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의 비상! 경북도청 이전 풀 스토리 .4] 최종 후보지 3곳 결정됐지만…

  • 심충택
  • |
  • 입력 2014-08-27   |  발행일 2014-08-27 제11면   |  수정 2014-10-17
YS정부때 행정구역 통폐합이 복병…이전 계획도 주춤
후보지선정 용역 과업지시서 미뤄…주민들은 “빨리 진행하라” 항의
결국은 1994년 3월 용역계약 체결
안동-구미-포항 최종후보지 선정…제외된 지역 도의원은 불만 표출
20140827
1994년 1월18일 도청이전특위에 출석한 이원식 경북도부지사가 “앞으로 국회에서 행정구역개편 문제를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도청이전 입지기준설정 및 후보지 선정’ 용역계약은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특위는 이날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 부지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용역계약을 연기했다. <경북도의회 제공>
20140827
경북도의회 상임위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종덕 의원(맨 왼쪽). 김 의원이 제출한 ‘후보지선정 연구보고서에 대한 불신결의안’은 도의회의 도청이전작업을 원점으로 돌리는 주요 계기가 됐다. 김 의원 옆으로(시계방향) 구미출신 재력가인 문대식 부의장, 달성군수를 역임한 박경호 의원, 김천시장을 역임한 박팔용 의원의 모습이 보인다. <영남일보 DB>


경북도의회 도청이전특위가 후보지 결정을 위한 용역기관(동명기술공단)을 선정함으로써 도청이전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1994년 벽두부터 ‘행정구역개편’이라는 복병(伏兵)이 등장했다.

1년 전 출범한 김영삼정부가 광복 이후 한 번도 손대지 않았던 행정구역 통폐합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1945년 이후 급속한 인구 팽창에 따라 행정구역을 계속 늘려왔던 우리 정부는 94년 2월14일 당정회의를 통해 행정구역 통폐합 문제를 공론에 부쳤다. 95년 처음 실시되는 지방자치단체장(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동일 생활권의 시·군을 도농 통합시로 합치자는 취지였다.

야당에서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행정구역 통폐합 문제가 거론되자 크게 반발했다. 다양한 정치색을 지닌 민선단체장들의 등장을 꺼리는 정부가 지방선거를 연기하기 위한 술수를 부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1.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새로운 전기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민정부는 1995년 1월1일 도농복합형 행정구역 통폐합을 단행했다.

272개의 기초자치단체(시·군·구)를 230개로 줄였다. 경북도의 경우 포항시와 영일군이 포항시로, 경주시와 경주군이 경주시로, 안동시와 안동군이 안동시로, 영주시와 영풍군이 영주시로, 김천시와 금릉군이 김천시로, 경산시와 경산군이 경산시로, 상주시와 상주군이 상주시로, 영천시와 영천군이 영천시로, 점촌시와 문경군이 문경시로, 구미시와 선산군이 구미시로 통합되었다. 같은 해 3월에는 대구직할시가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경북 달성군이 대구광역시에 편입되었다.

이처럼 시·군 통폐합이 단행되자 일각에서는 광역시·도 통합문제까지 거론됐다. 자연히 경북도청 이전 논의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행정구역 통합 추이를 지켜본 뒤 도청이전문제를 논의하자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94년 들어 도청이전특위 첫 회의가 1월18일 열렸다. ‘도청이전 입지기준설정 및 후보지 선정’ 용역계약에 앞서서 용역수급업체인 동명기술공단이 수행해야 할 과업지시서를 확정하기 위한 회의였다.

그러나 이날 특위회의에 출석한 이원식 경북도부지사는 “2월 국회에서 행정구역개편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 같고, 가부간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과업지시서가 확정되더라도 계약은 늦춰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많은 돈을 들여 용역을 맡겨놓고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 예산낭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특위는 집행부의 생각을 받아들여 과업지시서 확정을 연기했다.



#2. 안동·구미·포항 최종후보지로 선정

이렇게 후보지선정 용역을 위한 과업지시서 확정이 미뤄졌지만 ‘계약을 빨리 진행시켜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경북도의회에 빗발쳤다. 특위 위원들도 몇 차례 간담회를 가지고 ‘행정구역개편 논의 때문에 시간을 끌 수만은 없다’는 판단을 내린 후 3월29일 동명기술공단과 ‘도청이전 입지기준설정 및 후보지 선정’ 용역을 체결했다. 납품시한은 그해 10월31일까지로 했으며, 계약금액은 2억7천770만원으로 결정했다.

항공기까지 동원한 동명기술공단의 용역은 계약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해를 넘기고도 용역결과물은 특위에 납품되지 않았다. 후보지가 발표된 후의 부동산투기방지대책 수립이 중앙부처 조직개편과 맞물리면서 늦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94년 11월8일 특위위원장은 울진 출신 주기돈 의원으로 교체됐다. 주 의원은 “지역 간 이기주의가 도청이전작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위위원들만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려달라”면서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용역결과는 95년 2월24일 특위 제20차 회의에서 발표됐다.

특위는 용역 결과를 납품받기 전 동명기술공단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중간보고를 받고 추진상황에 대한 보완지시를 내렸다.

특위는 이 과정에서 94년 10월31일로 돼 있던 용역계약 시한을 12월10일까지로 1차 연장하였으며, 그후 토지투기방지대책인 토지거래 계약 허가구역 지정을 위해 다시 95년 2월10일까지로 재연장했다.

용역을 납품받은 결과 안동시 풍산읍 수리·수곡리 일원, 구미시 해평면 금산리·도문리 일원, 포항시 기계면 화대리·성계리 일원 3곳이 최종후보지로 선정되었다.

특위에 출석한 동명기술공단 관계자는 “이번 연구의 특성을 감안하여 보안과 공정성 유지에 각별히 유의하였고 다수의 교수들을 초빙하여 연구내용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우리회사는 최선의 연구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최대의 노력과 성의로 연구를 수행하였기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참고로 경북도의 지리적·인구적 중심지에 대해 이날 동명기술공단 측은 “경북도의 지리적인 중심지는 실제로 울릉군까지 포함할 경우에는 동해안상에 떨어지게 된다. 울릉군을 제외하고 평가한 결과에는 의성군 사곡면 오상리가 지리적인 중심지가 된다. 그런데 그 지리적인 중심지에다 인구분포 상황을 감안한 인구적 중심지는 지리적인 중심지에서 남쪽으로 약 8㎞ 내려온 의성군 의흥면 신덕리가 된다”고 보고했다.



#3. 선정된 후보지에 대해 “승복할 수 없다”

용역결과는 당일 경북도의원 8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에 보고됐다. 당연히 최종 3개 후보지에서 제외된 시·군 출신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4대 경북도의원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3월24일 도청이전특위 제21차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업가 출신인 김종덕 의원(영천)이 동료의원 50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한 ‘경상북도 신도청소재지 입지기준설정 및 후보지선정 연구보고서에 대한 불신결의안’이 상정됐다.

김 의원이 제출한 불신결의안은 3개 후보지로 압축된 안동·구미·포항출신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경북도의원들의 불만을 대변한 것이었다.

김 의원은 불신결의안 제안설명에서 “동명기술공단이 제출한 연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공정성, 객관성, 합리성, 현실성, 미래성이 결여되어 도청을 이전코자 한 본래의 배경과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제출한 불신결의안은 특위까지 구성해서 추진한 경북도의회의 도청이전작업을 원점으로 돌리는 주요 계기가 되었으므로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신결의안이 지적한 첫째 문제는 도청이전의 목적이 행정서비스 개선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청 입지 기준 및 세부 항목 가중치와 관련한 용역기관의 결정은 행정서비스개선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요인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지역 통합성(중심성과 접근성)’이 과소반영됐으며, 영천시 북안면 용계리, 신대리 일원은 그 주변지역 약 52만 8천 ㎡(16만평)가 군사보호지역으로 고시된 지역인 데도 영천지역 평가 대상지로 결정한 것은 동명기술공단의 연구 보고서 자체가 불신을 받게 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포항 지역 식수 및 생활·공업용수를 영천댐에서 공급하는 것은 공지의 사실인 데도 포항시 기계면 화대·성계리 일원은 수원(水源)과의 거리(물리·환경적 평가 기준) 점수를 0.075로 하였고 영천 지역은 -0.079로 한 것은 보고서가 엉터리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최종후보지 중 안동 풍산지역은 현지답사 결과 안동시에서 예천방면으로 약 20㎞나 서북쪽에 위치해 사회·경제적 입지 기준인 중심성, 접근성에서 취약하다. 그러나 평가에서 1위인 0.2264점을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 미리 특정지역에 도청을 이전하도록 틀을 짜두고 그 속에 내용을 집어넣은 감이 없지 않아 절대다수의 도민들로부터 공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와 함께 “도청이전특위의 경우 부동산투기 예방과 보안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현장답사마저 아니한 것은 큰 실책이며, 만약 그렇게 했더라면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4. 용역결과에 대한 성토 이어져

김종덕 의원의 발언이 끝난 후 이번에는 경주출신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사업가 출신인 김해길 의원은 “제가 경주에 거주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고 국토개발연구원에서 쾌적성을 말할 때 경주, 춘천이 제일 좋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서 경주가 안동보다 쾌적성 수치가 낮은지 해명해 달라. 동명기술공단은 용역을 수주받을 때 아주 공정성을 기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점에서 용역결과를 불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역시 경주출신이면서 한의사인 임창구 의원은 “이번에 최종 연구보고서를 검토해 본 결과 쾌적성, 역사성, 접근성,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등의 측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역사성 평가에 있어서 경주가 2.49, 안동이 2.95로 안동이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이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어떤 사람을 붙들고 어느 도시가 역사도시냐고 물어보면 경주라고 하지 안동이라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용역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최종후보지 3개 지역에서 탈락한 시·군출신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회의장은 고함소리가 나오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글=심충택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공동기획: 경상북도 개발공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