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조건 투자요구, 청년 구직자 166명에 15억대 등친 일당 검거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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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9   |  발행일 2014-09-19 제6면   |  수정 2014-09-19
“취업 못한 것도 서러운데…”
비인가선물거래 업체 20대 대표 등 2명 구속·2명 입건
목돈 없는 점 악용 대부업체 소개, 돈 빌리도록 유도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구지역 청년 구직자들에게 고용을 미끼로 거액의 투자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18일 비인가 증권선물거래업체를 차려놓고, 취업을 미끼삼아 구직자를 상대로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업체 대표 고모씨(29) 등 2명을 구속하고, 정모씨(26)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 대구시 중구 봉산동과 수성구 두산동에 비인가 증권선물거래업체 사무실을 차린 뒤,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이모씨(여·28)에게 “회사명의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1천만원 이상 먼저 투자해야 채용이 가능하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올해 8월까지 구직자 166명으로부터 모두 15억4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인터넷상에서 가짜 선물주식 프로그램을 구입한 뒤, 최모씨(28) 등 8명에게 투자를 종용해 2천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고씨 등은 지난해 10월 동종범죄로 경기경찰청에 적발됐지만, 말단 직원이라는 이유로 불구속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불경기로 대구의 청년 구직자들이 유달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악용,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인광고를 낼 때 학력기준을 ‘고등학교 졸업 이상’으로 낮춰,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고졸 구직자들을 현혹시켰다.

또한 구직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1~2단계로 진행되는 중견기업의 면접 흉내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청년 구직자 대부분이 목돈이 없는 점을 악용, 직접 대부업체까지 소개해주며 돈을 빌리도록 했다. 대신 월급 외에도 하루 2만원의 투자이익금을 챙겨주고, 대출금까지 갚아준다는 그럴듯한 계약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들은 실제 구직자들로부터 받아 챙긴 돈으로 선물거래를 했고, 한동안 일을 시키면서 약속했던 임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경기도에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고씨 일당의 사무실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면서 직원들도 점차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지난 6월부터는 아예 월급과 이익금이 들어오지 않았고, 이에 의심을 품던 직원들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대부분 갓 사회로 진출한 피해자들은 투자금 마련을 위해 빌린 대출금을 아직 갚지 못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입사조건으로 투자를 요구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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