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가 다니는 땅밑은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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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1   |  발행일 2014-09-11 제25면   |  수정 2014-09-11
20140911

1993년 3월28일 일요일. 사망 78명, 부상 198명의 구포 열차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행 무궁화 열차가 구포역 인근에서 철로 레일 하부에 생긴 큰 웅덩이(함몰) 속으로 다이빙하다시피 미끄러져 들어간 사고다. 이처럼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 것은 지하 전력구 설치를 위한 공사현장 발파로 인해 지하 용출수가 다량으로 유출되면서 선로 아래 큰 웅덩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참사는 당시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모두가 다짐했지만 그 다짐을 잊은 지는 이미 오래다.

이런 함몰현상이 최근 서울 도심을 비롯해 전국곳곳에서 생겨나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바로 싱크홀(Sink Hole)과 유사하다. 사견으로는 싱크홀이라기보다는 함몰현상(지하에 흙이 일부 빠져 나가서 웅덩이가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표현하고싶고, 또한 이 용어가 더 합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왜 멀쩡한 땅에 갑자기 웅덩이가 생겨나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첫째, 땅 밑 흙 속에는 물이 고여 있거나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어 사질계통(모래, 흙입자)의 흙이 지하수가 흐를 때 함께 흐르면서 흙이 쓸려 빠져나가는 만큼 구멍이 발생한다. 둘째, 도시개발을 위해 낮은 곳은 흙으로 돋우고, 높은 곳은 깎아서 대지를 조성해 건축물과 지하 구조물을 건설하면서 오늘날 도시화가 형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돋우는 흙이 지하수와 함께 흐르면서 지반에 웅덩이가 생기는 함몰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도로나 철로 등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도시에 지하 구조물을 건설하면서 지하수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는 공법 적용과 구조물을 완성하고 나서 지하수가 이동이 없도록 충분한 다짐을 하지 않아 발생된다. 넷째, 우리나라는 30년 안팎의 짧은 기간 도시화를 이루었으나, 도시화 추진 시 땅 밑에 대한 정확한 정보체계와 그에 맞는 안전 대책이 미흡한 채 개발된 것이 사실이다. 즉 지하에 대한 지리정보시스템이 부족하다.

그러면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구포 열차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전국의 도심 형성에 있어 흙으로 매립된 지역을 신속히 조사하여 도시형성 정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전국 도심의 통로(도로, 보행로 등) 밑 땅에 빈 공간이 어느 곳에 얼마 만큼의 크기로 형성되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조사하여 지하상태를 확인 할 수 있는 분포지도를 만들어 정보화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지하 구조물 인·허가 시 정확한 지하 분포지도 정보 제공과 그에 맞는 지하수 차단공법 선정과 인접지반에 미치는 영향, 흙의 이동을 방지할 수 있는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지하 구조물 시공과정에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측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구조물 완성 후 흙다짐 상태를 좀 더 세밀하게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공사참여자로 하여금 책임성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목적물 위주로 목적물 자체의 내구 연한과 하자 보수 보증기간을 설정하고 있으나, 향후 지하에 대한 책임성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 ‘대한민국 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고 한다. 이런 싱크홀은 눈에 보이지 않은 채 땅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며, 난개발과 안전을 무시한 공사 등은 반드시 재앙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단순한 점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국의 도심 땅속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동춘<안전보건공단 대구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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