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메가트렌드 읽기 .11] 돈 벌게 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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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6   |  발행일 2014-12-16 제29면   |  수정 2015-07-10
워런 버핏·구글, 뜨는 기술·산업을 읽다
20141216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으로 거액을 버는 투자형태가 각광받고 있다. 구글은 초기 벤처에 투자해 많은 수익을 얻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내년 상반기에 구글캠퍼스를 한국에 설치해 스타트업 벤처를 지원할 예정이다.

사람들은 구글이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잘 모른다. 뚜렷이 무슨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것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래도 무엇을 만들어 파는지 대강 알 수 있다. 그런데 구글은 검색엔진 하나로 시작하였지만 사실은 투자사다. 미래에 될 듯한 기업에 투자하고 그 기업을 인수한다.

구글은 1주일에 평균 1개씩의 미래산업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한다.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180여개를 인수하였다. 구글은 하루에 수십 명의 기업가로부터 기술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듣는다. 그중에서 진정 미래기술인 것만 투자하거나 인수한다. 미래학자, 즉 테크 스카우터들을 고용하여 부상산업, 부상기술 수백 가지에 투자를 한다.

통상적으로 회사를 매입할 때 수조 원이 넘게 투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은 Nest를 3.2조원을 주고 매입하였고, 모토로라를 8조원 주고 매입하였으며, Uber를 4천억원에 구매하였다. 로봇회사로는 8개를 매입하였고, 드론회사를 여러 개 매입하였으며, 인공지능회사 등 많은 기업에 투자하거나 매입하였다.


공장지어 생산·제조 아닌
미래 부상하는 기업 인수

스타트업 M&A·벤처 투자
새로운 巨富 속속 등장
또다시 ‘錢의 전쟁’ 촉발


지구촌 최대의 투자 귀재로 인정받고 있는 워런 버핏도 아버지가 설립한 버핏 포크사(Buffett-Falk & Co)를 거쳐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1894~1976)이 운영한 뉴욕의 투자회사 그레이엄 뉴먼에서 경험을 쌓은 후 본격적인 투자인생을 시작하였다. 1965년 방직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하여 투자회사로 변모시켰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하면서 무엇을 만들어 판 것이 아니라 줄곧 남의 기업에 주식투자를 하여 돈을 번 것이다. 미래를 읽은 것이다.

워런 버핏, 구글 등의 성공비결처럼 앞으로 돈을 크게 버는 방법은 실제로 공장을 지어서 한 가지를 생산하는 산업시대의 기업형태가 아니라, 미래에 크게 부상할 기술이나 산업에 투자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워런 버핏은 사실 365일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 즉, 손이나 발을 움직여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 부상할 기술이나 산업을 선택하여 투자만 한다. 투자를 할 때 한 곳에 모든 계란을 갖다 놓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계란을 흩어서 분산투자를 한다. 어느 하나가 망해도 여러 개가 성공하기 때문에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

구글도 투자회사인 셈이다. 얼마 전에 구글이 3D 가상현실 전문 스타트업인 매직 립(Magic Leap)에 5억달러(약 5천300억원)를 투자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구글은 세계 각국에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회사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구글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페트리 프리드만(노벨경제학 수상자 밀턴 프리드만의 손자)은 구글을 본따 2년 전에 투자그룹을 창업하였다. 그는 1년에 10~12개 회사를 아주 정밀하게 분석하여 투자를 하는데, 그가 투자하는 회사는 대부분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회장,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피터 틸 페이팔 회장 등이 투자를 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특히 미래 유망 분야를 잘 알고 있으므로 선택하는 회사의 성공률이 아주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에 페트리 프리드만이 소셜퍼블리싱 플랫폼을 특허 개발한 회사인 한국의 TTP라는 회사에 투자하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여기에 네이버도 1천억원 규모의 벤처펀드와 컬처펀드 조성 계획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주도로 만든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100억원을 출연하는 등 창업 초기 기업(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 잘 편승해 조만간 스타트업 M&A나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거부가 되는 사람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겠다.

다만 그런 과정에서 ‘쩐의 전쟁’이 또다시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년 전 500억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올해 4조원대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창업 아이디어나 아이템만 존재하는 단계의 신생 기업을 발굴해 잘 성장시켜 국가발전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투자자 자신도 이익을 얻는 제대로 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이 정착되길 기대하는 맘이 크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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