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인투 더 스톰·닌자터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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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9   |  발행일 2014-08-29 제42면   |  수정 2014-08-29

인투 더 스톰 (장르: 재난 등급: 12세 관람가)
통제불가능한 슈퍼 토네이도에 맞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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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90m가 넘는 속도로 휘몰아치는 토네이도는 이동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다. 사람이나 자동차는 물론이고 제아무리 견고하게 지어진 건물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후지타 규모(토네이도의 강도를 나타낼 때 기준으로 EF0~EF5까지의 등급) EF5급에 해당되는 경우지만, 대부분의 토네이도가 가공할 파괴력을 지녔다는 점에선 이견이 있을 리 없다. ‘인투 더 스톰’은 그런 토네이도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클라호마 실버턴 고등학교 졸업식. 모두가 평생 기억할 중요한 날이 될 거라고 들떠있지만 잠시후면 이들은 인생 최악의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슈퍼 토네이도가 이곳으로 몰아칠 예정이기 때문. 교감 게리(리차드 아미티지)는 예상치 못한 토네이도의 습격에 긴급히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폭풍이 잠잠해진 틈을 타 사라진 아들(맥스 디콘)을 찾기 위해 나선다. 한편,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피트(맷 월쉬)는 토네이도의 중심인 태풍의 눈을 촬영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지구의 종말을 다룬 다양한 재난영화까지 이미 등장한 만큼 토네이도를 소재로 삼은 ‘인투 더 스톰’이 보여주는 재난상황은 어찌보면 작고 지엽적일 수 있다. 같은 자연재해인 쓰나미, 지진, 태풍 등에 비해서도 체감지수는 낮은 편. 하지만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와 달리 지형적 장벽이 없는 미국 중부 대평원은 토네이도 생성에 필요한 강한 상승 기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완벽한 기상학적 조건을 갖췄다. 그만큼 토네이도의 발생 빈도가 잦고,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극도의 공포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투 더 스톰’은 과학적 등급이 존재하지 않는 EF6급을 소환한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는다’는 의미에서 일명 ‘블랙스카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전설의 토네이도다. 비정상적 상승기류로 인해 형성된 거대한 토네이도 두개가 완벽하게 합쳐진 형태로 초속이 300m에 육박한다.(물론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영화적(이론적)인 설정이다). 카메라는 이처럼 자연이 지닌 무시무시하고 파괴적인 힘 앞에서 갈 곳도 숨을 곳도 없는 사람들의 일촉즉발의 상황을 숨 가쁘게 포착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지키고, 또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가는지, 통제불가능한 자연의 힘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보편적 인류애를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영화가 견지하고 있는 일인칭 시점은 그 점에서 주효했다. 덕분에 실제 상황을 체험하는 듯한 스릴과 공포감은 더욱 크고 확실해졌다. 특히 EF6급 토네이도가 지상의 모든 것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광경은 특수 효과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으로 느껴져 등골이 오싹해진다. 종이 비행기처럼 여객기를 날리고, 지상의 모든 것은 블랙홀처럼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편집본을 본 후 “‘그래비티’가 우주에서 했던 것을 기상 현상으로 해낼 것"이라고 평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연출은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로 데뷔한 스티븐 쿼일이 맡았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과 오랫동안 협력자로 활동을 해왔던 그는 20년간 특수 효과, 촬영, 연출 부문에서 인정을 받아왔다. 역시나 그의 장기는 ‘인투 더 스톰’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우선 실재하지 않는 EF6 토네이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요소를 제거하고 더하는 과정을 거쳤다. 도시 전체는 물론 날씨까지 손봤다. 그야말로 오리지널 장면의 거의 모든 요소를 새롭게 꾸몄다. 그 덕에 ‘인투 더 스톰’은 첨단 기술과 이야기가 적절히 어우러진 인상적인 재난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다.


닌자터틀 (장르: 액션 등급: 12세 관람가)
돌아온 닌자 거북이 4총사 뉴욕을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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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와붕가(Cowabunga)’. 돌연변이 닌자거북이가 돌아왔다. 실사영화로는 1993년 제작된 ‘닌자거북이3’ 이후 20여 년 만이다. 이번 역시 그들의 임무는 뉴욕을 수호하는 일이다.

악당 슈레더(윌리암 피츠너)와 그의 조직 풋 클랜이 장악해버린 뉴욕은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 도시가 돼버렸다. 그리고 어둠을 이용해 도시의 범죄를 해결하던 닌자거북이 사총사는 열혈 방송기자 에이프릴 오닐(메간 폭스)에 의해 처음으로 존재가 밝혀진다. 어린 시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에이프릴은 카메라맨 번(윌 아넷)과 함께 풋 클랜의 음모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이를 계기로 닌자거북이들과의 친분을 쌓아가던 에이프릴은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동료였던 사업가 애릭 삭스(윌리엄 피츠너)의 실체를 알게 된다. 그는 뉴욕시민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일을 꾸미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하수구에 살던 닌자거북이 레오나르도, 도나텔로, 라파엘, 미켈란젤로가 거리로 나온다.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페퍼로니 피자와 시니컬한 농담을 즐기는 장난기 가득한 10대 거북이들의 모습은 그대로다. 하긴 태생은 쉽게 변할 수 없는 법. 황폐한 영혼에 세상의 온갖 짐을 짊어진 듯한 당시의 슈퍼히어로를 패러디하기 위해 1984년 장난처럼 코믹북으로 탄생한 그들이지만 지난 30년간 전 세계 팬들로부터 변치않는 사랑을 받아왔다. 2014년 ‘닌자터틀’ 역시 그 기조는 유지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마이클 베이가 제작에 참여하고 ‘타이탄의 분노’ ‘월드 인베이젼’의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리부트라 할지라도 말이다. 오히려 특유의 유머와 익살, 그리고 환상적인 앙상블은 더욱 강화됐다.

‘닌자터틀’은 뉴욕을 수호하는 마블의 슈퍼히어로들과 달리 거북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당당하다. “범죄, 폭력, 공포가 만연한 도시의 시민들은 영웅을 원하고 있지만 태생부터 영웅인 사람은 없다”며 인간에 의해 뮤턴트(돌연변이)가 된 그들은 자위적으로 탄생의 의미를 부여한다. 일단 ‘닌자터틀’은 구별이 쉽지 않았던 전작과 달리, 4인 4색의 매력적인 개성을 드러낸다. 믿음직한 리더 레오나르도,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라파엘, 기계를 다루는데 천부적인 도나텔로, 그리고 유쾌함을 잃지 않는 재간둥이 미켈란젤로의 모습으로다. 막강한 적인 슈레더와 싸우러 가는 길에도 무기를 악기 삼아 연주하는 닌자거북이들의 모습은 이들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닌자거북이 사총사는 최고의 기술력을 만나 리얼한 실사로 완성됐다. 단순히 시각적 완성도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고스란히 읽혀진다. 마이클 베이와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의 의기투합이 이뤄낸 성과다. VFX를 담당한 ILM 스튜디오는 최고의 모션캡처 기술인 4세대 시스템을 활용했다. 이른바 ‘뮤즈(MUSE)’라 불리는 얼굴 동작 캡처 시스템은 이전에 비해 훨씬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생생하고도 섬세한 표정과 액션이 살아있는 닌자거북이들의 스펙터클한 액션은 이렇게 탄생했다. 마치 난도 높은 롤러코스터에 앉아 있는 듯 짜릿한 전율이 온 몸으로 전해져 온다. 그중 백미는 눈 속 추격전과 뉴욕의 대형 빌딩을 무대로 펼쳐지는 액션신이다. 설원에서 엎치락뒤치락 펼쳐지는 추격신이 속도감과 함께 코믹적인 요소로 재미를 주었다면, 얼핏 ‘트랜스포머’의 시가전이 연상되는 빌딩 액션은 블록버스터급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준다. 액션, 스케일, 유머까지 두루갖춘 전형적인 할리우드 오락영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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