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남부권 신공항 건설, 결국 정부 의지에 달렸다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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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2   |  발행일 2014-09-02 제30면   |  수정 2014-09-02 08:04
신공항 건설 청신호, 지자체 간 합의 요구보다 정부의 의지 더 중요
가덕도, 밀양 버릴 각오해야 신공항 건설 가능할 수도
[화요진단] 남부권 신공항 건설, 결국 정부 의지에 달렸다

남부권 신공항 건설의 청신호가 일단 켜졌다.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가 영남지역 항공수요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신공항 수요가 충분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011년 경제성을 이유로 꺼져버렸던 남부권 신공항 건설의 불씨가 살아난 것이다.

신공항 건설이 다시 추진된다는 것은 남부권에 사는 누구나 반길 일이다. 하필 이럴 때 2011년 신공항 건설 백지화 악몽이 자꾸 떠오른 것은 왜일까. 당시 남부권 1천300여만명 주민들은 신공항 건설을 그토록 원했지만, 정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 결국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를 결정했다. 신공항 입지를 놓고 부산과 대구·경북을 포함한 5개 지자체 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지만, 정부는 지자체 간 갈등 조정 역할을 포기했다. 수도권 언론을 포함한 수도권 중심론자들은 신공항 불가론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신공항 수요가 충분하다는 정부 발표후 펼쳐지는 상황들이 신공항 백지화가 결정되기 전 과거와 흡사하다. 정부는 신공항 입지 타당성 조사의 전제 조건으로 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 등 5개 지자체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부산은 ‘24시간 공항 운용이 가능한 가덕도’가, 대구·경북을 포함한 4개 지자체는 ‘주요 도시로부터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한 밀양’이 신공항 최적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도권 언론은 변함없이 신공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과연 지자체 간 합의는 가능할까. 국토부는 수요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입지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기 위해 5개 시·도와 지난 3월부터 △신공항의 기능과 개발 방향 △기존 영남지역 5개 공항의 존치 여부 △후보지 선정 및 평가 항목 △조사 용역 수행기관 및 방법 등에 대한 사전 협의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6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용역기관을 외국 기관으로 한다는 것만 합의했을 뿐이다. 당초 이달 중 착수할 예정이던 입지 타당성 조사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산은 가덕도 외 지역에 신공항이 들어서는 것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신공항 규모를 축소(활주로 2본에서 1본으로)해서라도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려 하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기까지 했다. 대구·경북 등 나머지 지자체도 밀양이 아닌 다른 지역에 신공항이 들어서는 것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 간 합의 아래 신공항 건설 일정이 진행되면 좋겠지만, 지자체 간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합의가 늦어질수록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부산과 나머지 지자체 간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다. 남부권 신공항 건설 사업은 특정 지역의 사업이 아닌 국책사업이다. 광역 지자체간 갈등이 있으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신공항 건설의 의지가 있다면 지자체 간 합의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신공항 추진 로드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박근혜정부 내 착공이라는 추상적인 목표가 아닌, 입지 타당성조사 종료시점, 기본·실시설계, 착공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지자체에 떠넘긴 공을 정부가 도로 가져가야 한다.

남부권 주민들의 최대 숙원 사업인 신공항 건설을 성취하려면 부산은 ‘가덕도’를, 나머지 지자체는 ‘밀양’을 버릴 각오까지 해야 한다. 이같은 결단 없이는 정부와 수도권 중심론자들에게 신공항 백지화의 빌미를 다시 제공할지도 모른다. 경제의 수도권 집중 해소와 남부권 경제공동체 구축을 위해 밀양과 가덕도가 아니더라도, 남부권 어디에라도 신공항이 들어서면 되는 것 아닌가. 어쨌거나 신공항 건설의 성사 여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김기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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