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현장소통으로 시민행복] <7> 갈등 관리로 시민 행복 높인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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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4  |  수정 2014-12-24 07:34  |  발행일 2014-12-24 제8면
“정책 때문에 생긴 마찰 확 풀어드립니다”
[대구시의 현장소통으로 시민행복]  갈등 관리로 시민 행복 높인다
대구시는 내년부터 갈등관리에 체계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민행복은 물론 지역 경쟁력 높이기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달성군과 수성구 주민 간 유치 갈등을 빚고 있는 달성공원을 찾은 시민이 동물을 구경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시가 내년부터 갈등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일어날 수 있는 갈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민 행복을 높이고 행정력의 낭비는 막겠다는 의지다.

그동안 대구시의 갈등관리는 불거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사업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맞춰졌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을 파악해 예방하고, 행정과 정책의 효율성보다는 민주성과 형평성에 방점을 두고 접근할 계획이다.

내년 민·관 협력체계 구축
갈등조정협의회도 운영

갈등 강도 높다고 판단되면
市 차원에서 직접 해결
조례 통해 실제적 운영도

◆갈등관리는 경쟁력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0.72로 종교갈등이 있는 터키(1.27)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갈등 탓에 생기는 경제적 손실 비용도 연 82조∼2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10%만 낮아지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5.4% 높아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만 개선돼도 7∼21%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시가 갈등관리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 있다. 갈등관리만 제대로 이뤄져도 지역 사회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예방하거나 적기에 해결하면 시정목표인 ‘오로지 시민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내년부터 △갈등예방과 해결을 위해 체계적인 갈등관리 추진 △현실성 있는 단계적 목표 설정으로 사업성과 제고 △민·관 소통을 통한 협치 체계로 운영 △조직 내 칸막이 없는 협업모델 정착 △갈등관리에 대한 공무원의 인식 확산과 역량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예방적 관리 체계 확립을 위해 갈등진단과 대응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갈등관리 대상사업 모니터링에 나설 예정이다. 또 맞춤형 갈등 조정을 위해 사안에 따라 갈등영향 분석을 실시하고, 갈등조정협의회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갈등관리자문위원회 구성, 갈등 매뉴얼 제작·보급, 갈등조정 전문가 풀(Pool) 구성을 통해 갈등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갈등요소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공무원 교육원에 ‘갈등관리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 운영하기로 했다.

◆갈등 어떻게 관리하나

우선 해당사업 부서에 갈등이 일어날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한다. 이는 갈등 강도와 발생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 수, 집단화 가능성, 갈등해결 비용, 사회적 이슈 등 12개 항목으로 구성된 자체 진단표를 통해 이뤄진다. 대구시는 갈등관리 관련 조례 등을 운영 중인 서울시의 진단프로그램을 도입, 지역 상황에 맞게 운영할 계획이다.

자체 평가 이후 시민소통과와 전문가 집단이 참석한 가운데, 두 차례 ‘갈등진단 등급결정회의’를 거친다. 사업마다 최소 두 차례 갈등진단 등급 결정을 진행하고, 등급결정에 이의가 있는 부서에서는 2차 등급결정회의에 참석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갈등 강도가 높은 것으로 결정되면 대구시 차원에서 직접 나서고, 그보다 아래 단계이면 시민소통과와 다른 부서가, 가장 낮은 단계는 부서 자체에서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이를 토대로 ‘갈등관리매뉴얼’도 제작할 예정이다. 갈등 정의와 유형, 예방과 해결과정, 갈등영향분석, 갈등조정협의회 설치와 운영 등 갈등관리 매뉴얼 추진절차 등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다른 갈등 발생 예상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다 갈등관리와 관련한 조례 제정에도 나설 방침이다. 현재 인천, 울산, 강원, 전남, 경북, 경남, 제주도 등은 조례가 없고, 있어도 실제 운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서울과 충남이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는 정도다.

◆풀어야 할 숙제는

전문가들은 갈등요소를 공론화하는 것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행정학부)는 “갈등관리에서 중요한 사안은 대구시가 이해당사자에게 최대한의 정보를 공개, 상호 간의 신뢰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양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해 이해당사자 스스로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갈등이 보다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밝혔다.

조광현 대구경실련사무처장은 “공무원의 경우 갈등요소를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갈등관리에 첫째는 이를 수면 위로 끄집어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운 계명대 교수(행정학과)는 “갈등관리 업무를 국장이 맡으면 다른 국(局)의 협조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담당을 부시장 급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홍상 경북대 교수(행정학부)는 “대구는 갈등관리 업무를 제대로 진행해보지 않은 만큼 급하게 결과를 내려고 하지 말고, 내년 한 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갈등관리 업무의 시작은 공무원이 스스로 갈등요소를 공개하는 것인 만큼 결과를 떠나 얼마나 공론화시키고 함께 고민했느냐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인현 변호사는 “전문가 그룹을 구성할 때 갈등관리 전문가와 함께 이들 전문가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특정분야의 전문가 그룹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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