개통되면 혈액 성분이 손상된 미세 혈관 벽을 통과해 새어 나와 뇌부종이 발생한다. 심하면 뇌출혈이 발생한다. 개통 이전보다 더 나쁜 상태로 빠져 들고 회복되지 않는다.

허혈성 뇌경색의 골든타임은 치료 방법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혈전 용해를 위한 정맥주사제의 경우 4~5시간, 뇌동맥으로 혈전용해제를 주입할 경우 6시간, 뇌동맥의 막힌 부위를 특수 기구를 사용해 물리적으로 제거할 때에는 8시간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은 각각의 환자에서 다르게 평가 된다. 시간이 이른데도 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환자가 있고, 시간이 지났는데도 치료를 할 수 있는 환자가 있다.

“무슨 소리” 할 것이다. 바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그만큼 전문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골든 타임 이내에 치료한 환자 결과는 어떨까.

치료 받은 모든 환자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8시간 이내에 개통했을 때 대체로 50% 환자는 다소의 장애가 있을지언정 주변의 도움 없이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20%는 개통에도 불구하고 사망에 이른다. 애초에 다수의 환자에게 치료를 시행했을 때 득이 된 환자 수가 손해를 본 환자 수보다 월등히 많은 시간 까지를 골든타임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대로 두었다면 80~90%의 환자는 사망하게 된다.

다음으로 출혈성 뇌졸중은 어떠한가.

출혈성 뇌졸중에는 여러 가지 질환이 있으므로 이를 하나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는 골든 타임 개념은 없다.

뇌동맥이 가지 치는 이음새가 내부의 혈류와 혈압에 의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뇌의 표면에서 터지는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은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한 번의 출혈 순간 운명을 결정해버린다. 그러나 출혈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상태로 병원에 온다면 2차 출혈을 막기 위해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따로 골든 타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2차 출혈이 발생하면 상태가 악화되어 더 이상 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므로 이를 막는 것이 급선무다.

또 다른 흔한 질환은 뇌실질출혈이다.

고혈압성 출혈이 이에 속하나 고혈압이 없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직경 0.1㎜ 미만의 가는 동맥이 뇌의 깊은 곳에서 파열되어 출혈하고 뇌를 파괴하는 질환이다. 이 또한 최초 출혈에서 뇌가 파괴되고 손상 정도가 결정된다. 대부분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출혈이 멎은 상태이다.

이 경우에도 재출혈이 문제이다. 재출혈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출혈 부위는 뇌의 깊은 부위로 수술 자체가 뇌손상을 가져오며, 그 부위에는 0.1㎜ 미만의 여러 혈관이 공존하고 있어 대량의 출혈이 되기 전에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

좀 더 적은 양의 출혈에는 개두수술이 아니라,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어 관을 삽입하고 출혈을 빼내는 수술을 하지만 재출혈을 예방할 수는 없다. CT(컴퓨터 단층촬영)나 MRI를 몇 차례 시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뇌출혈이 증가하고 환자의 마비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허혈성 뇌졸중은 골든 타임이 존재하나 출혈성의 경우에는 그러한 개념이 없다. 그러나 개개의 상황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가 벌어지므로 발병시에는 경북대병원 권역심뇌혈관질환 뇌혈관센터 등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경북대병원 대구·경북 권역심뇌혈관질환
뇌혈관센터장 박재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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