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영화 시장 몸집 불리는데…메말라가는 국내 독립영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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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용섭기자
  •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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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버스터’ 돌풍 통해 본 ‘국내 다양성영화의 현주소

비긴 어게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신이 보낸 사람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
한공주

다양성영화가 화두다. 국내외 대작의 틈바구니 속에서 작품성과 오락성을 인정받은 다양성영화가 관객의 뜨거운 사랑에 힘입어 꾸준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른바 ‘아트버스터’(예술성을 갖춘 블록버스터)를 중심으로 한 흥행돌풍은 올 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시작으로 ‘그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등으로 이어지며 최근 ‘비긴 어게인’에서 정점을 찍었다. ‘비긴 어게인’은 지난 10월1일, 300만명 관객 동원에 성공한 이후 새로운 흥행 역사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반면 국내 다양성영화는 그 기류에 편승하지 못한 상태. 상대적인 박탈감을 넘어 이제 고사 직전의 상황에 놓여 있다. 긴급 점검이 필요해 보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한국 다양성영화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비긴 어게인’ 등 해외 다양성영화
상업 영화 못지않은 광고비
특화 프로모션 앞세워 흥행돌풍 속
스크린 잡기 힘든 국내 저예산 영화
제대로 평가 못받고 묻히며 ‘소외’

“예산 등 무조건적인 지원보다
국내 독립영화 자생 근본대책 필요
국가 지원 받지만 운영 간섭 없는
독립영화관·시네마테크 운영도…”


◆아트버스터의 등장

다양성영화는 상업영화 못지않게 개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0년과 2011년 각각 190편, 197편이었던 다양성영화 개봉편수는 2012년 232편, 2013년에는 342편에 달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매일 다양성영화 1편가량이 개봉하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엔 다양성영화계의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는 ‘아트버스터’가 등장해 또 다른 몸집 부풀리기에 나서고 있다.

아트버스터는 ‘아트+블록버스터’를 칭하는 말로 ‘예술성을 갖춘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의 신조어다. 이 신조어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마케팅하기 위해 처음 사용됐다. 이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 등의 성공을 통해 아트버스터는 작은 영화나 다양성영화가 스스로를 리포지셔닝하기 위해 붙이는 마법의 용어가 됐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 마니아나 독특한 취향을 지닌 소수의 사람이 중심을 이루는 다양성영화를 보다 대중화하면서, 기존과 다른 프레임으로 다양성영화를 바라보게 만드는 데 공헌했다”고 평가했다. 바로 관객의 저변 확대다. 30~40대 여성이 주도하던 다양성영화 시장에 20대 관객을 끌어들인 건 아트버스터가 중요한 작용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계할 지점 역시 존재한다. 몇몇 영화에 대한 쏠림 현상은 다양성영화계 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야기했다. 예전 예술영화는 2만명, 혹은 3만명이면 대박이었지만 지금은 그 기준이 10만~20만명으로 상향됐다. 이에 따른 상대적 빈곤감과 허탈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엣나인필름 극장사업부의 박혜진 과장은 “최근 흥행한 다양성영화의 대부분은 상업영화 못지않은 광고비와 특화된 프로모션 제휴 등 타 영화와의 변별력을 내세우는 섬세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관객을 공략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예산이 부족한 영화의 경우 묻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아트버스터에 준하는 영화가 꾸준히 등장한다는 건 결과적으로 국내 영화시장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한국 다양성영화의 현실

그렇다면 외국 다양성영화가 아트버스터라는 괴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동안 한국 다양성영화의 상황은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대다수 한국독립영화는 그 혜택을 함께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다양성영화의 수입이 많아지면서 극장을 잡거나 회차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한 주 10~15편 정도 개봉되는 상황에서 독립영화의 생존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특히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하는 배급사의 경우 고사 직전의 상황에 놓여 있다. 극장의 멀티플렉스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 본다.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수십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고, 1천개가 넘는 스크린을 잡는 동안 독립영화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다양성영화 흥행 1위였던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는 81개 스크린에서 1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제주 4·3사건 같은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없었다면 쉽게 거둘 수 없는 결과였다. 올해 한국 다양성영화의 이슈 역시 여전히 ‘사회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까지 한국 다양성영화 흥행 1위는 북한의 인권 문제와 탈북 이야기를 그린 ‘신이 보낸 사람’이다. 285개 스크린에 상영돼 손익분기점인 42만명을 살짝 웃돌았다. 같은 시기에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은 49만명을 모았지만, 65만명의 손익분기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도희야’와 ‘경주’ 역시 각각 배두나, 박해일과 신민아라는 스타 배우를 기용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지는 못했다.

때문에 영화관계자들은 한국 다양성영화 혹은 독립영화의 성공 공식을 ‘한공주’와 ‘족구왕’의 제작 및 배급 방식에서 찾으려 한다. 와이드릴리즈의 기회를 얻어 20만 명의 관객을 확보한 독립영화와, 2만명 미만의 관객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저예산영화가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관객 5만명 정도의 영화가 나올 수 있는 환경(스크린 100개 정도)과 30만명 관객을 목표로 하는 환경(스크린 200개 정도)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현재 거의 제작되고 있지 않은 저예산영화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성영화 위한 법안 마련 중

대형 배급사의 독과점 문제가 대두되면서 다양성영화를 위한 법안도 마련 중이다. 한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비율 정하기)를 한다는 것, 대형 멀티플렉스에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용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멀티플렉스나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영화관계자 대다수가 반대의 입장을 보인다. 김정석 인디플러그 대표는 “국가가 독립영화전용관을 지원하는 것은 손실 보전이 좋지만, 대기업 극장의 손실을 보조하는 것은 반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독립영화, 예술영화에 대한 쿼터가 아니라 영화를 골든타임에 배치하고 얼마나 상영할 수 있나를 생각해야 하기에 디테일한 방식의 제안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독립영화의 자생력을 키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자생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국가 지원 아래 독립영화전용관 혹은 시네마테크를 운영하되,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발적인 형태의 민간협의회가 운영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또한 독점을 막기 위한 규제보다 같이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부나 영진위가 영화인의 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아트버스터가 다양성영화 시장을 독점하는 괴물로 거듭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 다양성영화 시장을 살찌워 저변을 확대하는 밑거름이 되게 하기 위해 영화산업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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