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맞이한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의‘해외거점구축사업’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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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03 08:02  |  수정 2014-12-03 08:03  |  발행일 2014-12-03 제17면
자동차·기계 전문가 세계 곳곳서 상시 상담…수출길 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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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대구시 달서구 월암동 신양정밀 공장에서 대구해외마케팅센터 거점 바이어들이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는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이 시행하는 ‘해외거점’ 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것으로 바이어들은 해외에 나가 지역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게 된다. <영남일보 DB>


자동차부품을 포함한 기계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국가기반 사업이자 대구지역의 주력 사업이기도 하다. 대구의 기계산업 비중은 2012년 기준 대구지역 제조업 중 사업체 수 55.8%, 종사자 수 55.9%로 모두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경지역본부를 시작으로 한국기계연구원, 자동차부품연구원 등을 유치하며 연구개발 강화로 더욱 발전이 기대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대구지역 기계·자동차 업종의 중소기업은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기업의 영세성과 인적·물적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연구개발은 물론 특히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마케팅 능력 부족으로 판로 개척과 같은 수출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을 위해 2012년부터 ‘해외거점구축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해외마케팅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핵심인 이 사업은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 3년차를 맞아 지역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해외 마케팅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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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국 19개 도시에 마케팅센터
자동차 부품 견적은 120건 넘기도
지난 2년간 4495만달러 수출 견인
지역에 유치 R&D기관 활용 총력

◆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해외거점 설립

지역 중소기업은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해 상담회나 전시회, 무역사절단 등 국내외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출 계약이 이뤄지기까지는 수차례 해외 업체를 방문하거나 담당자를 초대하는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특히 지역의 대표적 산업인 기계·부품 업체의 경우, 견본 제품을 주고받기 힘든 경우가 많아 일반 소비재 기업에 비해 어려움은 더욱 컸다.

하지만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 해외마케팅센터(이하 센터)의 세계 각국 자동차 및 기계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해외거점’은 이와 달리 상시 상담 체계를 구축해 지역 기업의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계·자동차산업체의 수출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물론 각국의 정보 전달로 지역 업체의 글로벌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센터에 따르면 지역 업체를 위한 해외 거점은 아시아, 미국, 유럽, 중동 등 총 14개국 19개 도시에 구축돼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 체류 경력이 10년 넘으며, 자동차 및 기계분야 업체 경력은 물론 현지 기업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수출·수입 분야 전문가다.

이들은 2년여 동안 총 120여건의 해외 자동차 부품 업체 견적에 대응했으며 기업체 동행방문 안내와 중국 및 유럽 등 개별 업체 미팅 주선, 업체 기술 제휴, 합작 추진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2년차 사업으로 발생된 수출은 총 9개 국가에 4천495만달러에 이른다.

또한 지난 4월에는 ‘2014 Buyer’s Week’를 열며 해외 거점 책임자를 초청해 지역 업체 방문을 통해 CEO 및 해외담당자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생산제품의 특징을 파악하는 행사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해외 5개국(독일·북미·러시아·중국·인도)의 거점 담당자들이 참가해 20여개 지역 기업을 방문했으며, 각 거점 지역 현황 설명회와 개별 기업 담당자들과 수출 상담회도 열렸다.

올해는 3년차를 맞아 해외 거점을 추가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해외 상담회와 개별 미팅 등으로 470만달러의 수출이 기대된다.



◆ 바이어 발굴을 위해 다양한 노력 펼쳐

센터는 타 기관과는 다르게 바이어 상담 방법을 바꾼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전시장이 아닌 호텔에서 상담 후 기업이나 기관의 현지 방문 상담을 활성화했다. 중국 상하이에서도 호텔에서 상담회를 개최하고 중국 기업체의 현장을 개별적으로 직접 방문했다.

이는 바이어의 사무실 또는 제조 시설을 직접 방문미팅함으로써 바이어에게 적극적인 모습을 부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방식은 바이어가 회사소개서 등 내용을 과장해서 표현한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신뢰성이 높아지고 향후 계약 등의 다음 단계로 이어질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들은 상담회 참여 기업체를 통역하기 위한 전문통역요원을 해외거점 지점 직원이 직접 기계, 자동차 분야 통역 경험이 있는 인력으로 선발했다. 센터는 상담회 2주전부터 관련 자료를 보내 기계, 자동차 분야의 전문용어를 익혔다. 때문에 바이어와 대화시 기술적인 용어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 점을 해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신경을 쓴 부분은 상담회 사후 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들은 해외거점 및 바이어를 국내로 초청 해 개별 기업 방문 상담회를 열었으며 해외거점의 개별 기업 방문도 이뤄졌다.

<주>민영산업의 경우, 센터의 지원을 통해 중국내 업체들이 기술개발 및 시장개척 합의계약을 위해 대구를 방문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70만달러의 매출이 예상된다. 마로엔지니어링은 중국 장쑤성의 KSS사와 기술 제휴를 통해 주요 부품은 한국에서 공급하고 중국에서 제조하는 방식으로 2015년 연간 20만달러 수출이 기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진영R&S는 기존 에어컨 컴프레서 부문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중국 자동차 에어컨 컴프레서 1위업체 상하이 SSB를 방문해 개발공급에 대해 협의했다. 또한 해외거점이 중국 아이폰 제조사의 1차 협력업체와의 지속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한 것 외에도 해외거점 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도 휴대폰 1위 제조사에도 진영R&S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어 향후 외국계 휴대폰 업체에 납품 가능성 높였다. 이를 통한 2016년 이후 매출 예상 금액은 420만달러에 이른다.

Buyer’s Week와 같이 해외거점 주관 개별기업 방문 상담회도 연중 지속해서 열리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제품의 기술력과 신규 시장 진입을 돕고 있으며 해외거점간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소싱 체계도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 2단계 사업에서는 더욱 확대해야

대구는 섬유패션, 안경, 로봇, 물 산업 등 다른 분야에는 역량을 집적화할 수 있는 지원 기관과 클러스터 등을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기계·자동차 분야의 비 연구개발(R&D) 전문기관은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수출 지원사업은 KOTRA,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단체와 테크노파크 등 다양한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개별로 움직이고 있는 기관간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해외거점 사업 역시 지역에서 500개(대구 370개·경북 130개)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구경북기계공업조합에 위탁하여 지원하고 있지만, 산업규모에 비해서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아직 1단계 마지막인 3차연도가 진행 중이지만 센터는 2단계 사업을 준비하고 나섰다. 지역에 기계·자동차 관련 R&D 전문기관이 유치되어 있으니 이를 연계해서 지역기업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센터는 먼저 지역 업체들의 기계류 판매 후 엔지니어 채용 사후지원(AS) 및 기술지원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계류 판매 업체의 최대 고민은 AS로, 바이어 역시 해외에 AS망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거점 지점에 AS가 가능한 엔지니어를 채용해 평소에는 마케팅인력으로, 유사시에는 AS인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공동전시관을 운영하고 해외 거점 개발프로세스 전반에 참여하여 기업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타 기관의 수출 거점은 현지 네트워크가 있더라도 정보 부족의 이유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기계·자동차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로 구성된 대구의 해외거점은 지역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사업으로 현재까지의 수출액뿐만 아니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며 “이 사업이 지속돼 지역 R&D 기관과의 협력으로 기계·자동차 분야 마케팅기관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연구개발 분야도 중요하지만 개발품을 마케팅할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판매·고용 증대 등의 선순환 고리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국제통상과 관계자는 “아직 3차연도가 진행 중이라 2단계 사업 시행은 확정하지 못했다”면서도 “해외거점이라는 것이 바로 수출로 이어지는 등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지만 이 사업은 최근까지 실제 수출이 성공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센터의 계획을 검토한 뒤 사업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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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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