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를 육성하자 .2]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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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1 07:31  |  수정 2014-09-01 07:31  |  발행일 2014-09-01 제3면
이용자·직원 모두 조합원인 연대협동조합부터 빈곤퇴치 은행까지 다양

선진국은 복지나 임금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삶의 수준이 높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다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빈곤의 악순환에서 허덕이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사회적 경제’가 가장 훌륭한 대안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선진국에서의 사회적 경제는 취약계층의 실업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빈민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금융 지원에 나서는 수준까지 진화하고 있다.


伊 볼로냐, 협동조합 5300여개…도시 근로자 10% 고용
지역 내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15개가 조합
스페인 ‘몬드라곤’은 다양한 분야 협동조합으로 구성
모두 120개 조합에 10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


◆ 전통적 사회적경제 조직= 이탈리아 볼로냐와 스페인 몬드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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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의 협동조합 도시 이탈리아 볼로냐의 중심 광장인 ‘피아자 마조레’.

이탈리아 볼로냐는 유럽의 5대 경제 도시 중 하나로, 지역 내 일인당 생산량이 282만9천737유로(한화 약 4천200만원)이며 실업률은 3.1%로 매우 낮다. 인구 100명당 회사 수가 10.34개인 볼로냐는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수도라고 말할 정도로 협동조합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도시다.

볼로냐에는 5천300여 개 협동조합이 있으며, 연간 32억유로(한화 약 4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협동조합의 대다수가 소비, 주거 등 제조보다는 3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볼로냐 전체 근로자의 10% 정도인 3만5천 명이 협동조합에 고용돼 있다. 특히 지역 내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15개가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해 도시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소비자에게 품질과 가격에서 안전성을 보증하고 있으며, 전통적이고 새로운 경제적 부분을 개발하는 데도 나서고 있다.

볼로냐의 협동조합들은 사회경제적 위기에서 돋보이는 역할을 했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사회적 문제가 실업이다. 고용 불안정으로 노숙자와 빈곤층이 늘어나 사회불안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볼로냐 협동조합은 실업자를 수용하고 사회 서비스를 통해 생활개선을 하는 역할을 했다.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다양한 분야의 크고 작은 협동조합들을 태운 ‘탁자’에 비유된다. 단일 사업체가 아니라 다양한 사업분야의 협동조합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활동은 △교육 △사회보장 △금융과 재정 △연구 및 개발 등 공통의 기반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총 120개 협동조합에 10만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교육과 관련된 사회적 경제는 몬드라곤대학을 비롯해 8개의 교육기관이 있으며 노동자조합원의 의료 및 퇴직연금 가입을 통한 사회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노동금고를 중심으로 자본을지원하고 있으며, 리서치와 서베이 등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끊임없이 찾아내는 형태로 연구 및 개발에 힘쓰고 있다.


캐나다 퀘백 연대협동조합은 세계화에 대한 저항 상징
주민 70% 1개 이상 조합의 조합원으로 활동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 빈민에 무담보·무보증 대출
대출 극빈자 600만명 중 58% 절대 빈곤 탈출


◆ 다중이해관계자를 구성원으로 한 최근의 사회적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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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 유누스 교수가 빈민촌을 찾아 주민과 얘기하고 있다. <그라민 은행 홈페이지>

1991년 제정된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동조합법은 두 개의 유형이 있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 보건 및 교육 서비스를 전달하는 협동조합(A유형)과 취업하기 힘든 근로자 혹은 취약계층을 노동시장으로 통합하기 위해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B유형) 등이다. 전체 협동조합의 70%가 A유형이며 나머지는 B유형이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A유형 사회적 협동조합에는 24만4천233명의 직원이 고용돼 330만 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용된 직원 가운데 3만4천 명은 자원 활동가들이다. B유형의 협동조합에는 3만1천 명의 취약계층이 일하고 있다.

캐나다 퀘백주(州) 의회는 1997년 협동조합법을 개정해 연대협동조합 설립을 허용했다. 이 법은 ‘연대협동조합은 조합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와 본 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동시에 조합원으로 인정한다. 더 나아가 연대협동조합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관심을 가진 외부인 또는 기업도 협동조합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구성원을 여기서는 ‘후원조합원(supporting member)’이라고 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퀘백의 연대협동조합은 지역(territory), 접근성(accessibility), 고용효과(employability), 민주주의 수준(degree of democracy), 유대감(connectedness) 등을 기반으로 지역주민들에 의해 소유되고 운영된다. 지역에 뿌리 내린 연대협동조합들은 탈지역화, 즉 세계화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며 지역의 사회경제적 필요와 세계경제 시스템이 부과하는 도전과 기회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7~2007년 479개의 연대협동조합이 설립돼 현재 300여 개가 활동 중에 있다. 1999~2009년, 10년 동안 캐나다 전체에서 협동조합이 창출한 일자리 37%의 절반에 해당하는 15.5%를 창출했다.

특히 전체 인구의 85%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퀘백주(800만명)에서는 주민 70%가 1개 이상의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활동 중이다. 퀘백주 비금융권 협동조합은 연간 115억달러의 경제 규모를 창출하는 등 지역경제의 12% 상당을 차지하며 버팀목으로 성장해 왔다.

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이자 대학교수인 무하마드 유누스가 빈민들을 가난의 굴레에서 탈출시키기 위해서 시작한 빈민 대상의 소액대출은행이다.

그는 1973년, 20여달러가 없어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인근 주민들에게 자신의 돈을 빌려주었고, 이를 계기로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인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를 창안했다.

설립 초기 사비로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빌려주다 1976년부터 은행에서 자신이 대출을 받아 빈민에게 소액대출을 하는 ‘그라민 은행 프로젝트(Grameen Bank Project)’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라민 은행은 150달러 미만의 돈을 담보와 신원 보증 없이 하위 25%의 사람에게만 대출해 준다는 조건을 걸었다.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 조금씩 오랜 기간에 걸쳐 갚아 나가도록 하는 소액 장기 저리 신용 대출 은행이었던 것이다. 돈을 갚지 않아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라민 은행은 회수율이 99%에 육박하고 있으며, 1993년 이후 흑자로 전환했다. 대출받은 극빈자 600만 명의 58%가 절대빈곤에서 벗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같은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라민 은행만의 독특한 운영시스템이 한몫했다.

그라민 은행은 한 지점 안에서 한 사람이라도 신용이 나쁘면 다른 대출자 역시 대출 한도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서로가 서로의 신용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돈을 갚기 힘들면 연대했던 다른 사람도 돈을 빌리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연대적으로 대출 상환에 같이 노력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성공한 것이다.

유누스 전 총재는 그라민 은행에 대한 공로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 주요국의 사회적경제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국가 비중
영국 자국 내 고용의 대략 7.3%를 사회적경제가 차지
이탈리아 2009년 현재 광의의 사회적기업 2만개에서 30만명의 일자리가 제공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
미국 160만개 넘는 비영리조직이 존재하고 1천60만명의 유급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음. 비영리조직이 미국 전체 경제에 공헌하는 비율은 6.7%에 달함
일본 생활협동조합의 경우 소속된 단체 수가 600개, 참가하는 회원수는 1만7천317명, 사업총액 연간 136억엔으로 성장. 노동자협동조합의 경우 취업자 수가 1만884명, 사업총액 228억엔을 기록.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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