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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방이 발전해야 국가 경제가 활기를 되찾아 제2의 성장기를 달릴 수 있다”며 지방분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철우 의원실 제공> |
최근 지방자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 급락과 함께 중앙정부가 복지예산까지 지방에 떠넘기면서 지방의 어려움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고, 헌재 결정에 따른 선거구 재획정으로 인해 국회의원 수마저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지방의 목소리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김천)은 대표적인 지방분권론자다. 경북도 정무부지사 재임 당시 지역현장에서 일하면서 지방자치의 어려움을 눈으로 목격했다. 국회에서도 ‘지방살리기포럼’ ‘동서화합포럼’ ‘남부내륙고속철도포럼’의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자신이 쓴 책처럼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논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 의원은 “지방끼리 대립각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영·호남과 같이 지역 감정을 가지고 서로 다투다가는 아무런 소득을 얻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방끼리 서로 화합하면서 수도권 대 지방의 구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을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현재 지방이 안고 있는 문제점, 지방재정 확충 방안, 지방분권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지방살리기엔 여야 따로 없어
의원들은 지방현장세미나 통해
타 지역에 대한 이해도 높여
정부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제도
지방 재정과 행정에 큰 부담만
어떻게 균형발전 이뤄지겠나
지방자치 근본적 분권 이루려면
지방의회 입법권·지자체 조세권
명시하는 헌법개정 반드시 필요
-‘지방분권 전도사’로 널리 알려졌다.
“2012년 ‘국회 지방살리기포럼’을 발족시켰다. 국회의원 80명이 참여하는 국회 최대 규모 연구단체로 성장했는데, 지방을 이대로 쇠락하게 두면 지방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위기를 느끼는 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지방살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서 여당에서 55명, 야당에서 25명의 의원이 함께하고 있다. 포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 현장 세미나다. 현장 세미나는 지방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직접 보고 듣고, 지역 전문가들과 함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그 지방의 성장전략과 고민을 살펴보면서 타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에 벤치마킹하게 된다. 이런 활동이 모여서 지방살리기의 구체적 대안이 제시된다. 지방분권은 국가균형발전과 더불어 지방살리기의 가장 큰 이정표다.”
-지역균형발전에 남다른 신념을 갖게 된 계기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해보니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서 지방은 기회를 얻는 것조차 어려웠다. 투자를 유치하려고 해외에 나가보면 투자자들이 제일 먼저 묻는 것이 국제공항이 있느냐였다. 또 외국 투자자들을 초대하려면 수용태세가 돼야 하는데 지방에는 변변한 호텔도 딱히 없다. 그래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면 비용 대비 편익(B/C Ratio)이 나오지 않는다며 고개를 젓는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균형발전의 가치는 예전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크다.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던 시절에 우리는 지방의 인적, 물적 자원을 수도권으로 끌어 모아 국가발전을 이뤄냈다. 그렇게 효율성에 바탕을 둔 전략이 그때는 주효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국제사회를 이끄는 가치가 됐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역효과만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잘 살아서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고, 대구의 패션이, 전주의 음식이, 제주도의 관광이 성장해 국가를 발전시키는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지방분권이 이루어져야 될 당위성은.
“우리 정부는 수십년간 균형발전 정책을 써 왔지만 모두 실패했다. 중앙정부는 지방을 통치의 대상으로만 봤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 국가가 주도했기 때문에 균형발전은커녕 수도권 집중이 더 심해졌고, 각 지방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교두보도 마련하지 못했다. 집 앞 하천에 홍수가 나서 뒤처리를 하려면 그게 국가하천이라고 중앙정부까지 계획안을 차례차례 올리고 단계마다 검토하고 결재하면서 예산이 내려오는 데 한참 걸린다. 고속전철 개통으로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되고 SNS를 통해 각종 뉴스가 순식간에 전세계로 전파되는 시대에 정치와 행정은 여전히 중앙집권적 체제에 머물러 늑장을 부리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2의 도약을 이끌 교두보가 바로 국가가 그동안 하찮게 여겼던 지방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이 가진 유무형의 자산들과 잠재력을 발현하도록 과감한 지방분권을 실시한다면 지방은 물론이고 국가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
-지방분권을 위해 고쳐야 될 가장 시급한 현안은.
“국회 지방살리기포럼의 현장 세미나에서 시장·도지사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 하나 있다. 막상 시장·도지사가 되어보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는 한탄이다. 우리나라의 광역자치단체가 17개인데 부모라 할 수 있는 국가는 그동안 이들을 통치와 훈계의 대상으로만 봤다. 최근에는 정부가 만든 사회복지 정책이 지방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 지방은 자치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복지서비스를 전달하는 단순한 자금의 전달통로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지방에서는 막상 재정을 부담하고 행정을 집행해야 할 자신과 상의도 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도를 만드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제 견딜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니까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간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사무 이양에 있어 상응하는 비용을 함께 이양하도록 하고, 지방재정에 부담이 가는 중앙정부의 행위는 지방자치단체와 반드시 협의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가 근본적인 지방분권에 이르려면 결국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헌법에는 지방자치와 관련해서 제117조, 제118조, 딱 두 조항에 선언적인 규정만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의 입법권도, 지방자치단체의 조세권도 없는 것이다. 헌법 개정의 논의가 본격화되면 지방분권형 개헌이 대통령 권력 분산과 함께 개헌의 두 축이 돼야 한다.”
-우리 실정에 맞는 지방자치제도를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우리가 처한 특수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 상황이고, 세계 열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외교와 안보, 국방과 통일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실패하면 국민의 생명과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다. 따라서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부는 이런 부분만을 담당해서 지금보다 훨씬 전문화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반대로 내치의 영역에 있는 행정, 경제, 교육, 문화 등의 사무는 지방자치에 맡기는 것이 좋다. 각자가 처한 현실이 다른데 중앙정부가 일률적인 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경기는 수도권의 경우 침체기를 겪었지만 지방에선 활황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획일적인 부동산 정책을 펼친다.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등에서 투박한 수준의 조정을 해봤지만, 각 지방이 스스로의 현실에 맞는 정책을 쓰는 것보다 적합할 리 없다.”
-내년에는 경기회복 둔화가 심화돼 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엔저현상, 중국의 저성장,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등으로 국제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분권은 비효율적이란 비판도 있다.
“우리 경제가 움츠러드는 것을 외적 변수에서 찾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각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OECD가 2012년 내놓은 세계 각국의 잠재성장률 예측치는 가히 충격적이다. 2001∼2007년 4.4%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2년 3.4%로 떨어졌는데, 2018∼2030년에는 OECD 평균(2.2%)보다 약간 높은 2.4%로 떨어지고, 2031∼2050년에는 1%로 주저앉으면서 34개국 중 33위로 추락한다는 것이다. 이 원인은 구조적인 부분에 있다. 대한민국이 교육 인플레이션, 청년 실업, 만혼, 출산 기피, 소비 위축, 양극화, 인구 고령화로 이어지면서 국가 전체가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잘 살펴보면 문제의 발생 원인이 수도권 집중과 관련이 깊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원인이 중앙정부의 권력집중과 관계가 있다. 지방이 스스로 성장하기 시작하고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하게 된다면 수도권 집중의 흐름을 돌려 우리나라가 활기찬 경제를 되찾고 인구가 늘어나서 제2의 성장기를 달릴 수 있다.”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헌법의 전문과 총강에 대한민국이 지방분권형 국가임을 천명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대통령의 사무를 일곱가지로 제한하는 안을 생각하고 있다. 정부의 행정권이 미치지 않는 모든 자치사무의 행정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속하는 것으로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과 조세에 대한 권리를 포함한 재정자치권을 명시할 것이다.”
김정률기자 jrkim82@yeongnam.com
◆이철우 의원은
△1955년 김천 출생 △김천고-경북대 수학교육과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 △18·19대 국회의원 △현 국회 지방살리기포럼 공동대표, 국회 동서화합포럼 공동대표, 국회 남부내륙고속철도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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