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염증성 장 질환

  • 임호
  • |
  • 입력 2014-09-02 07:46  |  수정 2014-09-02 07:46  |  발행일 2014-09-02 제21면
■ 송기환 구병원 대장항문외과 부원장
면역체계 고장나 발병…근본적 치료제는 없어
궤양성 대장염·크론병 등 지속되면 대장암 위험
20대 환자가 가장 많아…설사·복통 등 증상 다양
생물학적 치료제 효과
[전문의에게 듣는다] 염증성 장 질환
[전문의에게 듣는다] 염증성 장 질환
[전문의에게 듣는다] 염증성 장 질환
특별한 질병이 없는 대장(위쪽)의 경우 깨끗하다. 하지만 궤양성 대장염(가운데)을 앓고 있는 환자의 대장은 울긋불긋하게 출혈증상을 보이며, 간혹 대변을 볼 때 피가 나와 치질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크론병(아래쪽)은 항문, 대장, 소장 등 소화관 모두에 생길 수 있고 염증이 심하게 나타난다. <구병원 제공>


직장인 김민국씨(가명·36)는 이름도 생소한 크론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 중이다. 잦은 설사와 복통, 심지어 응급실에 실려가기 일쑤다. 근무시간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통에 상관의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장기간 입원을 해야 해 직장동료들에게 항상 미안함뿐이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생물학적 치료제를 사용한 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비싼 편이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김씨는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자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우리 같은 사람을 이해해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원인 모르고, 치료도 어려워

도대체 염증성 장 질환은 어떤 것일까.

송기환 구병원 대장항문외과 부원장은 “장에 염증이 있는 질환은 모두 해당된다. 감염성 장염, 허혈성 장염,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등으로 넓은 의미로 염증성 장 질환”이라며 “좁은 의미에서는 원인이 불분명해 치료가 어렵고, 만성적인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등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염증성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긴 질환이다. 유전되는 병은 아니지만,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 면역 반응 이상이 일어나면서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긴다. 즉 정상적인 경우, 장염을 일으킬 요인이 있으면 체내 면역체계가 작동해 이를 막아주고 제거한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이 면역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되면서 염증을 일으키면 염증성 장 질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아직까지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했다.

특히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완치가 어렵고 오래 지속적으로 앓으면 대장암을 유발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과거 서양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던 염증성 장 질환은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지역적, 인종적 편차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적인 등록관리체계가 아직 없어 정확한 환자 수는 알 수 없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1만여명, 크론병은 3천여명으로 추정된다.

송 부원장은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발병하고 난 후 10여년이 경과하면 대장암 발생률이 증가하기 시작해 20년동안 지속되면 10명 중 1~2명 정도 대장암이 생길 수 있다”며 “궤양성 대장염이 직장에만 국한되어 있는 경우보다 대장 전체에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으면 대장암이 발생할 확률이 4배 이상 많아진다”고 주장했다.

크론병은 10년 이상 앓거나 전체 대장에 염증이 있는 경우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발생 부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국한되고,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어디에서든 생길 수 있다는 것.

크론병은 소장과 대장에서 발병하는 빈도가 가장 높고, 듬성듬성 나타난다.

염증이 장에 침범하는 정도에서도 차이가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장 점막에 염증이 생겨 하층점막을 헐게 하지만, 크론병은 장의 전 층에 생겨 심할 경우 장에 구멍을 내기도 한다.

◆젊은이의 병

문제는 염증성 장질환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 젊은이의 병이라는 점이다. 발병 연령을 보면 20대가 가장 많다.

궤양성 대장염의 대표적 증상은 설사와 혈변이며, 콧물같이 점액질이 섞인 변, 복통, 직장통 등을 동반하기도 하며, 식욕부진, 구토, 피로감, 체중감소, 발열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변을 볼 때 피가 나와 종종 치질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땐 자세히 보면 혈변과 점액이 섞여있고, 잔변감, 긴급 배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크론병은 복통, 설사, 체중감소 등이고, 복부 팽만감과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난다. 무엇보다 크론병으로 인한 설사는 피가 섞이는 경우가 드물어 궤양성 대장염과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다. 크론병으로 인한 식욕부진, 메스꺼움 등으로 체중감소는 크론병의 증상 중 하나다.

[전문의에게 듣는다] 염증성 장 질환

궤양성대장염을 진단할 때에는 병력을 살펴 본 뒤 혈액검사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확진을 하게 된다. 대부분 직장에서 시작돼 연속적으로 이어져 올라가며 염증이 점막에 국한되어 있고, 점막이 부어 있거나 붉고, 출혈이 보이는 것을 확인한다.

크론병도 같은 검사를 실시해 항문, 대장, 소장 등 소화관에 모두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소장조영술 혹은 캡슐 내시경, 위내시경 등의 검사를 다각도로 할 필요가 있다.

치료는 염증성 장질환의 경우에는 이 병의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지만, 최근에는 기존의 치료로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환자의 경우 생물학적 치료제로 치료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수술과 입원이 줄어들어 환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

송 부원장은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악화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계획에 충실히 따르고 장기적으로 치료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의사와 상의 없이 검증되지 않은 대체요법을 시행하거나, 상태가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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