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경상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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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28

사투리 전성시대다. TV나 라디오, 영화에서 예사로 쓰고 유행어로도 곧잘 뜬다. 특히 경상도 사투리가 그렇다. 전라도·충청도 사투리는 이전부터 대중매체에 많이 등장했지만 언제부터인가 경상도 사투리가 대세다. 그 계기를 영화 ‘친구’로 보는 이들도 있다. “마이 무따 아이가”를 표준말로 했다간 영화의 맛이 살지 않는다.

표준어를 서울 토박이처럼 구사하는 경상도 출신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랑스럽게 사투리를 쏟아낸다. 에둘러 말하는 다른 지역 사투리보다 직설적으로 소리치면서도 함의가 깊은 경상도 사투리에 시청자들이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투리는 이제 대중문화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근사근한 강호동의 말투와 조신하게 “앙~돼요”하는 김 여사를 상상할 수는 없다.

우리의 사투리는 너무 홀대 받아왔다. 근원을 따지면 교양 있는 서울사람의 말을 표준말로 정한 획일적 언어정책이 문제였다. 두 세대 넘도록 진행된 사투리 말살 정책은 지방의 정서까지 앗아갔다. 경상도 사람들은 2와 알파벳 e 발음을 가장 잘 구분한다. 2², e², e , 2 를 구분해 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은 경상도 사람뿐이라고 한다. 경상도 사람들 고유의 성조(聲調) 때문이다.

경상도 사람이 “뭐 하노(나)”하면 성조와 종결어미(노, 나)에 따라 “무엇을 하고 있느냐” “무슨 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뜻으로 갈린다. “어데 가노(나)”도 마찬가지다. 한글 창제 당시 이런 구분이 있었던 것이 문헌을 통해 확인된다. 경상도엔 아직 이런 성조가 남아있다.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나 충청도 사람에 비해 서울말 억양을 잘 따라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고저(高低) 성조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성조도 서서히 퇴색하고 있다. 획일적 표준말 정책 탓이다.

우리말 어휘는 형용사를 제외하면 영어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 그나마 80%는 한자어에서 유래한다. 만약 여기에 사투리를 포함하면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사투리가 틀린 말이 아니라 다른 말이란 인식이 필요하다.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경상도 사투리가 반갑긴 하지만, 너무 희화화되는 현실은 안타깝다.

박경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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